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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Mar 16. 2023

이제 자연인처럼 살아봐~

가족 위로는 힘든 시간 헤쳐 나아가는 응원이 된다.


살다 보면 힘든 시기에 빠질 때가 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시련, 고통, 슬픔... 이런 감정에 패이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주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상향의 세계인 유토피아에나 가능할 일.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처럼 시련을 마주하기도 하고,

가끔은 어느 정도 예견한 고통이 현실로 오기도 한다.


아무리 피해 가려해도 우리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퇴사와 동시에 정한 커리어 방향 전환!


회사 생활은 재미없는 드라마일지라도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다. 내일은 뭘 할지, 한 달 후에는 어떻게 될지, 1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이처럼 예측 가능한 미래는 심리적 안정을 주었다.


줄곧 기대어 온 회사를 그만둘 때 강한 의지만큼 두려움이 있었다.

 - 회사 틀에 갖춰진 삶이 헝클어질 텐데 어쩌나,

 - 조직 속에서 삶을 버텨온 내가 홀로 비바람을 견딜 맷집은 있는 걸까,

 - 이 넓은 세상에 다시 뿌리내릴 자리를 영영 못 찾으면 어쩌나.


그러나 어디에도 이 두려움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반대하는 가족에게 퇴사를 말릴 이유를 주는 거였,

의아해하는 전 동료에게 조직 생활의 실패자로 인지될까 싫었고,

신기해하는 친구에게 일시후퇴지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서이다.


두려움을 겉으로 드러내는 대신 홀로 떠안기로 했다. 오랜 기간 고민한 '커리어 방향 전환' 결정이 타인에게 하나의 가십거리나 술안주가 되지 않게.



퇴사 한 달이 지난 5월 말, 더워질랑 말랑한 날씨를 품은 주말이었다.

아빠 생신 겸 고향집에 내려갔다. 따사롭고 밝은 햇살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나들이였다.

더 이상 월요일 출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 여유는 배가 된 듯했다.


아빠와 동생이랑 셋이 트럭을 타고 소나무 밭으로 가는데, 조용하던 차 안에 아빠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아무 말 없던 아빠가 한마디 하셨다.

그동안 수고했다, 우리 딸. 이제는 자연인처럼 하고 싶은 데로 살아봐.


순간 심장이 먹먹해져 오며 울컥 눈물이 났다. 누군가의 격려가 이렇게나 큰 온기를 준 적이 없었다.

사직서! 웃으며 자신감을 내보였지만(자신도 있지만), 꽁꽁 숨은 한편에 두려움과 걱정이 짙어지고 있었다.


큰 울타리였던 첫 직장을 나올 때 부모님의 서운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나의 결정에 이렇다 할 반대가 없었는데, 그때만큼은 아쉬움이 드러났다.

하지만, 묵묵히 말없이 응원하고 있음도 안다.





누군가 힘들어 방황할 땐 팩트 공격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냉정한 현실 자각보다는 격려가, 객관적 입장보다는 희망찬 응원이, 훨씬 도움 되고 큰 힘이라는 걸 경험했다.


지금까지 난 팩트공격과 객관적 입장을 내던 사람이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후자의 사람이 되어보련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흔들리거나 삶이 캄캄할 때, 위로와 격려, 응원이 지금을 버티는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해도 금세 힘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다.

반면, 위로와 격려, 응원이 전해지면 마음이 따뜻해져 비타민 두 알 정도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


20년 다닌 직장을 40대 초반에 그만두고, 삶을 항해하기로 한 선택은 여전히 흔들린다.

1년 전으로 돌아가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곱씹어 보기도 하고. 인생 모험 결정에 확신이 가끔 옅어진다.


가보지 않은 길의 끝을 알 수 없기에.


새로운 삶이 예전보다 나을지, 만족하고 행복해할지, 아직은 모른다.

그냥 그럴 거라 믿으며 또박또박 걸어갈 뿐이다.

한참 걷다 뒤돌아 보면,  미소를 지을 거라 믿으며!!


표류하는 삶이 아닌 항해하는 인생을 선택한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오르는 당분간은 숨차고 힘들겠지만.


집 뒷산 등산, 평일 낮 활동은 임시 은퇴의 찐 즐거움 중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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