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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ul 19. 2016

죽고 싶어요

선생님 저는 정말 이렇게 사느니 죽고싶어요. 죽는게 나아요.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죽고싶다는 말, 나도 많이 썼던 말이다. 나도 인간인지라 짜증나고 힘들때, 이를테면 내일이 시험인데 아직 시험범위를 한번도 다 못읽었을 때, 해야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벌써 시간이 새벽 두시를 넘어가고 있을때,  그런 사소함에 지쳐 "에이씨 죽고싶다...ㅠㅠ" 무심히 내뱉곤 했었던 말이다. 나에게는 가벼웠던 그 말의 무게가 요즘은 너무 무겁다.


다른 의사들은 살고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고있을 텐데, 나는 죽고싶다는 사람들을 본다.


어떤 환자든,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꼭 필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자살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나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본 적 있나요? 실제로 자살시도를 해본 적이 있나요?" 나아가서는  구체적으로 목을 매보려고 하신 적이 있나요? 약을 모아보신 적이 있나요? 유서를 써본 적이 있나요? 하며 지독하게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니까.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정말 사람마다 달랐다. 정말 힘들고 지쳐서 이러한 세상에서 사는 것을 더이상 참을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고통과 좌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죽음을 택하려 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내가 힘든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며 하나의 의사 소통 수단으로서의 자살을 생각하고, 그러한 소통에의 시도가 좌절되었을 때 실제로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붕괴적 자살...뭐시기 하며 자살의 이유를 분류했던 누군가도 있었던 것 같으나...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로 죽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살시도 후 죽지 않고 응급실로 오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겠는가. 응급실에서 본 자살 시도자들도 참 다양하다. 약을 먹은 사람들, 손목을 그은 사람들, 배를 그은 사람들, 떨어진 사람들, 목을 맨 사람들.... 그들을 처음 대면하고 면담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냐고 다짜고짜 펑펑 울던 사람도 있었고, 죽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자살 시도를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무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공허한 상태로 누워만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사람마다 죽고싶은 이유가 다르듯, 살고 나서의 반응도 다양했다. 그리고 살고 나서의 반응이 어떠했건간에, 그들은 모두 "죽을"정도로 힘든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힘든점을 들어주고,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은, 입원을 권한다. 뭐가 되었든 간에 입원해서 일단은 세상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분리하자는 위기중재대책이다. 그리고 입원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기저 질환을 치료하고,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원하지 않고 가버린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정신과에 입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일 수도 있고... 이유는 또다시 제각각이다. 입원 하셨으면 좋겠다, 라고 있는힘껏 설득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돌아간다. 또 죽으려고 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보내면서 나는 또다시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할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는 왜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정말이지 누가 봐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 환경은 환경대로 자신을 옭아매고, 자신은 자신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하고 헤매이는 사람들이 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인생들이 있고, 타자로서 그 인생을 바라보았을 때 뭐라 해줄 말이 없는, 같이 한숨 쉬어주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숨막히는 인생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이 나는 더 잔인하지는 않은지 대책없이 살라고 말하는 것이 무책임한건 아닌지 생각한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환자의 분노나 절망감에 대한 역전이적 불편감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살을 인정하려 하는 나를 비판하겠지만은.


오늘, 나에게 죽고싶다고 말한 환자에게,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 보아도 개선되거나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그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잘한건지, 못한건지 모르겠다만.


O님, 제가 O님과 같은 상황에 있다면, 내가 O님이라면.... 저도 죽고 싶었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저는, O님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정말 무책임하네요.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혹시나 또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실제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나한테 꼭 말해 줄래요? 너무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말해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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