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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엘스 Nov 16. 2023

9,980원으로 60만원을 번 이야기


1. 오랫동안 거래해 온 사장님이 계시다. 갈 때마다 항상 웃으면서 반겨주는 사장님에게 그 자체로도 감사한데 뭐 필요한 게 없는지 먼저 물어보고 힘드니까 이렇게 날마다 자주 올 필요가 없다고도 해주시는 사장님. 물건이라도 무겁게 느껴지면 사람 불러서 내 차 앞까지 가져다주신다.


2. 사장님과 휴가날짜가 같기에 이번 휴가 시작 전에 인사드렸다. 물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런 인사였고 평소와 달랐다면 '휴가 잘 보내시고, 그간 저희 회사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건 모두 다 사장님 덕분인 거 아시죠?라고 말씀드렸다. 난 몰랐는데 저녁에 아내에게 사장님께서 전화가 오셔서 내가 한 한마디 말에 내 지난 업을 돌아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하셨다.


3.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투자공부를 하면서 여러 지역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지역특산품이 있으면 생각날 때 하나 선물로 드려야겠다고 말이다. 부담되는 거 말고 전주에 가면 초코파이, 대전에 가면 빵. 이런 것들.  그러나 자꾸 잊곤 했다.


4. 어제 별일 아니었다. 일 마치고 코스트코에 들려 저녁거리를 보다가 갑자기 사장님 생각이 나서 빵하나를 집어 들었다. 상당히 맛있어 보이는 빵인데 가격은 만원이 안 되는 9980원. 가볍게 간식으로 먹기에는 좋아 보였다.



5. 다음날 참 센스 없게 애견몰 쇼핑백에다가 포장도 안 하고 담은 채 드렸다. 바쁘기도 했지만 선물이라고 생각도 안 했기에 그랬다. 사장님 첫 말씀. "우리 남편이 좋아겠네." 이 한마디에서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인다. 이어지는 말, "난 뭐 줄게 없는데?" 내가 답한다. "사장님은 물건을 주시잖아요!"


6. 사무실에 도착해서 전날 받은 물건 결제대금을 확인하는데 금액이 맞지 않는다. 몇 번이고 맞춰봐도 금액이 다르다.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니 "빵 잘 먹을게" 하면서 단가를 내려주셨다고 하셨다. 조정된 단가로 다시 계산해 본 결과 60만 원 넘는 가격 다운이다. 


7. 6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보통 직장인의 두 달 점심값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40권 이상 살 수 있는 금액이며 웬만한 강의하나를 수강할 수 있는 금액이다. 흡연자에게는  13보루가 넘는 담배가격이고 위스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연산 위스키를 살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8. 사람 사는 게 이런 건가? 베풀면 돌아온다는 것. 다만 뭘 바라고 베풀면 돌아오는 건 실망인 경우는 많은 것 같다. 왜? 기대를 하기 때문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오늘이다. 


9. 참고로 이 천사 같은 사장님 다른 사람에게는 까칠하다고 소문나신 사장님이다. 나에겐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면 다들 놀래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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