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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씨네 WeeCine May 27. 2018

사랑위에 놓여진 죽음을 그린 영화

<AMOUR> (아무르 : 사랑  2012, 미하엘 하네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던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누구든 가리지 않고 집에 들이닥치는 도둑과 같이,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의 삶에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조르주가 아무리 불러도 답이 없던 안느, 심지어 그녀는 조르주가 자신을 불렀다던 기억조차 없는데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안느지만, 결국 그녀는 반신불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혼자 움직일 수도 없게된 안느


안느는 그런 자신의 상황을 마냥 비관하지는 않았습니다. 조르주의 도움 없이 움직여 보려고도 하고, 태연히 책을 읽기도 하며, 담담히 일상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녀의 자존감을 지키고자 한 것이죠. 조르주 또한 평생을 사랑해온 그의 아내의 병수발을 아주 정성껏 들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고 지켜만 봐야한다는 죄책감이 그를 더욱 헌신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노부부의 일상은 그렇게 다시금 평화를 찾는 듯 했습니다.  

    

힘겹지만, 적응하고 있던 노부부의 일상


그러나 친구들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것이 일상인 그들 부부의 나이는, 안느로 하여금 병마에 도저히 이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안느의 병세는 심해져 갔고, 치매까지 오며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피폐해 졌습니다. 안느는 신체와 정신의 고통 속에 점차 삶의 의지를 놓아갔죠. 그녀는 조르주에게 자신이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없으며, 이제 자신을 그만 돌보아 주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그녀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안느의 모습은, 이제 그만 편안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느는,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에게 자신이 젊은 시절 가르쳤던 곡을 쳐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젊은 시절의 사진첩을 보며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합니다. 그녀는 그녀가 찬란했던 인생을 사랑하기에 고통스럽고 추해진 현재를 마감하고 싶어 하는 것이죠.   

  

오래된 사진첩을 보며, 인생이 아릅답다고 말하는 안느

점점 더 심해지는 병세에 대화조차 힘들게 된 안느. 그녀에게 헌신적이던 조르주도 점차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혼자 일어나려다 넘어진 안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물마시기를 거부하는 안느의 뺨을 때리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이가 점차 망가져가는 것을 지켜만 봐왔던 조르주는, 무력감과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에 지쳤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르주는 안느를 포기하지 않은 채 여전히 극진히 보살폈습니. 비록 인간성의 한계를 마주하며 인내심에 바닥을 보일지언정 그는 사랑하는 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안느를 위하는 조르주의 한결같은 마음이 오히려 조르주의 마음에 갈등을 불렀습니다. 망가져 가는 안느의 모습을 보며, 계속해서 그녀를 돌보는 것이 과연 그녀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제정신으로 돌아온 안느와 행복한 대화를 나누었던 조르주는, 결국 그 다음날 발작을 일으키는 안느를 진정시키곤 그녀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그는 밖에 나가 꽃을 사오고, 안느의 옷을 갈아입힙니다. 그녀가 원하던 대로, 품위 있고 아름답게 그녀의 마지막을 꾸며준 것이죠. 그리고 이내 조르주 또한 안느와 함께 그들의 세상을 마칩니다.

     

꽃에 둘러 싸여 식어 있는 안느


영화 <아무르>는 안느를 향한 조르주의 사랑이 정답이라며 제시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인생의 끝자락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먹먹한 영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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