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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손 Nov 30. 2019

자동차는 죄가 없습니다.

나는 이 일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는데.

이 일을 해서 밥먹고사는 것 만으로도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느껴진 적이 있었는데.

요즘 난 지나가는 자동차만 봐도, 토악질이 나올것만 같다.


지랄같은 요즘이, 너를 사랑했던 날들과 닮았다.

보기만해도 설레고, 만질때마다 짜릿해서 단 한순간도 놓고싶지 않았다. 술이니 여자니 이제 그만 놀아도 될 것 같았고, 자동차니 집이니 돈따위는 아무렇게나 살아도 될 것만 같았다. 따져보지도 않고 함께하니 괜찮을거라 장담했다. 나는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었다.


내가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챈것은 꽤나 오랜시간이 흐른 다음이었다.

나는 나의 거의 모든 시간과 수입을 너와 함께 하는데 사용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게 좋았고. 근사한 공기에 너를 노출시키는 것이 좋았다. 내가 가진 능력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어떻게든 될 일이었다.

다른사람이 해줄 수 없는 것을 해주는 것이 즐거웠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내 한계를 넘어선 그 풍요로움이 너의 일상이 되게 해 주는 것이 행복했다. 그러는 동안, 그러니까 내가 나를 좀먹는동안 사랑하지 않으면서 그저 모른척한 너를 발견한 건 이미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오랜시간을 준비한 일이었다.

이 브랜드가 알려지기 전부터. 아니 이 브랜드를 만들겠노라 이야기하던 때 부터.

그렇다면 내가 그 첫번에 서리라. 다짐했다. 한국에 없던 이야기를 내가 하겠다. 다짐했다.

없던 이름을 만들어서 이제 조금 멀쩡하게 키워냈을 때, 내가 만든 나의 땅에서 버림받고는 생각했다.

네가 생각났다. 아. 나 이거 해본적 있다. 이 기분, 느껴본 적 있다.


나는 네 덕분에. 술주정 한 번 못하는 인간으로 산다.

이게 니탓이 될까봐. 내가 이따위로 사는게 혹시라도 니탓처럼 느껴질까봐.

그래서 백의 하나라도, 니가 혹시라도 죄책감 같은걸 요만큼이라도 느끼게 될까봐. 오늘은 몇병먹었나, 초록병을 꼬박꼬박 세어가며 밥을 먹는다. 안다. 지금 이상황에 내가 니탓을 하고있는걸 혹시라도 안다면, 화는 둘째치고 '미친새끼 지랄병떤다.' 라고 생각 할 것을.


자동차가 나한테 잘못한 일은 없다.

오류가 있었다면. 나는 그걸 너무 사랑했고. 그게 내 삶의 전부였다.

기윤이 말마따나 우주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사는동안 몇번이건 견뎌야 하는 일이리라. 하지만 내 해바라기를 외면하는일이, 나는 아직 쉽지 않다. 내 여자같은 일이었다. 내 사랑같은 일이었다. 헤어지고 멀쩡할 수 있을만큼, 나는 나의 일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버림받고 일어날 일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을 리 없는 건, 당연한거 아닌가. 난 버림받을거라 상상해본적이 없으니까.


내가 키운 나의 일에게서 차갑게 버림받고, 술에취해 너를 생각하는 밤이다.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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