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이었지만 이제 안녕합니다.
아빠는 육아휴직 중
근 2년 동안 나는 호갱이었다. 2년 전 스마트 폰을 바꾸기 위해 며칠 전부터 바꿀 기종을 인터넷으로 알아봤고 가격도 대충 알아보았다. 사실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이라곤 인터넷 서핑과 쇼핑, 인터넷 뱅킹 정도여서 최신 기종의 기능들이 나의 스마트 폰 사용 패턴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기에 적당한 가격의 보급형으로 마음을 굳혔다.
근처 몇 군데 판매점을 들러 내가 정한 기기의 가격을 물었고 할인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나는 과감하게 나왔다. 다음 몇 군데의 판매점을 다녀보았지만 큰 가격 차이가 없어 집과 가장 가까웠던, 가장 먼저 들렀던 그 판매점으로 가서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스마트폰을 샀더니 사은품으로 태블릿을 준다는 거다. 사실 난 거기서 약간의 의심을 했지만 사기는 의심 많은 사람이 가장 걸려들기 쉽다는 정설을 보기 좋게 확인시켜 주었다. 판매자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사은품은 3개월만 이 요금제로 써 주시면 고객님 계좌로 기기값을 돌려 드립니다."
'난 왜 이 말을 믿었을까?'
3개월이 끝나고 요금제를 해지하러 간 그 대리점에서 다시 그 판매자와 마주했다.
“지난번에 태블릿 pc 사은품으로 받아갔는데요. 3개월만 요금제 쓰면 기기값을 준다고 하셨잖아요.”
“아, 고객님. 기기값을 회사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거라 며칠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제가 처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 말도 믿었다. 천성이 그랬다.
누구에게 큰 소리 한번 치지 못하고 사정이 생겼다고 하면 배려해야 한다고 믿는, 세상이 호갱이라고 정의하는 사람.
며칠 뒤에도 여전히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나는 화가 나서 이젠 가서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찾아간 대리점엔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다.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감을 느끼고 다시 이젠 여기엔 없는 누군가와 한 약속을 머뭇거리며 꺼냈다.
“몇 개월 전에 여기서 스마트 폰을 구매하면서 태블릿 pc를 사은품으로 받았는데요, 3개월만 요금제를 쓰면 기기값을 돌려준다고 했는데 아직 돈이 입금이 되지 않아서요.”
잠시 정적의 시간이 지나 몇 번의 한숨을 내뱉은 이후
“네, 고객님 확인을 해보니 계약서를 쓰셨더라고요. 그 계약서에는 24개월 할부로 태블릿 pc를 구매한다는 내용은 있는데 기기값을 돌려준다는 내용은 쓰여 있지 않네요.”
“제가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혹시 전에 있던 판매자님은 안 계신가요?”
“네, 며칠 전에 이 대리점을 제가 인수해서 그전에 누가 판매를 하셨는지 알 수가 없네요.”
마지막으로 그분은 나에게 정확하게 한 가지 사실을 얘기해줬다.
“고객님, 계약서에 고객님이 사인을 하셨네요. 이렇게 되면 안타깝지만 도와드릴 수가 없네요.”
난 돈을 잃은 것을 둘째치고 사람에 대한 실망과 사기를 당한 나에 대한 미움만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마트 폰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태블릿을 아내에게 보이며 자랑스레 난 호갱 아니라고 말했지만 2년 내내 그 태블릿 기기 할부금 납입 안내 문자가 올 때마다 ‘당신은 어쩔 수 없는 호갱입니다.’라고 친절히 확인시켜주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스마트 폰 선택 약정 할인이 끝나서 이제 요금할인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이 기기 그대로 선택 약정을 해서 또 할인을 받던지, 새로운 기기로 바꿔서 공시 지원금 또는 선택 약정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 검색창에 ‘호갱 되지 않고 스마트 폰 사는 법’을 쳐본다.
여러 사이트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인증을 얻어 비밀방에 들어가면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줄임말은 외워야 폰팔이한테 안 당한다고,
‘이런 말을 하면 100% 사기다.’ 하고 소개하는 내용에는 내가 당한 방법이 그대로 나와서 헛웃음도 새어 나왔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누군가에게 속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을 의심해야 하는
돈이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어쩌면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그런 세상...
그 영상을 보며 나는 누군가에게 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김질하는 나 자신이 무서웠다.
폰을 파는 모든 사람이 나를 속이려 계획하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했다.
뜻하지 않은 선행에 보이지 않는 악행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내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다.
'네가 바보라서 당한 거야. 그런 말을 믿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제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그런 나를 싫어하기 주저할 때쯤 결정했다.
이 꼴도 보기 싫은 스마트 폰과 조금 더 동행하기로 말이다.
‘2년 동안 호갱 노릇하느라 고생했는데,
그 기간 동안 한 사람을 그렇게 미워도 해봤는데,
지금 스마트 폰을 바꾸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누군가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 나 아닌 사람을 연기하고, 세상에 둔한 나를 속이려 애쓰는 누군가의 수고로부터
조금의 거리를 두고 살아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또 속아 넘어갈까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안녕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새로운 스마트 폰을 사야 할 때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