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옥수수

by 조서정 시인

며칠 전에 시골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엄마가 갑자기 장롱 정리를 하다가 말고 당신 옷자랑 삼매경에 빠지셨다.


"엄마!~ 그 옷은 어디선 난 거야?"


"응 이건 니 외숙모가 사줬어"


"그럼 저기 블링블링한 옷은?"


"부여 미용실 원장이 자기 엄마가 작아서 못 입는 옷이라고 나눠 주길래 가져왔지.

아랫집 개똥이 엄마랑 같이 갔는데 개똥이 엄마는 덩치가 있어서 큰 옷만 두어 개 고르고 나는 워낙 말라서

많이 가져왔어"


"옷들이 다 비싸 보이고 이쁘네. 블링블링한 것이 딱 엄마 스티일이고

그런데 엄마! 이제는 남이 주는 옷 그만 얻어 입어~

앞으로 얼마나 산다고 남의 옷을 얻어 입고 그래요.

엄마 옷 내가 사 줄게"


"아녀! 지난번에 네가 사 준 옷도 많고 이젠 옷 더 필요 없어

요새는 옷 전 지나갈 때 쳐다도 안 본다.

이 옷만 가지고도 죽을 때까지 입고도 남겠어

그리고 저기 벽에 걸려 있는 옷은 작년에 네가 부여에서 사 준 거잖아.

딸내미가 사 준 옷 요즘 아주 잘 입고 다닌다"


엄마가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곳에 분홍색 재킷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쯤 동네 아주머니들이 너도 나도 옷을 사 입는다고 부러워하셔서 부여 옷가게에서 엄마 맘에 드는 걸로 하나 사 드린 옷이었다.


내 눈에는 예쁘지도 않은 데다 옷에 비해 옷값이 너무 과하다 싶었다. 그래서 옷값을 좀 깎았으면 했는데 엄마가 깎지 말고 다 주라고 눈치를 주셨다. 그래서 주인이 부른 대로 옷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와서는 엄마한테 다시 여쭤봤다.


"엄마! 아까 왜 옷값을 못 깎게 하셨어요? 내가 보기엔 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싶었는데.."


엄마의 대답은 정말 의외였다.


"응! 니들 어렸을 때 약초랑 채소랑, 옥수수랑 그런 거 만들어서

장에 내다 팔아서 돈 만들어 쓰고 그랬잖아!

그때 생각이 나서 그래~

사람들이 하도 가격을 깎자고 하는 바람에 힘들었거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엄마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랬구나!~ 엄마는 당신이 힘들게 살았던 그 시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셨구나!


그랬다. 우리가 어렸을 때 엄마는 매일 아침 돈 달라고 손 벌리는 자식들을 위해서 장날마다 뭔가 내다 팔 것들을 준비하셨다. 산에 가서 약초도 캐고 밭에서 콩도 따고 열무도 뽑았다. 옥수수가 익어갈 때는 옥수수를 쪄서 장에 내다 팔았다. 그중에 아주 못생기고 잘 익은 것들만 우리 몫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엄마는 옥수수를 따서 좀 모자라고 덜 익은 것은 당신이 골라 드시고 가장 잘 여물은 최상품 옥수수는 자식들을 위해 남겨 놓으신다.


어제저녁에도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엄마!~ 오늘은 뭐 하셨어요?''


"응 밭에 옥수숫대 묶어 주고 왔어. 옥수숫대가 커서 비 오면 다 부러지게 생겼길래"


옥수숫대보다 더 깡 마른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서 오늘도 밭에 나가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이제나 저제나 자식들이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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