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유일한 충남정육점
여보, 상추가 제법 많이 컸는데
삼겹살 사다가 쌈 싸먹으면 어떨까?
아내의 성화에 터벅터벅 원치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재동의 충남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이 든 검은 봉다리를 들고 나오면서 문득 다시 정육점을 돌아봤다. 이제 동네에 남은 유일한 정육점이다.
처음엔 충남에서 오셨나? 북촌에 웬 충남정육점이지, 생각하던 이 정육점마저 사라진다면 아내도 갑작스럽게 고기를 사오라는 말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슬펐다. 너무나 일상적인 대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정육점 가던 풍경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덧붙이는 말
북촌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생활하는데 물론 불편하다. 그래도 필요한 것은 동네의 가게들을 이용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멀리 대형마트를 찾는다. 대형마트가 동네에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기에 멀리 장을 보는 것을 불평할 수 없고, 조금 비쌀지 몰라도 동네 가게를 찾는 것이 주민생활을 위한 작은 가게들과 상생하는 길이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