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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멈춰 세운 질문

by 제이피디아

20년 남짓한 직장인의 삶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대학 강단을 통해 학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몇 번의 인터뷰도 보았고요. 이 시간 동안 인터뷰이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공통 질문이 바로,

왜 퇴사했나요?


사실, 퇴사 이유를 한 가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ㅇ전무가 나를 심하게 갈궈서라거나, 더 좋은 조건의 잡 오퍼를 받아서거나,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서거나, 등등 한 가지 이유만으로 진행되기에는 너무 큰 결정입니다. 제게는 그랬습니다.

제게 퇴사는 나의 생각, 가치관, 주변 상황, 새로운 기회 등등이 복합적으로 얽혔기에 가능했거든요. 그러니까, 복합적인 이유와 상황이 맞물려서라고 하는 게 저의 답입니다. 이 대답이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이죠?


그런데, 퇴사를 고민하게 된 출발점은 하나였습니다.


이십 대 저는 늘 빛을 좇아 달린 거 같아요. 저 멀리 어딘가 눈부신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죠. 앞이 잘 보이지 않기도 했어요. 하지만 뛰다 보면 길이 열렸고, 새로운 도전과 설렘이 맞이해 주었죠.

삼십 대 때는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빛을 찾아갈 에너지는 있었어요.

그렇게 조금은 멀리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무언지 명확히 모를 빛을 좇아 달리고, 버티고, 이겨내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마흔 즈음되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찬란하던 빛이 차츰 저물어가는 것이 느껴졌어요. 그것이 불행이나 두려움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노을빛이 스며드는 저녁처럼, 따스하고 아늑했어요. 다만 그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생각을 시작으로 엉겅퀴처럼 여러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마지막 눈 감을 때, 나는 무엇을 아쉬워하고 또 무엇을 스스로 대견해할까?

내가 진정으로 원한 인생은 무엇이었을까?

내 안에서 여전히 꿈틀대는 또 다른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이 질문들이 잘 굴러가는 바퀴 위에 올라탄 제 일상을 멈춰 세웠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어요. 이대로 안락함에 머물면 삶이 무채색으로 바래버릴 것 같다는 걸,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걸.

20여 년 직장인으로 사회에 자리 잡은 후의 편안한 자리, 안정된 일상, 예측 가능한 미래... 그것들이 나를 지켜주는 동시에 숨 막히게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어린 시절 읽었던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의 모험담이 떠올랐어요. 낯섦과 긴장감,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두근거림이 너무 그리워지더라고요.

안정된 현재라는 바다 위에 표류하는 일상을 계속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생각이 불씨처럼 살아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안락하던 제 직장생활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삶의 결을 바꿔놓았죠.

편안함보다는 모험을, 익숙함보다는 낯섦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몇 달 뒤, 몇 년 뒤 삶을 확담할 수 없어 불안하지만, 미래의 내가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 수도 있지만,, 한 번 가보자! 했습니다.

열심히 노를 젓다보면 내 인생의 신대륙을 발견할지도 모를 거라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요.


그렇게 저는 퇴사 결심을 굳혔고, 몇 년에 걸쳐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뚜벅뚜벅 여전히 걷고 있고요.




톰 소여의 모험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마크 트웨인의 대표작으로, 미국 남부 소도시를 배경으로 장난꾸러기 소년 톰 소여의 성장과 모험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톰은 친구들과 장난과 모험을 즐기며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 휘말리기도 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용기와 우정, 정의감을 배웁니다. 특히 담장 페이트 칠하기 장면처럼 해학적인 에프소드와 친구 허클베리 핀과의 모험담이 인상적입니다. 작품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눈을 통해 성인 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비추며 동시에 순수한 상상력과 자유로움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 격으로, 허클베리 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입니다. 가정 폭력과 사회의 속박을 피해 도망친 허크가 흑인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 강을 따라 뗏목을 타고 내려가며 겪는 여정을 그립니다. 이 책은 겉으로는 두 인물의 모험담이지만, 실제로는 노예제와 인종차별, 자유와 인간 존엄 같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허크는 여행을 통해 사회 규범과 도덕에 의문을 던지고, 짐과의 우정을 통해 자유롭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성장과 자유의 서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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