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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20. 2021

그날, EP02-06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준비

- 05화에 이어-



"쏴아아아!"

"구르릉!"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대공포가 있었던 곳으로 나온 나와 박 상사는 탄약고 문을 열어젖혔다. 대공포 탄은 모두 출고되었지만 다행히 소화기탄 한 박스는 남아있었다.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이네요."


박 상사가 탄박스를 들고 나오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버텨낼 수 있을까요? 박 상사님. 안에 있는 분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도 두렵긴 마찬가지예요."

"쉽진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습니까.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죠."


박 상사와 난 다시 작전 상황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민수와 수연은 나름 피난 생활에 필요할만한 것을 모아두었다. 라디오, 배터리, 손전등 그리고 여벌의 옷들이었다.


"여기서는 이 정도밖에 못 구하겠어요. 1층 상점들을 한번 둘러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러자. 시간이 없으니 빨리 움직이자."

"그런데 1층으로 가려면 군용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갔다가 올라와야 해요. 아까 지하에서 달려들던 그놈들이 있었잖아요. 그건 어떻게 하죠?"



그랬다. 분명 지하에서도 그놈들과 맞닥드릴 뻔했다.


"뚫어야죠."


나의 대답에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별 방법이 없었다. 그놈들이 사라졌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1층에서도 그놈들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피난처로 사용하게 될 지하도 안전은 보장할 수 없었다.


"갑시다."


박 상사는 탄을 채우며 말했다. 수연과 민수는 내무실 관물대에 있던 더플백 하나를 집어 모아두었던 것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나는 총을 어깨에 들쳐 메고 소방용 도끼 하나를 손에 쥐었다. 우리는 군용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둥! 내려갑니다."


문이 서서히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내려갔다. 수연을 중심으로 엘리베이터 중앙에 모여있던 우리는 출입문쪽을 바라보며 나타날지 모르는 그놈들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민수는 나의 등을 톡톡 치며 이야기했다.


"이거, 혹시 몰라 드려요. 지하 피난처로 가는 열쇠예요. 그리고 제 보안카드로 보안장치는 해제할 수 있을 거예요."

"왜, 왜요. 그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민수 씨잖아요. 민수 씨가 갖고 있으셔야 죠."

"아녜요. 아무래도 제가 안내하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그, 그래도.."


"지하 피난처는 웨스턴 빌딩 지하에 있어요. 뒤쪽 지상 주차장 쪽에 대공 대피소라는 푯말이 붙어있을 거예요. 찾기에 어렵진 않을 거예요. 그곳에 도착하면 제 보안카드로 먼저 보안을 해제하세요. 그러 고난 후 이 열쇠로 문을 열여야 합니다. 매달 관리를 하긴 해도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으니 좀 불편할 수도 있어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제가 먼저 나가겠습니다. 제가 먼저 길을 트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전 이곳의 보안 팀장이잖아요."


"이제 다 와갑니다. 긴장하십시오."


지하에 다다른 엘리베이터를 보고 박 상사는 나긋이 이야기했다.



"지하 6층입니다. 출입문 열립니다."

"쉬이익"

"꿀꺽."


나는 쥐고 있던 도끼를 더욱 꽉 쥔 채로 천천히 열리는 문을 보았다. 샤비는 그르렁대며 수연 옆에 붙어있었다. 올라올 때는 문이 잘 안 닫히더니 열릴 때는 잘 열렸다. 뭐지 이 상황은?


"지직, 지지직"

"탁! 탁!"


문 열린 엘리베이터 앞은 아무것도 없었다. 계단실 문은 우그러진 채로 닫혀있었고 밖에서 들어오려고 하던 놈은 그 자리에 있지 않은 듯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 것 같네요. 그런데 이 문, 열릴까요?"



민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계단실 문을 잡으며 이야기했다.


"우르릉 쾅!"

"으앗! 깜짝이야!"


한참을 두들겨서인지 강철 방화문은 민수가 손을 대자 바로 무너졌다.


뿌연 먼지를 일었던 민수 앞에 먼지가 사라지자 검은손이 나타나 민수의 얼굴을 쥐고 좌 우로 뒤 흔들었다.


"으악!"

"타타탕! 타타탕!"

"펑! 펑!"


우리 뒤를 좇았던 그놈이었다. 다른 곳으로 갔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니.


"그르릉! 왕!"


수연 옆을 지키고 있던 샤비가 달려들어 그놈의 손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꾸르륵!"

"끼깅!"

"샤비!"


샤비에게 손을 물린 그놈은 다른 손으로 샤비를 집어던졌다. 수연은 내 뒤에서 뛰어나와 샤비에게 달려갔다.


"수연아! 이런 젠장!"


나는 그놈에게 달려들어 소방용 도끼로 그놈의 손을 내리 쳤다.


"꾸루루룩!"

"으아악!"


내가 내리 친 소방용 도끼에 그놈의 손이 잘려나갔고 민수는 바닥에 떨어졌다. 박 상사는 그놈의 머리를 정확히 조준해 사살했다.


"민수 씨!"


나는 민수에게 달려갔다.


"으윽, 컥. 어서, 어서 대피소로 피하세요. 컥. 칵, 전 가망 없는 것 같습니다."

"정신 차려봐요! 할 수 있어요. 민수 씨!"

"아녜요. 이상태로 간다면 많은 부담을 줄 거예요. 그리고 간다고 해도 제를 치료할 수도 없잖습니까. 괜찮아요."

"빨리 가야 합니다! 저쪽에 또 몇 놈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아요!"


박 상사가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고마웠어요. 민수 씨. 꼭 다음에는 편할 때 만나요."

"컥, 끄으윽."


민수의 고개가 뒤로 처졌다. 또 그렇게 한 명을 잃었다. 이 이상한 싸움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민수의 얼굴을 덮어주고 수연과 함께 박 상사 뒤로 갔다. 샤비는 살짝 다리를 절었지만 대체로는 괜찮아 보였다.


"빨리 갑시다. 이곳에 있으면 승산이 없어요."



밖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놈들은 내리는 비를 맞고 점차 더 진화를 한다. 커지는 덩치와 함께 개체수도 많이 늘어나고 있었고 공격력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진화된 놈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빨리 지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 폭격 시간이 이제 1시간 남았다.





- EP-02 7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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