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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정 시인 Jan 13. 2023

꽁돈?

며칠 전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데 10만 원이 불어나 있었다. 뭐지 하고 생각하다가 합리적인 이유를

바로 찾아냈다.


내가 뭘 구매했다 취소한 돈이 이제 들어왔나 보다.

워낙  구매 취소 전문이다 보니 어디서 환불 됐거니 생각하고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란디 딱 어제 엄마와 통화 중에 그 돈의 출처를 알게 됐다


"서정아!  엄마가 어저께

 니 통장으로 10만 원 보냈응께

 니 생일날 맛난 거 사 묵어라"


"헉!  그 돈이 엄마가 보낸 거였어?

 나는 공돈인 줄 알고 다 써부렀지요 ㅋㅋ"


그렇다. 나는 71년 음력 12월 22일 아침 10시 양력으로는 72년 2월 5일 입춘 다음날 태어났다. 오십까지는 돼지띠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오십 이후 내 나이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여 알아보던 중에 내가 돼지띠가 아닌 쥐띠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니까 아무리 음력을 사용하는 우리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나뉜다는 사실을 50년을 넘게 살고 나서 알게됐다. 그러니까 입춘 다음날 태어난 나는 하루 차이로 돼지띠가 아닌 쥐띠가 된 것이다. 뭐 쥐띠면 어떻고 돼지 띠면 어떠랴.


다만 음력이라는 이 기준 때문에 7살에 학교에 들어간 셈이니 어린 시절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었고 늦땐 아이였다. 유초등 시기에는 생일이 빠른 아이와 늦은 아이 사이에 발육 차이가 엄청난 것인데 나는 거의 1년을 월반해서 공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인생도 늦됐던 것이 아닌가 싶다.


건 그렇고 올해로 팔십하나가 된 우리 엄마는 4남매 생일과 며느리 생일 때마다 맛난 거 사 먹으라고 10만 원씩 보내 주신다.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에는 돈 나오는 곳이 없어서 거의 노령연금과 쥐꼬리만큼 나오는 국민연금 그리고 가끔 자식들이 드리는 약간의 용돈이 전부다. 그 돈에서 아끼고 아껴서 자식들 생일과 며느리 생일을 챙기신다.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다.


"엄마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앞으로 주면 또 몇 번이나 더 주겠냐"


그러신다. 엄마는 자식들한테 줄 수 있는 것을 다 주고도 늘 못 준 하나를 생각하는 분이다. 그래서 늘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생일 날 아침 나는 생각한다. 나 이만큼 살았으면 충분히 많이 살았어.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보다는 더 많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식이 부모를 앞서 가는 것만큼 큰 불효가 또 없으니 엄마보다 더 많이 살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는 생각을 쉰셋 생일에 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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