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분 점토와 타액과 슬픔으로 빚어진
한 여자의 두상이 있다.
남자는 늠연한 숲나무 같은 육체의 혈기를
억누르는 남자는
여자의 잠잠한 두상 앞에서 천 년 같은 세월을 보내고.
아아. 분노가 온다. 에메랄드 그린 눈동자.
마침내 남자는 성큼 다가간다.
석분 점토와 타액과 슬픔으로 빚어진 그녀의 머리칼을 만지고
손가락 사이사이에 엉켜들지 않음에 성을 내고
그것이 제 사랑이라고 믿으면서
남자는 베풀 듯이 입 맞춘다.
흉상도 아닌 두상이라니 정말 싱겁군.
그녀는 거만하게 투덜거리는 남자를 사모하자고 결정한다.
인간의 절실한 고독을
우악한 진심을
보고 있으니 안고 싶은데 팔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