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말은 순간을 이기지만, 친절한 말은 사람을 남깁니다.
2년 전쯤, 점심 식사 후에 회사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길 한복판에서, 전 직장 선배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지금은 다른 회사의 대표로 계신 분인데,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다 그분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최상무, 그때 기억나요? 나는 아직도 그 말이 너무 고마워…”
“그때 밤늦게 퇴근하다 내 방에 들렀잖아요. 내가 새로운 자리에서 힘들어할 때…”
“그냥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잘하실 거라고, 해줬잖아요”
그 선배가 기억하는 일들이… 사실 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모두는 어릴 때부터 ‘옳은 일’을 하라고 배웠습니다.
정직하게 말하고, 규칙을 지키며, 거짓 없이 살아가라고.
그래야 떳떳하고, 잘 자란 어른이 된다고.
하지만 직장에 들어오면,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옳은 말이 늘 좋은 말이 아니고, 옳은 선택이 늘 함께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라는 것.
“이건 아니잖아요.” – 그 말이 전부가 아닐 때…
회의 중, 어떤 제안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이건 틀렸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맞는 말’이 ‘좋은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 말은 옳고 그름 이전에 ‘공격’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무엇이 옳은가 보다, 누가 나를 공격했는가만 남습니다.
친절함은 타협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자.” … 그건 친절이 아니라, 회피입니다.
진짜 친절함은 상대를 지키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방향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서 함께 다시 검토해 보면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인데, 다른 관점도 하나만 덧붙이면 더 완성될 것 같아요.”
같은 뜻이라도, 더 따뜻한 언어로 말할 수 있다면, 옳음을 지키면서도 사람을 잃지 않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사람을 이기면, 결국은 모두가 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느라 에너지를 씁니다.
“거봐… 내가 맞았잖아.”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반대했잖아.”
하지만, 그 옳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잃게 했다면, 그건 승리가 아니라 고립일 수 있습니다.
진짜 좋은 사람은 이기지 않고도 설득하는 사람입니다.
논쟁의 승리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옳음을 향한 친절함, 친절함 속의 정직함…
때로 너무 솔직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너무 배려하느라 진실을 흐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절묘한 균형의 예술입니다.
옳음을 포기하지 않되, 친절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진심은 유지하되, 말의 온도를 조절하는 연습.
그게 직장에서 배워가는 성숙함이고,
그것은 경력이나 나이와는 무관합니다.
그래서, 그 경계는 어디일까?
그 경계는 대부분 “사람”에게 있습니다.
정답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과 상황을 함께 읽으려는 노력 안에서 옳음과 친절함은 자연스럽게 공존하게 됩니다.
말하지 않으면 문제는 고여버리고, 날카롭게 말하면 관계는 금이 갑니다.
하지만, 따뜻하게 말하면, 변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만난 선배가 제게 고마워했던 건, 제가 옳은 말을 해서가 아닐 겁니다.
그때 그 선배의 마음을 지켜주는 말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옳은 말은 순간을 이기지만, 친절한 말은 사람을 남깁니다.
되돌아보면 직장에서, 그리고 인생에서… 수많은 추억 속에 윤슬처럼 빛나는 추억의 페이지는…
옳은 말보다 따뜻한 말들이 오고 갔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중요하지만, 어떻게 말하느냐가 사람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