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씨네 WeeCine Nov 28. 2018

[The Danish Girl] ; 대니쉬 걸

에이나르-릴리 / 게르다

 전도유망한 젊은 화가, 아이나 베게너. 어느 날 파티를 위해 아내 게르다와 함께, 장난으로 여장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여장은 베게너 부부를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장난으로만 여겼던 여장에, 아이나가 깊이 빠져든 것이다. 그는 점점 여장한 자신을 만나고 싶어졌고, 몸가짐과 말투 사소한 것 하나까지 여성으로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단지 여장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아이나는 이제 스스로에 대해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기 전 에이나르


그는 처음으로 느끼는 성 정체성의 혼란과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에 의사들을 만나기도 하고, 여성이 아닌 남편을 원하는 아내 게르다를 위해 남성으로 지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남성의 모습은 잠시뿐, 아이나는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여성이며 그것이 자신의 본성임을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아이나는 남성으로서의 자신을 견딜 수 없게 되었고 여성으로서의 자신 ‘릴리’를 진정한 자아로 인식하게 된다.




릴리가 된 에이나르


릴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덕분에 자아의 혼란으로부터 오는 괴로움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괴로운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신체였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는 흔들림이 없었지만, 신체적인 특성은 자아의 재정립만으로 변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스스로 여성이라고 여기며 여성이 되고 싶은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남성적 특성, 특히 남성기는 더없이 혐오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바라는 에이나르




결국, 위험한 수술 끝에 남성의 성기를 제거한 릴리. 그녀는 이제 여성으로의 삶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여성복을 입고 당당히 거리를 나섰으며, 백화점에서도 일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이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보다 완전히 여성이 되고 싶었다. 릴리는 자궁을 원했고, 궁극적으로 언젠가 아이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한 선택이었을까. 릴리는 다시 한번 수술을 강행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랑하는 게르다의 손을 잡은 채로 세상을 떠난다.


수술 후의 릴리와 게르다


릴리는 마지막 수술의 직전 게르다를 보낸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그녀가 죽음을 예견했기 때문이었을까? 나에겐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수술을 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현실의 크나큰 벽 앞에 절망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녀는 자아를 인정받고 싶었고 그 자아의 궁극적 실현을 위해 아이까지 원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 그리고 게르다가 그린 릴리


릴리는 전도유망한 화가도, 다른 어떤 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한 명의 온전한 여성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계속되는 자아의 흔들림과 자신에 대한 혐오의 끝에서 발견한 진정한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인정받고자 했던 릴리. 그러한 그녀의 본능적 욕망은 죽음 직전의 꿈속에서 그리고,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게르다의 그림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에디 레드메인(좌) / 에이나르 베게너-릴리 엘베(우, 실제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고난속에서 희망을 그리는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