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등기
“2년 전 A 씨가 직장 가까운 아파트에 보증금 3억원의 전세를 들었다. 그 집에 입주할 당시 등기부에 어떤 근저당권조차 없는 깨끗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를 나오려 하니 집주인 B가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준단다. 하는 수 없이 A 씨는 임차권등기명령을 거쳐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서 계속 살기 위해 직접 낙찰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가등기권자 C가 나타나서 자기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고 A 씨의 낙찰은 무효가 되어 그 집을 매수할 수 없게 되었고 전세금도 제대로 돌려받기 힘들어졌다. 이러한 지경에 이른 까닭은 입주 후에 B와 C가 A 씨 몰래 가등기(매매예약등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등기 제도의 맹점은 A 씨가 설사 이를 미리 알았더라도 스스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B와 C가 공모하여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 해도 이 일을 바로잡기가 만만치 않다.”
사례와 같은 가등기를 이용한 사기나 경매방해 행위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천지일보, 2023. 7. 14.)
가등기는 등기권리자(채권자)가 본등기의 순위를 보전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등기에 따른 본등기를 하는 경우, 본등기의 우선순위는 가등기의 순위에 따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가등기는 소유권에 관한 매매예약 가등기이다. 이외에도 지상권ᆞ지역권ᆞ전세권ᆞ저당권ᆞ권리질권ᆞ임차권 등의 설정, 이전, 변경 또는 소멸의 청구권을 보전하려 할 때 가등기를 이용한다. 이른 바 ‘청구권 보존 가등기’이다. (부동산등기법)
또 이와 달리, 돈을 빌릴 때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채무자(또는 보증인)의 부동산을 양도하겠다”는 약속으로 ‘대물변제’ 또는 매매의 예약을 하고 이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등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담보가등기’라 한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가등기는 가등기권리자와 가등기의무자가 공동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가등기의무자의 승낙서를 첨부하여 가등기권리자가 단독으로 신청할 수도 있다.
예외로 가등기의무자가 등기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가등기권리자 단독으로 법원의 가처분명령을 얻어 가등기를 신청할 수도 있다. (가등기가처분) 이 때 반드시 가등기권리자가 그 가처분명령의 정본을 가지고 가등기 신청을 하여야 한다.
임차인은 임차주택에 입주하고 주민등록 전입을 하면 그 다음날로부터 대항력을 가지며, 확정일자를 부여받아 우선변제권도 얻는다. 이로써 등기부상의 물권에 대하여 우선권을 가질 수 있지만, 스스로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는 없다.
바꾸어 말하면 말소기준권리보다 선순위인 임차인이 대항력과 배당(변제)순위를 지킬 수 있지만, 말소기준권리에 앞선 후순위 가등기를 어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처음에 예로 든 임차인이 경매에서 그 부동산을 (낙찰 후)매수했을 때 가등기에 우선하여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처한 임차인은 그 부동산을 매수하기보다는 대항력에 기초하여 그 부동산의 매수인에게서 임대보증금을 회수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이런 경우까지 상정해보면, 전세를 구할 때 등기부상의 제한물권이 전혀 없거나 그것들을 말소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무턱대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결국 이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서 자기 재산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 주택보증보험(HUG)이나 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한편, 부동산 강제집행에 관련한 가등기권리자(채권자)의 입장과 대처 방안에 대해 별도(1)로 덧붙여 놓았다.
경매를 통하여 부동산이 (낙찰 후)매각될 때 기존 권리의 말소 여부는 말소기준권리보다 선후 여부에 달려 있다.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가등기는 소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그것이 담보가등기인 경우는 스스로 말소기준권리(2)가 되어 소멸된다.
경매 실무에서 가등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 부동산의 등기부에 가장 빠르게 가등기가 설정되었다면 당연히 소멸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담보가등기’라면 스스로 말소기준권리가 되어 소멸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아니다. 그런데 등기부만 보고는 그것이 ‘담보가등기’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 단지 경매사건기록에서 그 여부를 알 수 있다. ‘문서처리 내역’에 “가등기권자의 배당요구서 제출”과 같은 문구가 보이면 이를 담보가등기로 판단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가등기권리자가 스스로 (경매)매각대금으로부터 배당을 받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선순위 담보가등기가 있을 경우 ‘매각물건명세서’의 ‘최선순위’ 항목에 “가등기의 설정일자”가 기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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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흔히 볼 수 있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등기가 본등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담보가등기도 또한 채무이행이 난망할 경우 가등기권리자가 채무자 등에 청산금을 통지하고 본등기를 노리게 된다. 이처럼 모든 가등기는 종국적이거나 경우에 따라 본등기를 목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등기권리자의 입장에서 그 부동산이 강제집행(경매)에 처할 때 어떤 처지가 될까?
경매로 매각될 때 가등기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르면 매수자(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데 반해, 늦는 경우 매각으로 가등기는 소멸되며 그 매각대금에서 배당금을 교부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담보가등기권자가, 부동산 소유자에게 청산금을 지급하기 전에 강제집행의 신청이 있는 경우, 가등기에 따른 본등기를 신청할 수 없다. (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바꾸어 말하면 가등기권리자가 절차에 따라 청산금을 지급한 뒤에 제3자가 경매신청을 한다면 가등기에 따른 본등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집행의 신청이 청산금 지급 전에 행해진 경우 가등기담보권자는 채권신고에 따라 매각대금의 배당 또는 변제금의 교부를 받을 수 있을 뿐이고, 가등기담보권은 그 부동산의 매각으로 소멸한다.
(2) 말소기준권리: 저당, 근저당, 압류, 가압류, 담보가등기,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 중에서 가장 앞서는 것이 말소기준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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