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 Apr 28. 2020

9. 가을동화

스쳐간 인연(곱게들 스쳐가시길...^^)


왜가리와 오리는 한. 때. 사랑했었다.


오리는 긴 다리로 우아함을 뽐내며 걷는 왜가리를 사랑했고,


왜가리는 첨벙, 첨벙. 인생을 자유로이 즐기는 듯한 오리의 쾌활함을 사랑했다. 꽥.


그들은 서로 사랑했으나 끝내 이뤄질 수 없었는데...



그렇게 2년 후... 이별 후 둘은 늦은 밤 함께 사랑을 나누던 그 강가 한복판에서 만나게 된다.


왜가린 아직 혼자지만, 오리의 곁엔 어느새 어여쁜 새끼 오리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그들은 더 이상 서로를 마주하지 못한 채 못 본 듯 스. 치. 운. 다. 꽥.



~~~~~~~~~~~~~~~~~~~~~~~~~~~~~~~~~~~~~~~~~~~~~~~~~~~이런 생각이 난 건


드라마에서 수없이 엇갈리는 이들의 모습이 뇌리에 깊이 박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가을동화'지 않았을까.


마주칠 수도 있었겠지만 끝내 엇갈리고 마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명장면.


그런데 비단 이런 엇갈림이 혹은 스쳐가는 인연이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할 수도 있었을 그러나 놓쳐버리고 만 어느 인연을 떠올려보며.


꽥. 할 수 없지 뭐.



사실 왜가리와 오리는 잠시 서로를 의식하는 듯했다.


(내 시선) 일정한 속도로 헤엄치던 어미 오리도 살짝 멈칫했던 거 같고,


왜가리의 시선도 살짝 떨리는 거 같았다. 뭔가 오리들을 쳐다보긴 했으니. 물론, 이건 나만의 시선일 수도.



이날 기억에 남는 건, 그리고 부러운 건 뭔가 그 공간을 '공유'하는 그들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자연은 모두의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이 자연을 자연 그대로 '공유'하려 하고,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들을 '욕심'내려한다... 꽥.


2020년 4월 26일. 


수많은 사람들이 오리가족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유난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엔 어김없이 새끼 오리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며 행복해하는 사람과 장난친답시며 오리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었단 말이다. 꽥.

 

매거진의 이전글 8. 행복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