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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ul 19. 2016

아무도 없는 이 방에 네가 있을까

2012.09.23 일기

아무도 없는 이 방에 컴퓨터 한대가 켜져 있다

이 컴퓨터는 내가 일학년 처음 입학할 때 산 것으로 사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잘만 돌아가는 기특한 녀석이다. 하지만 한번도 본체 열고 하는 팬 청소같은 것은 해준 바 없어 지금 이 방의 정적을 들둘들들드르르드르들으드를 하면서 홀로 산산조각내고 있는 못난 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 소리라도 있어서 다행이구나 하며 컴퓨터 하다 하다하다 지친 나는 침대에 누웠다. 아 저 소음이 참으로 내 심금을 울리는구나

외롭다
그냥 이 세글자 외에는 나의 심경을 표현할 그 어떤 단어도 찾을 수가 없다. 너무나 고요한 이 방에 들려오는 저 기계의 소음을 듣자면 사람 목소리가 그립다. 아무라도 좋다. 그냥 아무나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나를 꾹 부둥켜안고 아무말이라도 내 귀에 속삭여 줬으면 좋겠다. 너는 살아있어. 이 작고 좁은 공간 안에서라도 너는 살아 있어. 내일이 되어서 날이 밝으면 또다시 널 찾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내일 또 찾아올 나의 잿빛 내일을 알록달록 칠해줄 너는 도대체 어디있는걸까. 이미 지겨워져버린 나의 일상을 나의 이 지독한 권태를 단 한순간에 날려버려줄 너는 있기나 한걸까. 너는 이 방에 올 수 있을까. 나의 이 컴퓨터 소음뿐인 이 방에. 아무도 없는 이방에 네가 있을까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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