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쯤 전의 일입니다.
고객사를 방문했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회사에 ○○○ 계시죠?” “그 선배님,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분이에요.
모든 일에 열정을 다하시고, 언제나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세요.”
회사에서는 인사 정도만 나누던 동료였기에, 순간 조금 놀랐습니다.
특별히 친하지도, 함께 일해본 적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 이후 몇 번의 식사 자리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여러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꽤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임에도 미팅 하나, 문서 하나를 대하는 태도가 느슨하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 앞에서 “이건 이제 다 안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건 묻고, 배울 게 있으면 메모하고,
후배들의 의견 앞에서도 속도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열정의 온도였습니다.
젊을 때의 불타는 에너지가 아니라,
오래 일해도 닳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해 온 사람만이 가진
꾸준하고 안정적인 열정.
그는 늘 같은 온도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고, 그래서 더 오래 신뢰를 쌓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오래전 기억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30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외할머니는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단정하게 쪽 빗으로 머리를 빗으셨습니다.
저녁이면 꼭 목욕을 하셨고,
언제나 단아했고, 부지런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그 힘든 담배밭일을 하셨습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외할머니의 하루는 늘 같은 리듬이었고, 같은 태도였습니다.
어릴 적 제게 늘 하시던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배워야 한다.”
그땐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렇게 존경하게 되는 동료를 마주하며
그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존경은 직급이나 경력에서 오지 않습니다.
성과에서도, 말솜씨에서도 오지 않습니다.
존경은 태도의 반복에서 생깁니다.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겸손을 내려놓지 않는 사람,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자신의 하루를 단정히 살아내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기준이 됩니다.
동료지만,
함께 일할 수 있어 감사했고 같은 조직에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습니다.
아마 그도, 외할머니도,
자신의 태도가 누군가의 마음에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무엇을 이루었는가 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가가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그날 고객사에서 들었던 한마디,
그리고 오래전 외할머니의 말 덕분에 저 역시 스스로에게 다시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부지런히 배우며
누군가를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