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버지가 남긴 선물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by 최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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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으로 약속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가던 날이었다. 교보문고 앞을 지나던 순간, 불현듯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 시골 촌뜨기였던 나를 데리고 서울에 올 때마다 늘 광화문 교보문고에 나를 데려다 놓으셨다. 그곳에 나를 두고는 반나절 동안 서울에서 일을 보셨고, 일이 끝나면 다시 나를 데리러 오셨다.


교보문고는 어린 내게 마치 새로운 세상이었다. 시골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수많은 책들이 가득한 공간. 나는 그곳 바닥에 앉아 몇 시간이고 책을 읽으며 꿈꾸고 상상했다. 그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시간이 아니라, 세상을 배우고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지독한 가난을 물려주셨다. 그러나 그 가난 속에서도 아버지는 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워주셨다. 책 속에서 나는 가난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내게 남겨주신 그 시간 덕분이었다.


그날, 내 이야기를 듣던 회사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우형 님이 있게 한 분이네요.”


순간 멍해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수십 년이 지나고, 아버지가 떠나신 후에야 비로소 그것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남겨준 것은 단지 책을 읽을 시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믿고 기다려준 시간이었고, 내게 선택의 자유를 준 신뢰였다.


그토록 큰 선물을 주셨던 분이지만, 아버지는 내 꿈에 딱 한 번 나오셨다. 그리고 그 꿈조차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내게 주신 가르침과 사랑은 여전히 선명하게 나를 지탱하고 있다.

모두들 가슴속에 옛날 그 아이를 품고 계신가요?

어린 시절의 나는 여전히 내 안에서 말하고 있다. “넌 잘하고 있어.”라고. 나는 가끔 그 아이를 떠올리며 아버지의 손길을 느낀다. 교보문고의 책 냄새, 어린 날의 설렘, 그리고 아버지의 말 없는 믿음. 그것들은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우리가 품고 있는 그 옛날의 아이는 우리가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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