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 들의 회식

by 표범

요즘 ‘회식’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공기부터 묘하게 바뀐다.
“요즘 애들은 회식 안 좋아하잖아.”
“우리는 그냥 옛날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뭐.”
윗세 대들은 이렇게 말하며 어쩐지 스스로를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회식이 아니다.


사실 회식은 조직 구성원들이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왜 이렇게 회식은 세대 갈등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을까?


그건 회식이 종종 ‘소통의 자리’가 아니라 ‘위계의 자리’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당일에 “오늘 회식하자!” 하고 통보하고, 막상 가서는 상사의 개인적인 무용담이나 회사 자랑만 이어진다. 술을 못 마신다고 하면 “한 잔은 예의지”라며 억지로 권하고, 1차가 끝나면 “이제 진짜 시작이지!” 하며 노래방으로 향한다. 누군가 눈치 보며 집에 가려 하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런 회식이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요즘 세대가 회식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런 회식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MZ 세대가 회식을 아예 싫어하는 건 아니다. 요즘같이 고물가 시대에 회사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솔직히 꽤 매력적이다. 다만, “이 자리가 나를 피곤하게 하지 않을까?” “괜히 눈치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뿐이다. 결국, 회식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피로한 회식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대 불문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회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1. 미리 약속을 정하자.
갑작스럽게 “오늘 회식하자!”는 말만큼 부담스러운 게 없다. 각자 일정이 있고, 개인 시간도 소중하다. 최소한 2~3일 전에 공지해서 참여 여부를 묻는 것, 이 작은 배려 하나가 회식의 분위기를 바꾼다.


2. 술이 중심이 아닌 회식.
회식의 주인공은 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술을 강권하지 않고, 술잔을 돌리지 않고, 건배사를 강요하지 않는 회식. 이런 자리에서는 대화의 주제도 자연스레 다양해진다. 업무 이야기보다 취미, 여행, 관심사 같은 일상적인 대화가 오간다. 오히려 이런 대화가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든다.


3. 1차로 끝내는 용기.
회식의 핵심은 ‘함께 하는 즐거움’이지, ‘오래 있는 것’이 아니다.
1차에서 충분히 이야기하고, 누군가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하면 “그래, 들어가~” 한마디면 된다. 억지로 붙잡거나 “요즘 애들은 정이 없다”라고 말할 필요 없다. 오히려 이렇게 자연스럽게 끝나는 회식이 다음번 자리를 더 기다리게 만든다.


결국 회식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누군가는 자기 계발을 위해, 누군가는 그냥 집에서 쉬고 싶어서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불성실함이 아니다. 개인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진짜 ‘좋은 회식’이 된다.


조직문화란 결국 ‘함께 일하는 방식’의 총합이다. 그리고 회식은 그 조직문화의 축소판이다.
회식이 자유롭고 배려 있는 자리라면, 그 조직은 일하는 방식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여전히 술잔이 돌고 눈치가 오가는 회식이라면, 그 조직의 문화도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요즘 것들은 회식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회식’을 싫어할 뿐이다.
그러니 회식을 탓하지 말고, 회식 방식을 바꾸자.
좋은 회식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편안한 마음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회식은 세대 불문, 누구에게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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