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삶의 마지막 집필이라면
나는 무슨 말을 남겨야 하지
너는 아느냐고 묻고 싶어도
너는 가을별 뜨기 시작한 초저녁부터
계속 울고만 있다.
의연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면서
소리를 내지도 않고 그저
두 눈이 짓무르도록 눈물만 흘리는 너는
십자가를 짊어진 그분처럼 숭고해 보인다.
이것이 삶의 마지막 집필이라면
나는 무슨 말을 남겨야 하지
거역할 수 없는 고행의 시간을 가지는 듯한 네게
다가가는 건 어쩐지 무도한 짓 같아서
나는 마룻바닥에 조용히 드러누워
입술을 달싹이며 읊조려본다
너는 시인 나는 풀벌레
너는 가스등 나는 안개
너는 홍안 나는 벽거울
내가 최후에 남기고픈 말이 고작 이런 것일까
문득 회의감이 손톱처럼 자란다
그럼에도 나는 입안에서 되풀이하고 만다.
너는 언제쯤 눈물을 거둘 것인가
언제쯤 눈물을 거두고
다시 가을밤 바람처럼 고요한 외로운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러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