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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섭 Aug 23. 2020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난 김연수의 문장이 묘하게 낯설었다. 몇 번 그의 책을 읽으려 시도했을 때마다 뭔지 모를 간극 때문에 중간에 접었다. <일곱 해의 마지막>은 내가 끝까지 읽은 김연수의 첫 책이다.


수능시험을 공부하다가 <여승>을 만났는데,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라는 문장은 아무리 수능 모의고사 언어영역 지문으로 만나더라도 그 막막함과 아련함을 숨길 수 없었다. 흰 바람벽과 흰 당나귀가 세상에 있다는 것을, 바닷가를 거닐 때는 지중지중 거려야 한다는 걸, 종종 감당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으로 인해 삶이 휘둘리는 건 하늘이 나를 가장 귀해하는 때문이라는, 그래서 외롭고 쓸쓸한 것 사이에 높다는 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모두 백석이라는 시인이 있어 내게 가능했던 일이었다.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을 읽으며 아쉬웠던 게 무엇인지를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그 책에서는 백석의 삶과 글을 보면서 기대했던 아련함과 막막함이 문체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김연수 작가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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