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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Jul 25. 2019

[추천사] 떨리는 게 정상이야 (윤태웅, 2018)

‘망설임의 흔적’에 대하여 

윤태웅 (Tae-Woong Yoon) 교수님의 첫 단행본 <떨리는 게 정상이야> 뒷 표지에는 제가 쓴 부족한 추천사가 있습니다. 본래 추천사는 아래 6문단이었는데, 편집자인 박래선 대표님의 의견을 받아 첫 3문단을 빼고 아래 3문단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많이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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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가 쏟아지던 지난 여름 어느 날, 우리는 광화문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리영희 선생님의 절필선언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수님, 우리는 리영희 선생님처럼 글쓰기를 멈춰야 하는 시점을 스스로 알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경험으로 사고하는 기성세대인데, 우리의 글이 변화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게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가만히 듣고 있던 그가 내게 되물었다. ‘자신이 글을 그만 써야하는 시기가 오면 찾아와 이야기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다. 불편한 말을 꺼내 관계가 어색해지는 것은 괴로운 일이겠지만, 그의 글이 초라해지는 건 내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일이다.


나는 그의 글에 자주 감탄한다. 정갈한 문장 사이사이에 배어있는 ‘망설임의 흔적’ 때문이다. ‘과연 이 논리가 최선의 설명인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이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질문하는 자의 윤리가 그곳에 있다.


떨림이 멈추지 않는 나침반을 들고 그는 지금 여기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대면한다. 왜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고 왜 독단적 회의주의는 회의주의가 아닌지, 또 논리적 사유체계로서 수학이 왜 필요한지 말한다.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 대학 내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도 논한다.


매번 망설이며 질문하는 저자가 이 시대의 절박한 화두 속으로 조심스러운 한 걸음을 내딛고 세상과 공명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가진 오래된 무기 덕분이다. 그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슴 한 켠에 간직한 채 세상을 설명하는 최선의 언어를 찾고자 안간힘을 쓴다. 이 책은 그런 과학자의 글이다.


https://bit.ly/2JO7Z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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