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 가압류, 가처분
2023년10월25일 창원지방법원은, 밀린 세금을 내라고 꾸짖는 70대 아버지를 살해하려던 50대 딸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딸이 사업 실패로 부가가치세 1,900만원가량를 체납하자 국세청이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압류’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은 채무자나 보증인의 동산 또는 부동산에 집행되는 법률 상의 처분이다. 우리가 살면서 이러한 경우를 당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이들 용어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내용이 조금 까다롭지만 끝까지 읽어보기 바란다.
“압류”
‘압류’란 국가기관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처분을 금하는 강제집행이다. 유체동산에 대해서 ‘점유’나 ‘봉인’, 채권ᆞ기타 재산권에 대해서 ‘압류명령’, 부동산이나 선박에 대해서는 ‘강제경매 개시결정’이라는 형식으로 집행된다.
한편 국세징수법 상 국세체납처분의 1단계로서 체납자의 재산을 묶어 두는 행정행위도 ‘압류’라 한다. 위 살인미수사건의 동기가 된 ‘압류’는 이 유형이다.
압류된 대상물은 압류 이후 추심이나 환가 과정을 거쳐 관련 채권의 반환 등에 충당된다.
“가압류”
한편 ‘가압류’나 ‘가처분’은 보전처분에 속한다. 접두어 ‘가(假)’에서 눈치를 챘겠지만, ‘보전처분’은 법적 다툼의 대상에 관한 현 상태가 바뀔 경우에 권리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해질 우려가 있을 때 집행된다. 채권ᆞ채무관계의 존부가 확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행해지는 보전 조치이다.
‘가압류’는 향후 금전채권이나 금전 환산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집행할 부동산 등을 보전하는 목적을 가진다.
실생활에서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대할 때 드물지 않게 등기부에 ‘가압류’가 잡혀 있는 것을 본다. 이 때 거래 당사자는 ‘가압류’채권 등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약정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매수인이나 임차인이 나중에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경매와 관련하여, ‘가압류’는 경매매각 후 배당에 따라 소멸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현 소유자 취득 이전의 가압류는 낙찰 매수자의 부담이 되는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처분”
‘가처분’은 금전채권이 아닌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해 현 상태를 보전하거나 행위를 금지하는 목적을 가진다. 가처분의 대상은 (1) ‘다툼의 대상’에 대한 가처분과 (2) 임시의 지위를 위한 가처분으로 나뉜다. 부동산 쪽에서 (1)은 장래 강제집행을 위한 보전보다는 다툼 있는 권리관계의 현상보전 목적이 강하다. 그 예로는 부동산 처분, 분양∙판매, 점유이전 등을 금지하는 것이다. (2)는 보전하려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종류를 묻지 않는다. 그 예로는 공사 또는 공사방해, 통행방해 등을 금지하는 것이다.
경매에서 말소기준권리*보다 후순위인 가처분은 낙찰∙매각을 거쳐 소멸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단행가처분”이나 “원인무효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가처분” 같은 것은 후순위라도 소멸되지 않는다. 한편 선순위인 가처분은 매수자가 인수하여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선순위 가처분권자가 강제경매신청채권자와 같거나 선순위 가처분권자가 근저당권자와 같은 경우에는 소멸한다. 경매에서 가처분은 다소 까다로운 점이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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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소기준권리: 경매 낙찰 매각 때 권리의 소멸 여부와 임차인 보증금의 인수여부를 가르는 권리인데, 가장 시점이 앞선 저당, 근저당, 압류, 가압류, (담보)가등기,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등을 말한다.
** 가처분은 부동산만이 아니라, 세상의 여러 법률관계도 대상으로 한다. 실례로 “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 “주주총회 개최금지가처분”, “근로자의 지위보전가처분”, “특정 영화 상영금지가처분” 등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