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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스키 Nov 04. 2024

은행나무

언제나 그자리에 있는 나무에 대한 나의 생각

이제 가을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부쩍 듭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조금은 두터워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시원한 바람으로 인해 행여나 먹이라도 날아가버릴 새라 어느때 보다 바삐 지적이며 날아다니는 새들, 낙엽으로 인해 지저분해진 거리를 하염없이 청소하는 청소부 아저씨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 없는듯이 불어오는 바람에 그냥 떨어져내려가는 은행나무 낙엽들, 나는 모처럼 만에 옛추억과 함께 고스란히 여전히 머물러 있는 은행나무길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빙을 즐기는 것보다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거리가 왜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 더욱 좋아하게 되었는지 사실 아직도 잘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차를 타고 다니면서 볼수 없었던 내 주위의 풍경을 조금은 더 볼수 있기 때문에 아니면 이제는 하나로도 놓치지 않고 기억속에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 담아내고 싶은 풍경들이 더 많아진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거리를 가득 노란색으로 물들인 은행나무 숲길을 달리다 어느새 자전거가 아닌 나의 두발로 천천히 걷고 싶다는 생각문득 들었습니다.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바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 은행나무는 세월이 지나도 한번의 오차도 없이 계절에 따라 이렇게 바뀌는 것인지 경이롭다는 표현까지 하고 싶은 정도입니다. 다른 어떤 색보다 노란색은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전달해주는 이유가 분명 있을 듯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노란색 하면 떠오르는 것이 유치원 그리고 아이들이 생각나곤 하는데 그래서 더욱 땅에 떨어진 노란색이 어쩌면 반갑기도 어떤면에서는 처량하기 보이기까지 합니다.


솔직히 지금의 이 은행나무길은 변한적이 없었습니다. 10년전에도 그랬고 불과 1년전에도 이곳에는 항상 은행나무가 있었죠. 변한건은 지금의 나입니다. 은행나무는 변한적 없이 그대로 그자리에서 머물러있었던 것이죠. 세상을 살다보면 모든게 변하고 사랑했던 마음도 그리워하는 마음도 무엇을 이루고 싶은 욕망도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마음이 가장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언제나 그자리에서 머물러 있는 바로 이 은행나무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늘 그자리에서 언제나 날 반겨주는 그 무엇이 세상을 살다보면 그것만큼 든든하고 그리운 대상이 없는 것이지요.


24년 11월 유독 올해 가을이 예년보다 새로운 것은 아마도 하루에 느끼는 정말인지 평범하기 짝이없는 아주 일상적인 일에도 영감을 받고 사색하고 그리고 글로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해이기 때문인듯 합니다. 내안의 펼처진 수없는 잔상과 영감을 표현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 설사 시간이 다 되어 바람이라는 환경에 의해 속절없이 떨어져버리는 은행나뭇잎이 되버리더라도 말입니다.


그사이 거친 바람에 또한번 은행나뭇잎이 창공을 가르며 넓게 퍼지며 떨어집니다, 흡사 노란 눈이라도 내리는 것 마냥 파란 하늘에 노란 물감을 퍼트리는 듯 하게 은행나뭇잎은 허공을 날아다닙니다.

나의 글쓰기도 바로 이렇게 언어라는 도구로 종이라는 허공에 어떨때는 자유롭게 어떨때는 힘차게 그렇게 날아다녔으면 합니다.


은행나뭇잎이 자유를 향해 날아간 것 처럼.

저 또한 글을 쓰며 자유를 향해 날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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