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예쁜 미소

by 백은월

유현의 말에 서한이 당연하다고 답하려다 순간 멈칫, 말을 끊었다. 둘 다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없어서 누구도 무슨 말을 해야 사귄다고 할 수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유현의 말에 골똘히 고민하던 서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보통 서로가 좋아하는 거 알면 사귀는 거 아닐까?"

"그래도 드라마 같은 거 보면 막 사귈래? 오늘부터 1일? 이런 거 하잖아..."

아까 전의 얼빠진 표정으로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본 모든 로맨스 드라마와 소설책, 영화를 생각하던 유현이 등장하는 커플들을 떠올려 보다가 내린 결론이었다. 나름 이유가 있는 유현의 말에 서한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장난기 어린 표정이 서한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서한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유현은 시선을 내렸다. 이전보단 익숙해졌지만 아직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은 꽤 어려워서. 자신의 손을 모두 덮은 서한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현은 손을 더 꽉 맞잡았다. 자신을 안고 있던 서한의 품으로 더 파고든 유현이 가슴팍에 가만히 기대었다. 쿵, 쿵, 하며 일정한 속도로 들려오다 점점 빨라지는 서한의 심장 소리에 유현의 심장도 덩달아 빨리 뛰어대기 시작했다.

"유현아"

"응?"

자신을 나지막이 부르는 서한에 화들짝 놀라 유현이 고개를 확 들었다.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조용히 심호흡하다 깜짝 놀란 것이었다. 동그라진 눈과 살짝 벌어진 입에 서한이 귀엽다는 듯 유현을 향해 웃었다. 서한이 웃으니 유현은 영문도 모른 채 똑같이 웃어 보였다. 왜인지 유현은 서한이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면 꼭 마주 웃어 주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그게 좋아서.

"왜 불러?"

"우리 사귈까?"

서한의 눈을 바라보던 유현의 눈동자가 툭 떨어져 왼쪽으로 데구루루 굴러갔다. 마치 귀엽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모습이 또 떠올라 서한이 웃음을 뱉었다. 유현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불길이 치솟는 듯 화르륵, 목에서부터 귀 끝까지 붉게 물든 유현의 모습이 서한에게 꽤나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짓궂게 굴고 싶은지, 웃음기를 잔뜩 머금은 얼굴로 서한이 맞잡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왜 말을 안 해줘. 나랑 사귀기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또다시 고개를 확 치켜든 유현의 얼굴에 당황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이내 유현은 웃음이 서려 있는 서한의 표정을 읽곤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또 나 놀린 거지 너 지금."

"너가 답을 안 하잖아. 빨리 대답해 줘."

서한의 재촉에 유현은 다시 부끄러워지고 있었다. 굳게 마음을 먹었다가도 가라앉았던 열기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었다. 좋다는 말 하나 하는 것이 뭐 이리 어려운지, 서한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현은 쉽사리 입 밖으로 좋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답을 할 듯 말 듯 머뭇거리는 유현에 웃음을 어떻게든 참던 서한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청량하고 맑은 소리가 작게 퍼지고, 행복하게 웃는 서한에 유현도 뭐라 말을 꺼내려다 함께 웃어 보였다.

"좋아 서한아. 우리 사귀자."

그 예쁜 미소를 띠고 하는 수락에 서한의 심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미친 듯이 움직여댔다. 종잡을 수 없이 뛰어대는 심장에 화답의 웃음도 지어 보이지 못하고 서한은 눈을 꾹 감은 채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이는 유현에 서한은 자동으로 미소를 지었다. 유현의 얼굴을 보면 웃는 것은 서한에겐 무조건반사 같은 것이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무조건. 서한은 유현을 볼 때마다 웃고 있었다.





화, 금, 일 연재
이전 06화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