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 이름 지었을까?
사람 세상 돈 세상
암초를 만난 경기북부 분도 계획
경기도를 남북으로 분도하여,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명칭공모 당선작을 지난 5/1에 발표하였다. 이른 바 “평화누리특별자치도”인데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북부 10개 시군(1)이 분도 대상인데, 이 명칭 때문에 그곳 주민들 사이에 분도를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경기도 누리집에 올라온 분도 반대 청원이 5/7까지 44,000건을 넘어섰기 때문에 김동연 지사가 직접 이에 대해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분도 대상에서 제외된 김포시의 경우는 “평화누리도에 포함되지 않아 다행”(3)이라는 반응이다.
김동현 지사의 경기도 분도 공약이 2023년10월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하여 기본계획 수립(2)과 명칭 제정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편으로 김포시가 신설 경기북도 대신 서울 편입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자극받은 고양시, 남양주시, 구리시 등도 덩달아 서울로 편입되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그렇지 않아도 성사되기까지 어려운 난관이 많을 것 같은 국가적 대사(大事)가 명칭 문제 때문에 더 지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4)도 나오고 있다.
분도 후에 경기북부가 과연 자생력이 있을까?
사실 경기도 북부지역이 분도될 경우 이 곳의 자생력이 부족하여 성공적인 광역지자체로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현재 수도권의 면적이 나라 전체의 10% 남짓 한데도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으며 생산력(GRDP 비중)도 50%를 넘어,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각하다. 그런데 수도권 안에서 생산활동이 서울 및 그 남쪽 또는 서쪽 지역으로 편중되어 있다. 그래서 북부권(현재 남부로 분류되는 김포까지 포함) 면적이 경기도 전체의 44.6%인데도 GRDP는 20.2%에 불과하다. 인구도 30.6% 밖에 되지 않아 인구가 과소하지만, 그나마 일터도 적어 서울의 베드타운 성격이 강하며 일자리 및 생산력이 취약해 1인당 GDRP가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치며 서울시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다른 광역지자체들과 비교해도 지금 상태로는 전국 최하위에 해당한다. 바꾸어 말하면 경기 북부는 일거리가 모자라 전국에서 생산력이나 소득이 가장 낮은 곳이라는 뜻이다.
서울 수도권 집적도가 그리 높지 않아도 나라 전체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의 대도시권과 비교하면 한국의 수도권 밀집도가 그리 높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구밀도에서 서울 수도권은 일본의 도쿄 광역권과 미국의 뉴욕 대도시권의 중간쯤이라 보면 된다.(5) 프랑스의 일드프랑스(Île-de-France)와 비교하면 인구밀도가 높긴 하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우 앞서 말한대로 절대적 인구가 적은 상황에서 수도권으로 과도한 집중이 지방의 위축 또는 소멸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 이미 ‘집적의 불경제’ 단계(6)에 빠져들어 과도한 경쟁, 주택난, 출산율 저하 등을 유발하여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경기북부도 설치 기본계획 목표가 서울 도시계획과 겹친다
경기도가 작성한 경기북부도 설치 기본계획을 보면, 이 지역을 하나의 자립 가능한 광역지자체로 정착시키기 위해 4대 성장동력(AIᆞ디지탈 전환, K-컬처ᆞ소프트파워 강화, 고령화ᆞ인구변화산업, 기후변화산업)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바탕 위에 IT-첨단산업 벨트, 국방ᆞ우주항공 벨트, 미디어 콘텐츠 벨트, 관광ᆞMICE 벨트, 메디컬ᆞ헬스케어 벨트 등을 비롯한 9대 산업벨트를 구축하여 경제 기반을 갖추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내용들은 대부분 서울의 ‘2040 도시기본계획’의 구상 또는 사업과 중첩되고 있으며, 일부는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가진 타 지자체 산업과 겹친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최강 지자체인 서울시와 서로 경쟁할 경우 입지적 경쟁에서 서울을 이길 수 없다. 오히려 분도 이후 북부지역의 핵심자원인 노동력이나 자본이 서울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계획 중에는 서울에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여 경기북부도가 서울과 협조ᆞ보완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경기 북부는 오히려 서울에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
한국의 수도권의 집적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음에도 그 안에서 서울은 집적의 불경제가 매우 심각하다. 서울시는 주택 부족, 높은 집값, 저출산, 노령화, 환경오염 등을 극복하여 생산력이 강하며 건강하고 쾌적한 도시로 개조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경기 북부는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한 대도시권의 기능을 적절히 담당해야 수도권 또는 타 광역지자체에 비해 뒤처진 생산기반 확충이나 소득 향상이 가능할 것이다. 단지 ‘평화누리자치도’로서 독립하는 것보다는 서울시로 합쳐지거나, 적어도 도시ᆞ교통계획, 산업정책, 주거ᆞ복지정책 등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는 “대도시 광역권은 면이 아니라 선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한다.(7) 경기 북부는 서울시와 연계되어 기능 또는 산업을 분산 받고 선형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서울시와 함께 성장ᆞ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살 길이다. 그리고 경기북부도계획 내용에 슬쩍 포함되어 있는 김포는 물론 양평도 이 통합 또는 연계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서울의 집적 불경제를 해소하는 것과 함께 경기북부 등 낙후 또는 규제지역을 제대로 발전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경기 남ᆞ서부는 이미 인구, 산업,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자생력 있고 균형을 갖춘 경제권이므로 그다지 걱정할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편 수도권에 젊은 인구, 고급 인력을 빼앗겨 힘들어 하는 비수도권의 도시들이 자생하기 위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광역권 형성은 또 다른 과제로 남는다. 비수도권에서도 고유의 자연, 인재, 자본, 문화 자원을 네트워크로 결합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도시권(메가시티)를 만들어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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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양, 남양주, 파주, 의정부, 양주, 구리,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
(2) 경기연구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기본계획 및 비전·발전전략 수립’, 2024.02.
(3) 김포신문, ‘평화누리특별자치도 발표, 김포시민들 포함되지 않아 다행 반응’, 2024.05.03.
(4) 한겨레신문, ‘평화누리자치도로 더 멀어진 라스트 마일’, 2024.05.07.
(5) 위키백과, ‘인구순 대도시권 목록’, Wikipedia.
(6) 한국은행,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2023.11. 및
KDI, ‘청년층 지역선택을 고려한 지방소멸 대응방향’,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09.22.
(7) 김시덕, ‘대서울의 길’, 열린책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