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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Dec 23. 2022

텅 빈 가슴을 채워준 이론서들

포엠토피아에서 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지역의 한계를 넘어 더 훌륭한 교수진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모두에게 공개되는 게시판을 통해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고 결국 나는 수강료가 좀 더 저렴한 사이트를 찾아 아트앤스터디로 옮겨갔다.


아트앤스터디는 철학부터 창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문학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는 국내 최대라고 자부할 수 있는 인문학 강의 사이트였다. 또 교수진도 훌륭한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수강생들도 등단 시인 버금가는 실력자들이었다. 나는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또 밤을 지새우며 습작을 하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간간히 철학이나 인문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부족한 인문학 지식을 채워갔다.


그중에서도 내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이었다. 사람은 왜 도대체 끊임없이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관심이 찾아낸 또 다른 책은 진화심리학자이면서 미국 텍사스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버스가 쓴 [위험한 열정, 질투]였다. 지금은 절판되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책인데 그 당시 내가 이 책을 손에 든 것은 행운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목차에서부터 내 호기심을 확 끌어당겼다.



목차

1장 위험한 열정

녹색 눈의 괴물, 질투

오셀로 증후군

사랑의 진화

숨겨진 욕망

여성은 왜 외도하는가?

배란기의 성적 충동

비밀스러운 외도, 어떻게 알아낼까?

사랑으로 이끄는 감정적 지혜     


2장 질투의 패러독스

질투의 패러독스

질투란 무엇인가?

질투에 대한 신화

남성과 여성 간의 갈등의 진화

전략적 간섭 신호로서의 감정

질투는 외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남성과 여성의 공동 진화 나선     


3장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질투

다양한 성 상대를 원하는 남성, 감정적 유대를 원하는 여성

확실한 엄마, 확실하지 않은 아빠

성관계에서의 감정적 유대

질투의 딜레마 - 소피의 선택

성별 차이에 대한 경쟁 이론들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질투 사례들

동성애 관계에서의 질투

영원한 삼각관계

경쟁자에 대한 질투-네덜란드의 경우

경쟁자에 대한 질투-한국, 네덜란드, 미국의 경우

경쟁자에 대한 질투-자메이카 킹스턴의 경우     


4장 오셀로 증후군

왜 상대의 부정행위에 민감한가?

발기 장애와 질투

알코올 중독과 질투

성적 불만족과 질투

왜 여성의 성욕 감퇴가 문제인가?

매력도 차이와 질투

청소년기의 충격적 사건과 질투

광장공포증 아내와 질투하는 남편의 공생

질투의 병리학     


5장 내가 가질 수 없는 여자라면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질투와 폭력

다양한 질투 폭력

당신도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성도 남성처럼 폭력적인가?

질투 폭력에 대한 설명들

배우자의 외도와 폭력

왜곡된 사랑, 스토킹

성적 질투와 살해

배우자 살해에 대한 진화적 설명

배우자 살해에 관한 법률

배우자 살해를 당하기 쉬운 여성들

배우자 살해에 대한 환상     


6장 남성과 여성의 외도 욕망

외도의 성행

마음속의 성욕

성적 환상

매력도 차이와 외도 가능성

매력도와 수확 체감의 법칙

결혼 만족도와 혼외 정사

부정한 배우자의 성격 - 성격은 운명인가?

어떤 사람이 배우자를 외도하도록 만드는가?

외도의 단서 - 미묘한 신호에 대한 민감성

파경을 부르는 매력도 차이     


7장 왜 여성은 외도하는가

대칭적인 남성 선호

성적 매력이 있는 아들

짝 보험은 왜 필요한가?

더 나은 상대로의 교체

그저 즐기고 싶은 마음

모든 여성이 외도하는 것은 아니다

.

.

.

"위험한 열정 ‘질투’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보고서     

자신의 배우자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감정적으로 깊이 교류하며 서로 믿고 의지하는 상황과, 그저 새로운 상대와 성욕을 불태우는 상황이 있다고 치자. 어느 쪽이 더 화나고 충격적일까? <위험한 열정, 질투>의 저자인 데이비드 버스(D. Buss)에 의하면, 동서양을 통틀어 여성들 대부분은 감정적인 배신 행동에 훨씬 더 많이 화가 난다고 응답한 반면, 대부분의 남성은 상대의 성적 배신을 더 괴로워한다고 한다.     


데이비드 버스는 남성은 자기 짝이 낳은 자식이 실제로 자기 자식인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여성은 자신의 짝이 다른 여성과 그 자식에게 마음을 빼앗겨 ‘자원’을 몽땅 갖다 바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늘 가지고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1990년대 들어 새롭게 소개된 진화심리학에 기초하고 있다. 상대의 배신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타나는 질투의 성별 차이는 인간이 진화해온 역사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은 인류가 수렵?채집기(인류 진화 역사의 99%를 차지하는 시기)를 거치는 동안 끊임없는 적응문제에 직면하고 해결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기관’이다. 여성의 마음은 자신과 자식의 보호를 위해 보다 풍부한 ‘자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남성을 짝으로 선택하도록 자연 선택되었고, 이에 대응해서 남성의 마음은 자신이 그런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속임수를 쓰도록 자연 선택되었다.

이 두 ‘마음 기관’은 상호 영향을 주면서 오랜 시간동안 나선형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책소개 중에서


한 마디로 인간의 마음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벌여온 셈이다. 즉 수렵과 채집생활을 하던 선사시대부터 외도와 질투라는 감정이 형성되었다는 것. 동굴에서 아기를 출산해서 키우고 보호해야 되는 여자는 거대한 자연이라는 저 위험한 사냥터에서 남자가 죽기라도 하면 내 아기는 누가 보호해 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아기를 보호해 줄 또 다른 대체제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남자는 자신이 사냥터에서 죽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서 종족 번식의 욕망에 의해 또 다른 대상을 찾아 나섰다는 것.


삼십 대 초반에 읽은 책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 당시에는 애 아빠의 끊임없이 나를 옥죄려는 심리와 밖으로 나도는 심리를 이해하는 토대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라캉의 욕망이론과 권택영 박사의 슬라보예 지젝이 본 라캉을 중심으로 기술한 <잉여쾌락의 시대> 등을 주워 읽으면서 우리 가정을 지배하고 있는 다양한 심리적 현상들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구하는 시간이었다.


또 하나는 당시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었을 법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손에 들고 읽었다. 그리고 그 '무소유'를 시작으로 법정스님의 책들을 구할 수 있는 대로 읽다 보니 어느새 정찬주 작가가 쓴 [길이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을 읽게 됐다. 그 책 속에 들어있는 추천도서 목록들을 하나씩 찾아읽다 보니 어느 사이 불교의 禪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나갔다. 그렇게 현각 스님의 [만행]을 읽고 지금은 돌아가신 조오현 스님의 [선문선답], 이은윤 씨가 쓴 [화두 이야기], 고목 선사의 [화두] 등등에 빠져 들었다.


그 중에서도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용어부터 내용들까지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권택영 박사가 쓴 [라캉, 장자, 태극기]라는 책을 읽었던것 같다. 여하튼 나는 정신분석학, 심리학, 불교의 선 철학 등에 매몰되면서 마음을 평정을 찾아갔다. 그러면서 도저히 가슴으로 이해 안되는 현상들이 조금씩 이해가 되면서 숨 쉴 수 조차 없었던 내 마음에도 바늘 꽂을만한 공간이 생겨났다. 그 힘으로 등단에 대한 꿈을 조금씩 굳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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