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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Sep 24. 2022

상품기획 II: 누구를 스카우트할 것인가

  

  이전 글 상품기획 I: 신제품 기획 과정 (brunch.co.kr)에서는 B2B 기업의 상품기획 담당자가 하는 일 중 핵심인 신제품을 진행하는 과정을 소개하였다.


  이번에는 상품기획 부서 담당자는 어떤 일을 했고 역할을 담당했는지 한 번 정리해 보려 한다.

  십이삼 년 B2B 상품기획 일을 해보니 역시 생각과 현실은 차이가 있었다.

   - 업무 맡기 전 생각했던 것과 일의 내용에 차이가 있음

   - 또 수행하며 이런 부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부분 역시 존재

   - 그 안에서 업무 할 때 미처 몰랐는데 상품기획을 떠난 후 객관적으로 보게 된 것도 있음


  만약 상품기획자로 누군가를 스카우트한다면 어떤 장점을 가진 사람을 추천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상품기획자로서 누구를 스카우트할 것인가?

  대표 세 가지를 역량을 뽑자면 아래와 같다 :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잘하는 사람

  시장과 내부를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

  제품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


  물론 이 세 가지는 나의 경험에 비춘 것이라 항상 맞다고 할 수 없을뿐더러 절대적이지 않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 주기 바란다.



  처음 상품기획 업무를 맡았을 때 '기획자(Planner)'라 생각하였는데, 일을 할수록 '코디네이터(Coordinator)'가 아닌가 생각했다.


  기획자(Planner)는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 미리 할 일과 목표 일정을 정해 관련자들이 이를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준비 및 정리하는 이라 볼 수 있다.



  여행 과정과 상품기획을 비교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번 여행의 니즈와 욕구를 판단해 목적지를 정한 뒤, 기간과 예산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일자별 혹은 시간별 어디를 방문하고 무엇을 먹으러 갈지,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일정 계획표를 만든다.

  그리고 예정 날이 되면, 미리 세운 일정에 따라 움직여 하나하나 실행한다. 여행 중에는 계획대로 되는 것도 있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계획을 수정하는 경우도 생기고, 문제가 발생해 처리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여행을 끝마치게 된다. 돌아와서 실제 쓴 경비와 예산을 비교해 어디서 차이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여행 동안 찍은 사진을 정리하며 여행을 마무리짓는다.


여행 기획-진행-마무리 과정


  Planner로서 상품기획 일은 이와 유사한 점이 많다. ①고객의 니즈와 욕구 혹은 요구사항을 파악②타깃 시장/고객과 신제품 사양을 정한 뒤, ③제품 개발 기간과 예산을 확인하고, ④내부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따라 일정을 잡고 신제품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이것이 ⑤ '과제 발의'로 확정되면 관련 부서들이 이에 따라 일을 수행하게 되며, 과제 진행 중 ⑥-1 새로운 정보, 예를 들면 경쟁사 신제품 등이 입수되면 그것과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 분석한 뒤 과제 방향을 수정하거나 그대로 진행하거나 한다. 또는 ⑥-2 예상하지 못한 이슈, 예를 들면 담당자가 바뀌거나 고객이 사양 변경을 요청하거나 등등이 발생하면 그것을 처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품화가 완료되면 과제가 끝나고, 이후 ⑦성과를 여러 방면에서 평가하게 된다.



  상품기획 업무에 있어 기획자로서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수행 측면에서 보면 조정자(Coordinator) 역할이 더 요구되지 않나 생각한다.


  상품기획 일은 혼자서 처리할 수 없다. 여러 부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뿐 아니라 상품기획 결과물이 기업의 단기와 중장기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무의 중요성 또한 크다.



  제품과 관련해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이슈들을 상품기획 담당자 주관으로 처리하게 되는데, 이때 역시 다양한 부서 담당자들을 조력자로 끌어들여 해결해야 한다.


  예-1) 고객을 대변하는 영업부서가 요청하는 신제품 사양과 목표 가격은 대체로 개발 부서에서 한 번에 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고객과 영업 담당자 모두 경쟁사인 남들보다 더 뛰어난 성능과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의 신제품을 갖고 싶은 게 기본 목표인 건 당연하지만, 기업이 독보적인 기술 차별화를 갖고 있다면 대개가 달성이 어렵다. 현실의 기업은 항상 기술과 인력 등 여러 제약 조건을 가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예-2) 개발 부서와 제품을 양산화하는 제조 부서 사이에도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 연구실에서 만들고 실험한 개발 제품과 공장에서 대량 생산 공정을 타고 흘러갈 때 역시 차이가 있어 갈등이 있기도 하다. 개발은 제조 공정이 노력해 개선해 주길 원하고, 제조는 개발에 제품을 수정하길 바라게 된다.


  예-3) 개발-제조-품질 간의 이견도 늘 존재하고 트러블이 발생한다. 모두 양산 제품이나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사안들이다. 누군가는 이들을 조율해 제품 개발 프로세스 개발을 끝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조율이 어려운 경우 업무의 공은 대체로 상품기획자에게로 간다. 여러 부서 간의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는 해결사로서.


  따라서 상품기획자는 여러 방면으로 사안을 들여다보고 중심을 잡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해, 회사의 최적 안을 도출한 뒤, 무사히 과제를 마치게 제품화로 끌고 가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것이 코디네이터로서 역량이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


  두 번째는 시장과 내부를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 했는데, 상품기획자에게는 외부 시장과 내부 부서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상품기획자의 관점은 시장/고객과 기술/제품의 교집합에 속하는 존재여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상품기획, 그 성과를 제대로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먼저, 시장/고객에 대한 감(sense)이 필요하다. 해당 시장과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제품을 만들면 사갈지, 정보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판단과 분석의 근거로 활용할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장/고객에 치우쳐 제품화를 진행한다면, 실제 제품화까지 수행해 내지 못한다. 개발 부서와 매일 부딪쳐 일 자체가 싸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대체로 고객이 원하는 건 현재보다 높은 기술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콘셉트인 제품인 경우가 많다. 경영진에게 보고해 Top-down으로 한두 번은 일을 진행할 수 있지만, 내부 부서와 트러블이 지속되면 장기간 일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부 수준과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내부 수준은 기술력, 제조력, 품질력, 영업력 등 제품 관련 다소 광범위한 역량을 의미한다.


  반대로, 내부 기술만 바라보고 이를 중심으로 제품화하여 시장에 내놓는다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해진다.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기업이 출시한 제품이 차별화(Something different)를 갖지 않다면, 시장에서 판매를 보장받기 힘들다. 또한 내부에서 도전 없이 현재 기술만으로 제품화를 하는 것은 내부 부서들에게는 손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주는 것이지만, 이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 경쟁에 치명적인 손실을 준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성격의 시장과 기술을 모두 바라보고 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 고객과 제품을 모두 바라보고 둘 사이의 최적해를 찾는 역량이 요구된다. 어느 한 곳에 치우쳐서는 절대 과정과 성과 모두 만족하기 어렵다.


  외부에 있는 고객과 시장에 만족을 주어야 하고, 내부 고객인 관련 부서들을 설득해 도전적인 과제로 이끌고 나가려면 시장과 기술, 둘 모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디가 그 둘의 적합점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내부 상황을 고객에게 설득해야 할 때도 있고,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내부를 설득해 도전적 과제를 제시하기도 해야 한다.



  마지막은 제품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인데, B2B 마케팅에 있어, 특히나 상품기획 업무에 있어 이것을 알고 이해하는 건 필수적 역량이라 여겨진다. 이것이 가장 필요한 이유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객과 내부 담당자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이다. 고객과 내부 담당자들을 조율해 최적의 해를 찾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 둘의 기본적 사항을 이해하여, 근본적 해결책이나 차선책을 찾을 수 있고, 해결안을 도출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내용은 제품과 기술에 대한 것이며, 이는 기술적 용어로 표현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느 한쪽에서도 신뢰받지 못하는 상품기획자가 되어 점점 더 일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기술에 대한 이해'라 함은 실제 무언가를 구현하는 어떤 뛰어난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제품이나 기술에서 칭하는 기술적 용어를 습득해 이해하는 수준을 말한다.


  기술적 용어 이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발 담당자와 제조 담당자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한다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공급사 담당자가 핵심 인력이길 바라고, 핵심 인력이란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직접 모든 걸 해보지 않아도 노력한다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B2B 기업에서 상품기획자는 대부분 실제 개발 업무를 하던 연구원 출신이 많으며 직군도 연구원으로 되어 있다.  




  이제, 어떻게 이 세 가지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지 한 번 고민해 보았다.


  코디네이터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길 권한다. 나의 경우 심리학 서적을 많이 읽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심리학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학문이며, 나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던 공부이지만 결국은 타인도 같은 프레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각 사람들이 가진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을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해 차근차근 협의하며 업무를 추진하였다.


  다음 시장/고객과 제품/기술에 대한 균형감은 외줄 타기 하듯 위태롭게 균형 잡기를 노력해야 한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해, 현상을 파악하고 스스로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야 한다.

  내부 제품/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 담당자들을 귀찮을 정도로 찾아가 그들과 얘기하고 질문하며 알아가길 권한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주는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그들의 옆에서 보고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며칠 전 '로마인 이야기 6권'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보았다.

균형 감각이란 서로 모순되는 양극단의 중간점에 자리를 잡는 것은 아니다. 양극단 사이를 되풀이하여 오락가락하고, 때로는 한쪽 극단에 가까이 접근하기도 하면서,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한 점을 찾아내는 영원한 이동 행위가 아닐까.   - 로마인 이야기 6권 177p

  시장/고객 vs. 제품/기술은 양극단의 속성을 갖고 있다. 이 둘 사이에서 오락가락, 왔다 갔다 하며 최적점을 찾는 게 바로 필요한 역량이라 생각한다.


  제품의 기술에 대한 이해는 공부해야 한다. 제품의 사양서를 펼쳐놓고 기술 용어를 암기하고 그 용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며,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고 경쟁사와 비교되는지까지 넓혀 알아야 한다. 기술은 매일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부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잠시 한 눈 팔다 보면 과거 기술에만 얽매여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도 두세 번 있었다.




  B2B 상품기획 업무는 스스로 업무 영역을 좁히면 정말 쉽게 일할 수 있다. 로드맵 계획에 따라 과제 발의를 하고 개발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누군가 주는 일 중심으로 해도 문제가 없다. 그렇게 해도 근무시간 동안 노는 시간 없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반면, 스스로 업무 영역을 넓혀 잘하고자 한다면 그 영역의 제한 또한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뿌듯함이 있다. 회사의 모두와 함께 일할 수 있고, 회사 밖 누구든 만날 수 있다. 스스로 고민해 기획한 제품이 상품화되어 시장(고객)에 팔리는 걸 보면 월급의 기쁨은 아무것도 아니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에게 '상품'의 속성을 이해하고, 직접 매니징 업무를 해 본다는 건 꼭 필요한 경험이지 않을까 한다.


  공짜가 없듯, 그 성취감과 뿌듯함을 얻으려면 노력하고 애써야 하고, 그 과정에서의 시련과 고통은 인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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