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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Jul 26. 2023

불안이 키운 열매

직장인들은 의무적으로 1년 또는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주기는 사무직과 비사무직에  따라 검사 주기가 달라진다. 사무직은 2년에 1회, 비사무직은 매년 실시해야 된다. 내가 소속된 직장에서는 매년 건강 검진을 받아야 된다는 것.


친구와 건강검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는 내가 사무직인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더니 그럼 사무직이 아니라는 것.  헉 그럴 리가... 나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두드리고 있는데 왜 내가 사무직이 아닐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뭔 이유가 어찌 됐든 나는 매년 건강검진 대상자가 되었다. 그리하여 3년째 매년 건강 검진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건강검진 부작용이 사람을 엄청 불안하게 만들고 또 걱정 인형으로 만든다는 사실이다. 옛말에 모르면 약이고 알면 독이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이 딱 나한테 적용되는 사례다.


물론 건강검진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미리미리 검사해서 안 좋은 곳이 있으면 치료하고 또 잘못된 습관이 있으면 고치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요즘 50대들 중에 건강검진에서 한 두 개 안 걸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러니까 작년 건강검진 결과 사구체 여과율에 비상등이 켜짐과 동시에 재검 주의보가 떴다. 사구체 여과율이 망가지면 신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신장에 문제가 생기면 급기야는 투석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 무시무시한 결과 앞에서 나는 잠깐 기절 모드에 진입했다.


그런 다음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원인은 과도한 다이어트와 다이어트를 위해 복용한 식욕억제제가 아니었을까 의심했다. 의심은 어디까지나 의심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식욕억제제를 장기 복용한 것은 분명 안 좋은 상황을 초래했을 것이 분명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2달 후 종합병원에 가서 사구체 여과율을 다시 검사했다. 그랬더니 사구체 여과율 수치가 정상 수치 안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 그런데 문제는 면역 상태가 평균치 아래로 떨어져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게 되었고 또다시 2주 또는 2~3개월 후에 재검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틀 후, 내 몸이 코로나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코로나 상태였으니까 면역에 문제가 있었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코로나에 걸린 줄도 모르고 혼자 집에서 끙끙 앓다가 거의 회복된 상태에서 병원에 방문했던 것이다. 그래서 면역 문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다시 재검을 받지 않았다.


그 대신 면역에 좋다는 추어탕부터 장어탕에 계란까지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당연히 어렵게 뺀 살이 도로 원상 복귀되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 면역력 올리려고 너무 열심히 먹어댄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집 앞에 있는 칼국수 집에서 매운 칼국수를 먹다가 갑자기 위가 쓰린 느낌을 받았다.


앗!~ 분명 내 위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부랴 부랴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그리고 우선 급한 대로 집 앞에 있는 내과에서 역류성 식도염 약을 처방받아 먹었던 것. 그런데 이번에는 저 폐부 깊은 곳에 숨어 나를 괴롭히는 객담 때문에 아주 죽을 맛이었다. 결국 가정의학과에 가서 수액을 한 대 맞고 약을 먹은 뒤로 감기가 누그러 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빈속에 아이스크림 큰통 2개를 일주일 사이에 퍼먹었다. 평소에는 단 음식을 안 좋아하는데 감기 때문에 다른 음식이 먹히지 않았던 탓이다. 여하튼 그 후 건강검진 결과 공복혈당 150이라는 어마무시한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리고 바로 재검 통보를 받았다.


건강검진을 하고 얼마 뒤, 낯선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서구건강보험공단인데요"


"아! 네네 혹 지난번 건강검진 결과 때문에 전화 주셨나요?"


"네네 건강관리 잘하고 계신가 해서요"


"네에 건강검진 이후로 다이어트 열심히 해서 6킬로 감량했고요. 주말에는 20층까지 계단 오르기 열심히 하고 있어요"


"네 잘하고 계시네요... 음식도 잘 조절하시고 운동도 꾸준히 하셔야 됩니다.

 그리고 건강정보 책자 한 권 보내 드려도 될까요?"


"네에 감사합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간간이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 자료가 문자로 날아오고 있다. 뭐 나름 나라에서 관리받는 비싼 몸이 되었으니 이를 좋다고 해야 되나? 슬프다고 해야 되나?


아직 재검은 안 받았지만 나름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있으니 공복혈당이 내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찬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괜찮겠지 싶긴 한데 조만간 재검 날짜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여하튼 건강검진 이후부터 그동안 꾸준히 실행에 옮겨왔던 원푸드 다이어트 방법을 전면 개선했다. 무엇이든 그냥 손에 닿는 대로 맛있게 먹는 걸로...


그리하여 냉장고를 열어서 눈에 띄는 식재료가 있으면 그걸로 계란 볶음을 해서 먹고 있다. 또 바나나와 우유를 갈아 마시는 걸로 아침을 해결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오랜 다이어트 부작용으로 인한 변비 개선을 위한 위한 나름의 비책이다. 그런데 효과는 그닥? 그리고 현재 다이어트는 계속 정체기를 번복중인데다 처음에 야심차게 시작한 운동도 조금 느슨해진 상태다.


대신 혈관 건강에 좋다는 여주즙에 당떨어뜨리는 영양제에 유산균, 오메가 3, 비타민D, 활력에 좋다는 비타민 B, 면역력에 좋다는 프로폴리스 등등. 영양제 숫자만 늘고 있다. 여하튼 이런저런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 무기력증도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고 끄떡하면 무너지던 몸의 균형도 잘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결심한 것은 이제는 낮에 일하고 또 집에 와서 밤을 새 가면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도 좀 줄여야겠다. 돈도 좋지만 주택담보대출금 상환도 좋지만 그것보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셈이니 설렁설렁 한량처럼 살아야지 싶은 것이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어느새 영양제를 찾는 50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긴 50대에 완벽한 건강을 자랑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테니, 어쩌면 나는 가장 평균적인 50대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평소에 워낙 건강 염려증을 달고 사는 부류에 속하다 보니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예민했던 것 같고... 무엇보다 잦은 건강검진 부작용(?)으로 나도 모르게 예민모드가 형성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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