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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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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매 Feb 23. 2024

사랑하고 허무는 시


석분 점토와 타액과 슬픔으로 빚어진

한 여자의 두상이 있다.


남자는 늠연한 숲나무 같은 육체의 혈기를

억누르는 남자는

여자의 잠잠한 두상 앞에서 천 년 같은 세월을 보내고.


아아. 분노가 온다. 에메랄드 그린 눈동자.


마침내 남자는 성큼 다가간다.

석분 점토와 타액과 슬픔으로 빚어진 그녀의 머리칼을 만지고

손가락 사이사이에 엉켜들지 않음에 성을 내고

그것이 제 사랑이라고 믿으면서

남자는 베풀 듯이 입 맞춘다.


흉상도 아닌 두상이라니 정말 싱겁군.


그녀는 거만하게 투덜거리는 남자를 사모하자고 결정한다.

인간의 절실한 고독을

우악한 진심을

보고 있으니 안고 싶은데 팔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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