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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t May 21. 2019

용돈, 얼마면 돼?

아빠는 육아휴직 중

요즘 둘째는 돈 쓰는 재미에 빠져있다. 4월 중반까지는 학교를 마치고 내가 마중을 나가서 집으로 오면서 항상 내 손을 잡아 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집 앞 편의점이었다. 점점 내 손을 잡아 끄는 빈도가 늘어 일주일에 4번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 제안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둘째는 불만이 있었나 보다. 하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형은 왜 용돈을 받아?”

“형은 3학년이니까 친구들하고 사 먹기도 할 나이가 되었잖아.”

“나도 용돈 받고 싶어. 나도 친구들하고 놀다 보면 사 먹고 싶단 말이야.”

예섬이 말이 맞다. 학교 마치고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친구들이 뭘 사 먹으러 간다고 할 때 같이 가고 싶었겠지 싶다. 

‘이제 너도 용돈을 받을 나이가 되었구나.’

처음엔 용돈의 액수를 아빠인 내가 정했다. 일주일에 2천 원으로 말이다. 물론 가끔씩은 아빠와 엄마가 사주기로 했지만 좀 적은 액수였나 보다. 하루는 예섬이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편의점에 갔는데 거기에 예섬이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이 예섬이를 보자마자 

“예섬이 아빠, 예섬이가요. 제가 뭘 사면 싫다고 하는데 자꾸 달라고 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예섬이는 부끄러웠는지 내 뒤로 숨다가.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편의점 밖으로 뛰어 나가 버렸다. 내가 대신 친구들에게 사과했다. 

“그랬구나. 예섬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얘기할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그 말을 하고 돌아서는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백 원이었던 아이스크림 가격은 칠백 원으로 올라있었고 이천 원으로 친구들과 지내는 일주일 동안 사 먹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오른 물가를 절감했다. 


‘예섬이에게 너무 적은 돈을 준 것 아닐까?’      


예섬이의 부끄러움이 나에게도 전해져 미안해졌다. 


그 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말했다. 

“예섬이 용돈을 좀 올려줘야 할 것 같아.”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했는데 아내도 마음이 아팠나 보다. 

“용돈으로 얼마를 줘야 좋을까?”

“난 한 오천 원은 줘야 할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가족회의를 열어서 아이들에게도 한 번 물어보자.”     

다음 날, 가족회의를 열었고 아이들에게도 용돈으로 얼마를 줘야 좋을지 물어보았다.  아이들도 오천 원을 얘기했다. 다행히도 우리와 생각이 같았다. 바로 합의했고 다음 주부터 오천 원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생겼다. 

예섬이가 오천 원을 한 번에 줬더니 늘어난 용돈에 대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사 먹고, 문구점에 가서 친구들에게 슬라임 장난감을 사주며 하루 만에 용돈을 탕진해버린 것이다.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너무나도 빨리 그 상황과 마주하니 허탈했다. 하지만 예섬이에게 경제관념을 알려줄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예섬아, 이 돈은 5일 동안 써야 하는 돈이야. 이렇게 벌써 다 써버리면 다음에 네가 먹고 싶을 때 못 사 먹잖아. 그리고 지난번처럼 친구들이 사 먹을 때 사달라고 조를 거야?”

“알겠어. 이젠 조금씩 쓸 거야.” 

“그래, 하지만 이번 주는 용돈 다 썼으니까 용돈 못 줘.”

예섬이도 가족회의에서 정한 내용을 지키려고 한다. 떼를 써도 안 된다는 것을 알 나이다. 

하지만 마음씨 착한 예담이는 자기 용돈으로 동생에게 먹을 걸 사준다. 엄마도 아빠 몰래 사주기도 했나 보다. 예섬이는 그렇게 일주일을 견뎌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학교로 예섬이를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께서 예섬이가 만든 소원등을 전해주며 나에게 말했다. 

“예섬이 아버님, 예섬이가 오늘 소원등을 만들었는데 소원이 참 재미있네요.”

“다른 애들의 소원은 가족의 건강, 행복 이런 것들인데 예섬인 소원이 너무 구체적이네요. 호호”

예섬이가 만든 소원등을 받아 보니 이런 소원이 적혀있었다.      


‘할머니 오마넌 주세요.’ 


오마넌은 오만 원을 의미하는 듯하다. 하하^^;     

외할머니께 그 사실을 전해드리니 할머니는 예섬이가 안쓰러웠는지 오만 원을 주셨다. 

할머니께 오만 원을 받아 좋아하는 예섬이를 보고 나는 또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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