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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Jul 21. 2023

반찬걱정 말고

한 2주 시골집에 못갔다.

울 엄마 오라는 소리 대신


"우리 딸 옥수수 좋아하잖여

 시간 날때 와서 옥수수 따 가라

 그리고 어제 임수대(외산) 장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젓갈 사왔응께 반찬 걱정은 하지 말고"


옥수수 따 가라는 말은 오라는 말이고

반찬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오징어 젓갈 밖에 없으니

와서 밑반찬 좀 만들어 달라는 말이다.


어떤 때는 동생이


"엄마 오늘 가서 맛있는 거 사 드릴께요"


그러면 엄마는


"아녀 요즘 정주나무 밑에서 맛있는거 많이

 먹어서 먹고 싶은거 아무것도 없다.

 바쁜디 오지 마라"


이라시고는 나한테 따로 전화해서


"딸 니 동생이 맛있는거 사 주러 온다고 했는디

 바쁠까봐 내가 오지 말라고 혔어

 근디 궂이 온다고 하면 저그 있잖니

 뼈 없는 닭튀김 그거 사오라고 니가 전화  좀 해라"


나는 중간에서 엄마와 동생을 통역해야 한다.


아무래도 우리 엄마는 전생에 시인이었나보다.

한 번 비틀어서 낯설게 하기 신공을

발휘해서 진의를 숨기신다.


엄마 말을 자꾸 분석하다보니

어려운 시를 분석하는 실력이 쪼매

발전한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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