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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영 Jan 13. 2019

결혼하자마자 백수

제 1화  뜻밖의 외출

아내가 직장 5부제 시행으로 대중교통으로 출근한다며 어디 좀 갔다오란다. 그말이 웃기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어이없어 웃거나 의미를 되묻지 않았다.


'한달 넘게 집에서 놀았지만 공식적인 외출인듯한 느낌'


언제부턴가 결혼한 나를 빨리 한번 보자고했던 사촌 여동생이 생각났다. 12월 결혼을 앞두고 하고싶은 얘기 묻고 싶은 얘기가 많았을꺼라 생각했다.


평상시 아침 7시 30분 쯤 출근했던 조금 앞당겨 아내는 7시에 내가 자고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출근을 속삭이고 나는 밍기적 일어나 오늘하루의 건투를 빌며 응원의 포옹을 한다. 동시에 아침을 망치지 않게하기 위해 입을 굳게 다문채 키스를 한다.(입을 벌리지 않았지만 키스라고 표현하는게 올바르다.)


내 결혼식에 오지 않은 사촌동생.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래봤자 4개월이 조금 넘었겠구나. 카톡으로 날라온 점심메뉴 보기 중 추어탕이 맘에 든다. 올여름 집에 있으며 피신할 곳이 없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고 생활비를 축내지 않겠다는 일념이 나를 더위먹게 했다. 증상은 울렁거림, 소화불량, 체력저하, 기분다운이다. 오늘 36도가 넘는 더위었지만 추어탕이 당긴 이유다. 신기하게도 사촌동생이 추어탕을 먼저 얘기했다. 찌찌뽕.


"결혼하니 어때?" 


빨리 답했다. 1단계 질문에 머뭇거리면 옛날이 좋았다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


"결혼하니 뭐가좋아?" 라는

2단계 질문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쭉 해나가기 시작했다. 방심한 사이 공수가 바뀌고 내가 요즘 근황을 묻게된다.

"결혼준비 잘돼?" 이 질문하나면 게임 끝이다.


아버지(이모부)의 인가가 떨어졌다고 했다. 결혼에 반대로 인해 진전없이 고여있던 물에 파동이 온다. 아니 물고가 트였다.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남친에 답답해하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내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이제 상견례를 추진하게 됐다.


동상은 양가 부모님의 성격 비교, 우리의 현실, 남편될 사람 미래, 결혼전 남친에 대한 확신 등의 이야기를 시간가는줄 모르고 얘기했다. 나는 얘기에 집중하면서도 아내에게 오는 문자에 바로바로 답했다.


아내는 4시40분 퇴근.

5부제로 차를 가져가지 않은 아내를 위해 일터로 시간맞춰 간다는게 결국 늦어버리고 그마저도 퇴근길 차량에 휩쓸려 결국 아내는 지하철을타고 내려 뚜벅이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집으로 도착하는 끝자락에서 다행이도 만나 차에 태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밖에 나와있으니 당연히 퇴근시간에 맞추어 일터로 데리러 올 줄 알았던 아내가 실망했을꺼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만난 사촌동생의 결혼진행상황을 알려줬지만 피드백이 둔탁하고 날섰다. 괜히 빈정상한다.


오늘 모처럼 외출허락에 즐거웠는데

퇴근이후 저녁시간이 활력을 잃었다.


아쉽다 시간만 잘 맞춰갔어도.

분명 오늘 시원한거 먹고싶다며 초계국수? 냉짬뽕? 이라고 메세지를 왔었는데. 

분명 오늘 밥먹고 미드한편 볼까? 라고 메시지 왔었는데.


아내는 9시넘어 침상에 드셨다.


오늘은 1주년을 65일 앞두고 있는 딱떨어지는 30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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