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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May 14. 2018

회식의 개진상들

"나는 회식이 정말 싫었다"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고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오늘 저녁에 뭐해? 약속있어?"

상사로부터 저 질문을 들으면 내 머리 속은 복잡해 진다.

지금까지 계속 거부 했는데 오늘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이제는 핑계거리도 없는데.. 뭐라고 하고 내빼지?

아.. 오늘 하루 수발 들자..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만큼 회식은 나에게 있어서 악의 축이요 없어져야 할 악습이었다.


수많은 회식을 해보면서 난 아래와 같은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회식은 금요일 마다 하면 안 될까? 유부남들은 금요일에 일찍 들어가면 뭔가 마음이 허전해서.."

어떤 차장님의 말씀이었다. 항상 집에 일찍들어 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일찍 안 들어 간다. 

그리고 술도 잘 마시지 못하면서 회식을 좋아 했다. 단순 집에 일찍 들어가는것을 싫어 하였다. 그러면서 금요일은 마음 놓고 회식과 술을 즐길 수 있으니 금요일에만 회식을 하자고 지속적으로 주장 하셨다. 


“니들 먹고 싶은거 먹어. 니들은 요즘 피자, 파스타 이런 거 좋아 한다며.”

요즘 신세대 사원들의 의견을 들어준다는 목적 아래 팀장님은 저렇게 이야기 하셨다.  팀장님의 배려(?)로 고기와 소주가 아닌 피자, 파스타 와인이 있는 나름 우아한 회식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갑자기 팀장님은 어제 회식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집에가서 속이 더부룩해 라면을 또 끓여 먹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 뒤로 그 어느 누구도 파스타 피자는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미안 나 오늘 갑자기 회식이 생겨서 못갈 것 같애.”

이상하게도 회식이 잡히면 개인의 약속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아마 술자리를 안 따라가서 찍히는 것 보다 따라가서 죽도록 술마시고 그 다음날 일을 못해도 칭찬받는 괴상한 문화 때문일 것이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개인의 약속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사람들은 평일에 거의 개인약속을 잡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든지 대기 한다. 군대의 5분 대기조 처럼...


“니가 그래서 안되는 거야 새꺄."

그 당시 연수원에 행사가 있어서 차를 끌고 연수원으로 바로 출근을 하였다. 행사가 끝나고 또 어김없이 뒤풀이 회식이 있었다. 그 때 과장님 한분이 계속해서 나에게 술을 권하였다. 나는 차를 가지고 와서 죄송하지만(왜 죄송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술을 마실 수 없다고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그랬더니 저와 같은 말을 하였다. 뭐가 안되는 건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다. 더 충격인 것은 다음날 그 과장님은 어제 음주운전 하다가 죽을 뻔 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였다


“한 잔만 받지?” “예의상 첫 잔은 받아라.”

누구에게는 한잔이 치사량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술 못 마시는 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술은 마시면 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마시라고 재촉한다. 못이겨서 마시면 영웅이라도 되는 냥 박수를 쳐준다. 그들에게는 술을 거부하지 않고 마시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의 최대 예의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또한 이러한 행동도 있다.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고 상사가 쿨 하게 원샷을 한다. 그 상태에서 자기가 입댄 부분을 손으로 닦고, 부하직원에게 건내면서 소주를 가득 따른 후 부하직원도 원샷을 한다. 

마치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도원결의 못지 않게 비장하다. 이 더러운 행위를 왜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배제의를 계속 시킨다.

특히 높으신 분들이 오면 아부하기 좋아하는 상사들의 주도하에 건배제의는 끊이질 않는다. 마치 조선시대의 시조를 써서 주고 받는 것처럼 너가하면 나도 해야 한다. 온갖 쓸데없는 드립들이 난무한다. 이상한 성적인 내용도 건배제의로 하기도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때는 그냥 다들 웃고 넘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건배제의를 하여 제대로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뒤에가서 욕을 많이 먹는다.


도열을 한다.

이것도 높으신 분들과 회식을 하면 볼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이다. 회식이 끝나면 고깃집앞에 서열이 높은 순서대로 임원 및 상사들은 일렬로 줄을 선다. 그리고 나오는 부하직원들 하나하나 악수 해주면서 수고 했다고 이야기해 준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으로 보아 회식은 정말 업무의 연장이다.


서로 형동생 하면서 의형제를 맺는다.

하지만 그 다음날 똑같이 상사-부하직원의 관계로 재부팅 된다. 분명 술자리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진한 형제애를 보여 주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어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 없다. 또 술마시면서 의형제 맺으면 되니깐 말이다. 무한 루프이다.


삽겹살과 소주를 먹는 기형적인 면접이 있는 나라, 사내 워크샵에서 과도한 음주로 인해 사망사고가 있는 나라.

이처럼 한국의 회사생활은 회식과 술을 빼놓고 이야기 하기 어렵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상사는 회식과 술에 의지해서 대화하고 해결할려고 한다. 회식은 그 당시 분위기를 좋게하고 긴장을 완화시켜 주기만 할 뿐이다. 팀웍을 다지고 싶으면 술 없이 진지하게 대화를 했으면 한다. 아마 회식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점심회식으로 바꾸면 놀라보게 팀원들의 업무 능력은 올라갈 것이다.

더 이상 위에서 언급한 대화나 행동들이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http://www.podbbang.com/ch/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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