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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세상 덕하게 살아남기

마니아, 콘텐츠가 되라

by 휠로그


보편성의 작동과 몰입의 가치


인간의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기회비용으로 남긴다. 그렇다면 몰입이라는 행위의 기회비용은 무엇일까? 많은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큰 비용으로 보편성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즉 보편성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방식을 생각해 본다면 몰입의 가치는 분명해진다.


보편성은 쉽게 말해 다수 사람들의 경험이나 선험적 의견을 재료로 빚어진 것이다. 이 다수는 그냥 다수가 아니라 시공간을 공유하는 다수인 경우가 많다. 물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보편성도 있다. 이는 같은 시공간을 사는 다수의 사람들의 사회에서 빚어진 여러 층위의 보편성들 중 또 다시 공통적인 것들이 추려진 것이다. 이런 경우는 보편성의 보편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우리가 흔히 종교의 교리라고 부르는 것들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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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한 자와 세상의 관계는 중력이 매우 강한 행성과 그렇지 않은 행성의 거주자의 차이에 비유할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보았다면 주인공들 중 몇 명이, 매우 강한 중력의 행성에 다녀온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행성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몇 분이었으나, 그들이 행성에진입할 때 청년이었던 그들의 동료는 행성 외부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동안 장년이 됐다. 인터스텔라의 경우만큼은아니더라도, 몰입한 자를 두고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는 무심할만큼 빠르다.


물론 몰입한 이에게도 업데이트는 있다. 하지만 그 업데이트는 우리가살고 있는 3차원 세계의 시간에서 말하는 업데이트와는 거리가 있다. 외부에서보자면 분명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은 움직임인데 그들에게는 어쨌든 ‘진행’인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를앞지르기도 한다. 즉 다차원적인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거듭 외부에서 보기에 그러한 업데이트는 찻잔 속의 태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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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 혹은 힙하다는 말 자체는 최근에 빈번하게 쓰이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개념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니다. 인류 사회는 거의 대부분 힙한 것을 지향하는 이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현대 사회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현대 사회의 원시적인 속성이라고나할까.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도 ‘요즘 젊은 것들은’이라는 문구가 발견된다고 하는데, 아마 모르긴 해도 그 반대 속성의 문구도 어딘가에서는 필히 발견되리라는 데 ‘만 원 빵’이다. 인간은 원래 ‘힙’을지향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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