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달러-원 환율이 1,460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 보는 높은 환율이다. 이에 덧붙여 한국의 정치불안이 환율 뿐 아니라 수출,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염려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ᆞ철회 및 탄핵소추 후 환율의 흐름을 보면, 비상계엄 선포 당시 1,440을 넘겼으나 곧바로 안정되었다. 그 뒤에 지속적으로 상승한 달러 환율이 드디어 연말을 코 앞에 두고 오늘 1460을 넘어섰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높여 소비자물가 상승, 내수 위축를 불러와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원 환율이 이처럼 짧은 동안에 급등하여 역사적 고점을 보인 것이 한국 정치불안 때문일까? 반드시 그렇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같은 시기에 미국 FRB 파월의 금리인하 속도를 늦춘다는 발언에 달러인덱스(1)(1973.3=100)가 106 초반에서 108대 초반으로 높아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정치 불안이 환율을 높였나?
한편 달러-엔 환율은 원화에 비해서 그 상승속도가 빨라 오늘 현재 157.4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엔-원 환율이 930 초반 정도인데, 이는 계엄 선포 당시에 비해 약간 낮아진 수준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일본 엔화의 절하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즉 한국 원화의 절하속도(환율의 상승속도)는 엔화에 못 미쳤다. 도중에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한국 정책당국이 취한 여러 조치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거의 한 달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인 것은 환율 결정에 이번 정치적인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국내정치 안정 되찾아도 환율은 안 낮아질 듯
앞으로 국내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되더라도 환율이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달러-원 환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미국의 나홀로 호황 때문이며, 그 나라의 고금리와 경제의 높은 수익률(성장률)을 보고 다른 나라의 자본이 몰려 들어가는 결과이다. 앞으로 달러-원 환율의 방향은 미국의 경제 성장, 주식 기대수익률이나 양국간 금리차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기업이나 개인의 외화관리 결정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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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주요 6개 통화(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에 대비한 미국 달러의 비율인데, 달러 가치의 상대적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