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쟁이의 뻥튀기

by 조서정 시인

"그때 당신이 나를 보자마자 방으로 숨지만 안았어도 좋았을 것 인디"


아버지는 가끔씩 잊을만하면 옛날이야기를 밥상위에 올리셨다. 그런 아버지를 대하는 엄마의 반응은 늘 한결같았다


"그럼 처음 보는 사내가 부엌으로 쏙 들어오는 디 방으로 숨는 것이 당연하지.

뭘 그걸 가지고 지금까지 우려먹는대요.

그게 언제 적 일인이라고"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두 분이 처음 만났던 장면이다. 엄마한테 아빠의 첫인상은 그냥 무섭게 생긴 사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만남이 얼굴에 아궁이에서 긁어낸 재티를 얼룩덜룩 뒤집어 모습이었다니.......


끌리는 부분이라고는 눈을 씻고 쳐다봐도 없는 그냥 지저분해 보였던 아버지의 첫 인상이 엄마 마음에 평생 각인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짧은 에피소드가 연애사의 전부인 엄마는 겨우 5분 거리에 있는 아버지한테 시집을 왔다. 그런데 그 짧은 거리가 얼마나 멀었던지 두 사람은 혼인 말이 오가기 전까지 한 번도 서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고로 젊은 아버지는 당신한테 시집온다는 색시를 보기 위해 나름 꾀를 낸 것이 외갓집 아궁이에서 재를 퍼낸다는 핑계였다. 하이칼라 아버지가 손수 지게까지 자청하며 색시를 보기 위해 겨우 얻어낸 기회였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아버지 마음도 모른 채 방으로 숨어 버린 것이다. 처음부터 줄다리기로 시작된 두 사람의 혼인은 어디까지나 중매쟁이의 뻥튀기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랑감에 대한 정보에 참기름을 팍팍 친 중매쟁이는 소설가 뺨치는 언변으로 이야기를 창작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조 씨 청년한테 시집오는 처자는

시집오자마자 대도시에 나가서 편하게 살 거야”


“아니 글쎄 작은아버지가 장조카 앞으로 논 열 마지기하고 집을 사 놨데”


온갖 감언이설이 난무했다.


중매쟁이의 거짓 정보에 속은 외할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아버지를 사위로 결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혼인이라는 것이 본디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이뤄졌던 만큼 엄마에게 닥친 현실은 말 그대로 온갖 고생의 출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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