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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희 Sep 02. 2022

우주라는 책 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발견하다

그래서 내가 책을 읽게 되었지!



몇 년 동안 꾸준했던 것은 단 하나 책 읽기였다.

나는 왜 책을 읽게 되었을까?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늘이 점점 주황빛으로 물들어 가는 어느 날 저녁

해가 뉘엿뉘엿 진다는 것은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하루의 끝이 보인다는 신호이다.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독박 육아.

현재 나의 일과는 온전히 집안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방바닥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

여기저기 죄다 뽑혀있는 물티슈

아이들이 먹다 남긴 음식

정지화면처럼 멈춰있는 설거지 더미


내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하다.

오늘 코로나 확진자는 몇 명?

새로운 뉴스속보는? 개학이 연기되는 건가?

한편으로는 주식,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벼락 거지되기 싫은데..

급변하는 세상 속에 집안에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


그나저나 아들 공부시켜야 하는데 게임만 하고 있네

그 옆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랑스러운 비타민 딸내미

한정된 공간에서 쳇바퀴처럼 돌고 돌고 도니까

생각이 확장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뜨듯 미지근하게 머물러 있는 상태가 되고 있는 듯하다.


그 와중에 자유가 박탈되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걷기 운동도 하고 싶고, 스타벅스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는 것이 특별한 일이 돼버렸다.

코로나로 갇혀있는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신분이기에..

무기력해질까? 우울해질까? 그 어디선가 맴돌고 있는 감정들 주워 담아 혼자 떠나는 가벼운 발걸음의 산책이라는 일상 속 평범함을 잠시 꿈꿨다.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여유를 부리면서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데

점심 챙겨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중..

오늘은 뭘 먹이지? 저녁은 또 뭘 먹을까..

메뉴 결정은 평생 풀리지 않는 숙제임에 분명하다.



점심시간 후 찾아온 딸아이의 낮잠시간.

나도 모르게 같이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 또 이렇게 가는구나..


안 되겠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면 잠을 줄여야 한다.

달빛이 비치는 밤이 되면 올빼미가 되리!

아이들의 잠든 숨결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삶아 드디어 나만의 광활한 우주여행을 떠나려 한다.


우주여행의 목적지는 책이다.

여행지에는 우주인도 외계인도 없지만


오늘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삽질한 것이 아니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책

흙수저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당장 뛰쳐 가고 싶은 여행지 에세이

초등 공부는 독서가 답이라고 알려주는 책

광활한 독서 속으로 빠져 버린다.


"풍덩"


하루 10분 엄마표 영어 책을 읽는 도중 반짝 빛나는 별을 발견했다.


"집에서 썩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쌓고 있다. "


정말 집에만 있다가는 썩어 없어질까 봐 슬퍼했는데 독서로 자산을 쌓고 있었구나.

내가 찾던 바로 위로의 별이다.

정말 눈이 부시다.

그 한 문장이 내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 주었다.

비록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남편은 야근으로 곁에 없지만 책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세상 모든 엄마들

수고했습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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