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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씨네 WeeCine Sep 30. 2018

고통에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

내일을 위한 시간, 2014,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고통에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은, 종종 삶이 주는 압박에 지쳐 쓰러지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친 사람에게는, 끊임없이 깊어지는 우울감이 문득 덮쳐온다. 영화의 주인공 산드라 또한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로, 몇 달 전 깊어만 가는 우울을 만났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아이를 둘이나 키워야 하는 삶의 환경이 그녀를 탈진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녀는 결국 몇 달간의 휴직을 신청했다.     



삶이 주는 고통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스스로를 치유하던 그녀는, 어느 정도 호전된 지금 다시금 그 고통과 마주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평범한 삶일 지라도,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영위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기만 한 삶은 그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회사의 사장이 산드라의 동료들에게, 산드라의 복직과 1천유로의 보너스 중 양자택일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힘든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이었던 그녀의 동료들은 그들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산드라를 선택 할 수 없었다. 결국 산드라의 복직이 아닌 1천유로의 보너스를 택한 많은 동료들의 투표는 산드라를 다시금 삶에 절망하게 만들었고, 너무나 지쳤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복직해야 한다고 여기는 동료 줄리엣은, 그 투표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재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장의 공포감 조성이 투표에 악영향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한 줄리엣의 성화는 결국 사장으로 하여금 재투표를 승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산드라는, 재투표를 동료들을 한명씩 만나 설득해야 한다는 줄리엣의 말을 선선히 따를 수 없었다. 산드라에게 있어, 동료들을 한명씩 만나 스스로를 선택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마치 구걸하는 것과 같아 너무나 비참하였을 것이며, 한때의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은 또 다시 그녀를 정신적인 한계로 몰아가리라 여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남편은 복직은 그녀의 권리이며, 이 상황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격려했다. 비록 그러한 남편의 응원은 그녀로 하여금 고통스러운 현실에 마주하게 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결국 현실과 싸워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산드라는 친했던 동료들의 무관심과 냉대, 폭력에 마주하여 곧잘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다시금 일어났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마주한 재투표 날, 산드라는 끝까지 싸웠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하지만 산드라는 그녀에게 인턴 대신 복직하라는 사장의 제안을 고민 없이 거절하고 후련히 회사를 빠져나온다. 그것은 산드라에게 있어서, 고통과 마주하며 느낀 좌절감 보다, 삶이 주는 부담에 맞서 싸우며 얻은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 더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통에 정면으로 마주해 끊임없는 좌절을 겪고, 깊은 외로움을 느꼈어도, 포기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산드라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위안과 또 다른 삶에 대한 용기를 얻었던 것이다. 영화는 그런 산드라의 모습으로, 우리가 지쳤을 때 오히려 삶이 주는 시련에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런 방식으로도 우리는 절망을 이겨 낼 수 있다고 길을 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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