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전세권, 임차권; 뭐가 다른데
2022년 중반부터 시중에 떠돌던 ‘깡통전세’란 단어가 거의 1년 동안이나 세상을 휘저었다. 깡통전세란 “전세금이 임차주택의 시세를 넘어선 상태”를 말한다. 2020년 법 개정에 따라 임대차기간을 4년까지 늘일 수 있게 되자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대폭 인상했다가 2022년 중반 이후 주택 시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깡통전세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더구나 정부가 서민을 위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한도를 집값의 100%까지 늘이자 일단의 사기집단들이 집값을 넘어서거나 집값을 부풀려 전세금을 받아내 사고를 일으키는 현상이 횡행하였다. 이른 바 '전세사기'이다. 더욱 심하게는 서울 서남부, 인천, 경기 일원에서 계약ᆞ보증보험이나 법률에 관해 잘 모르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전세사기를 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때 벌어진 끔찍한 전세사기 사건들은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전세’라는 계약관계는 여러 번 마주치게 되며, 스스로 전세가 무엇인지 잘 안다고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한편 전세권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둘이 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후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전세(傳貰)
전세라는 개념은 한국인 모두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보증금만 맡기고 임대차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으며 기간 종료 때 맡겨놓은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방식의 임대이다.
전세는 한국에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이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설이 있지만 197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고도성장기 시절 제도권 금융기관의 돈이 거의 산업자금으로 투입되어 가계대출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소위 '복부인'들이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 대도시 주택을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매입하기 위해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계속 확산되었다. 한편 임차인들도 저임금 속에 월세에 비해 부담이 작은 전세 방식에 적극 호응하게 된 것이다.
전세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호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간혹 발생한다. 이러한 일은 주택 매매 시세에 비해 전세금이 너무 높은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전세금과 이미 존재하는 저당권 등의 합계액이 그 주택매매시세의 80%(아파트)∼70%(비아파트)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처럼 집값 하락기에는 이 비율을 70∼60% 이하로 잡을 것을 권한다.
전세권
전세 관계를 임대인의 협조를 얻어 임차인이 등기를 하면 전세권이 된다. 실제에 있어 특별한 사정 없이 전세권 등기를 해달라는 임차인을 좋아하는 집주인은 없다.
전세권은 용익물권이다. 따라서 임대기간 종료 때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곧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도 있다. [임의경매]
임차권 등기명령
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한 전세도 유사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는 있다. 입주와 동시에 전입신고(상가건물의 경우 사업자등록)와 확정일자 취득을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생기면, 임대기간 동안 임대인이나 제3자에 대항하여 임차인의 권리를 방어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기간 종료 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그런 상태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매우 곤란해진다. 전세권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함으로써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판사의 명령에 따라 임차권이 등기되면 임차인은 이제 이사를 나가도 무방하고, 전세금 반환청구 소송을 거쳐 그 주택을 경매함으로써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강제경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