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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20. 2021

그날, EP02-07화

무너진 정부, 새로운 시작.

- EP02-06화에 이어-


"끄어어엉!"

"쾅쾅!"


주차장으로 나간 우리는 주차장 출구 쪽에서 자동차를 장난감처럼 집어던지며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큰 놈을 발견했다. 그놈은 더 진화를 했는지 덩치가 더 커져 있었고 힘이 너무나도 셌다.


"빨리요! 저쪽에 한놈이 더 옵니다!"

"타타탕!"

"이제 총알이 얼마 안 남았어요!"


박 상사는 우리를 엄호하기 위해 그놈들에게 사격을 하면서도 최대한 총알을 아껴야 했다. 탄약고에서 한 박스를 구했지만 무턱대고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수연아! 빨리 뛰어!"



나는 뒤쳐지는 수연이를 향해 소리쳤다.


"퓻퓻!"

"쿠아앙!"

"윽! 이놈 이제 힘만 세진 것이 아닌가 봐요! 이놈이 쏘는 물폭탄 조심하세요!"

"타타탕! 네, 이쪽에서 최대한 막고 있을 테니 얼른 엘리베이터홀로 들어가세요!"


놈들이 쏘는 물폭탄의 위력은 점차 강해져 갔다. 주차장에서 파괴된 자동차 뒤에 엄폐하며 박 상사가 놈들을 저지하고 있었고 나와 수연 그리고 샤비는 엘리베이터 홀로 뛰기 시작했다.


"박 상사님 빨리 와요!"

"콰아앙!"

"으아앗!!"


엘리베이터 홀이 무너졌다. 박 상사가 있던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서 우리에게 달려오던 놈이 쏜 물 폭탄을 맞고 엘리베이터 홀은 입구가 무너져버렸다. 놀란 박 상사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괜찮아요?! 남수 씨! 수연아!"

"괜찮아요! 박 상사님! 홀이 무너졌어요!"

"계단으로 갑시다!"

"퓻퓻!"

"콰과광!"



방법이 없었다. 놈은 더 정신없이 물 폭탄을 쏘아대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박 상사는 수류탄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지하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콰아앙!"


순간 땅이 뭉클 움직이는 느낌이 들더니 천지를 흔드는 소리와 함께 박 상사가 던진 수류탄이 터졌다.


"이제 빨리 계단실로 뛰어갑시다!"


수류탄이 터지며 쏟아진 먼지를 뒤집어쓰며 우리는 계단실로 달리기 시작했다.


"끄어어어! 꾸루루룩!"

"쿠 다당!"

"으윽! 이놈이!"



달려오던 박 상사의 뒤를 한 놈이 덮쳤다. 박 상사는 몸을 뒤집어 쥐고 있던 소총으로 그놈의 몸을 막아서고 있었다.


'으윽, 힘이 너무 세! 뭐야 이놈!'


힘에 점차 밀리며 박 상사의 얼굴 앞까지 그놈의 얼굴을 들이댔다.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본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던 놈들은 점차 진화하며 험악해진 얼굴로 변해있었다. 박 상사는 고개를 돌려 놈의 시선을 벗어나고자 했다. 박 상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나는 수연을 계단실로 밀어 넣고 박 상사에게 달려갔다.



"파지직!"

"지지직! 꾹."


박 상사를 짓누르던 놈의 몸에 힘이 풀리며 맥없이 쓰러졌다. 자신의 위에 힘없이 쓰러진 놈의 몸을 치우며 테이저건을 쏘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고마워요. 큰일 날 뻔했네요."


박 상사는 내 손에서 테이저건을 거두며 말했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정말 끝나는 줄 알았어요."

"저도 그랬습니다. 자, 시간이 없어요. 공습이 시작되면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빨리 1층으로 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어쩔 수 없죠. 힘들겠지만 계단으로 올라갑시다."



박 상사는 나를 일으키며 계단실로 걸어갔다. 계단실 문을 굳게 잠그고 우리는 지하 6층에서 1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헉, 헉, 지금 몇 층이죠?"

"헉, 이제 지하 2층입니다. 수연 씨는 괜찮나요?"

"휴우, 네. 괜찮아요. 잠시 물 한 모금만 마시고 가면 안돼요?"

"그래, 그러자."


우리는 지하 2층 계단에 앉아 물 한 모금씩을 마셨다. 샤비에게도 물 한 모금을 주었고 나는 주머니에서 육포 하나를 꺼내 나누어 먹었다. 물론, 샤비에게도.


"우리가 폭격 전까지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이렇게 어렵게 왔는데 밖에 나가면 더 힘들 거잖아요. 그놈들에게서도 피해야 하고 폭격은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고요."

"최대한 빨리 뛰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모든 군 채널이 막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니 그렇게라도 피신해서 있을 수밖에요."

"휴우."


나는 짧은 탄식밖에 하지 못했다. 평범했던 월요일이 순식간에 악몽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고 앞으로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내 가족도, 이 사람들의 가족도 그리고 어딘가 살아있는 생존자들의 가족도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이 사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죽기 직전 지난날의 후회스러운 행동들에 대해 반성한다. 난 얼마나 잘 살아왔을까, 언제나 불평이 많았고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회사에서의 불만, 사소한 TV를 보면서도 불평했고 신세에 대해서 한탄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살려만 달라고 신에게 빌고 부탁해보지만 지금에 와서 이게 무슨 소용이랴. 나는 옆에 있던 샤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일어났다.


"다시 가 봅시다. 빨리 가야 우리가 살 수 있겠죠."


갑자기 굉음이 하늘을 뒤덮었다.


"쒸이이잉 쿠쿠쿵!"


전투기 소리였다. 폭격을 실제 진행하기 전 정찰을 나온 것 같았다. 시간이 없었다.


"빨리 이동해야겠습니다. 이제 폭격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박 상사의 말에 우리는 한걸음에 1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곤,


"덜컹!"

"끼익. 찰칵"


1층과 연결된 계단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혹시나 또 있을 놈들에 대해서 대비는 해야 하니까.


"아무도 없네요. 빨리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나옵시다."

"아, 네네!"


박 상사는 식료품점 앞에서 경계를 하고 있었고 나와 수연은 식료품점으로 들어갔다.


"수연아. 최대한 먹을것을 챙기고 물도 많이 챙기자! 그리고 너 필요한 거 있으면 챙겨!"

"네, 아저씨."


나는 물을 있는 대로 쓸어 담았고 캔에 들어있는 음식들과 초코바 등을 모두 챙겼다. 수연은 과자류와 휴지 그리고 여성용품을 최대한 많이 담았다.


"박 상사님 가시죠!"


나는 빵빵해진 더플백을 어깨에 메며 소리쳤다.


"쿠쿵! 쿠쿠쿵!"


먼발치에서 폭격이 시작된 듯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적어도 100미터는 뛰어야 한다. 밖에서는 이미 먼지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연아! 입을 가려!"


우리는 당장 급한 대로 입을 가리고 출입문을 열었다.


"위이이 잉! 쏴아아 아!"


먼지 폭풍이 세차게 불어왔고 날아다니는 모래들이 날아와 얼굴이 따가웠다.


"쿠쿠쿵!"

"이 근방까지 온 거 같습니다! 소리로 들어서는 5km 이내일 거 같아요! 빨리 가야 해요! 뒤는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뛰어요! 남수 씨! 먼저 가요! 그리고 수연이가 두 번째로 뛰어요! 난 뒤 따라 갈게요!"


박 상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나는 죽을힘으로 뛰어갔다. 그다음은 수연과 샤비가 뛰었고 박 상사는 그 뒤에 혹시 나타날 놈들을 확인하며 뛰어왔다.


"어서요! 더 빨리 뛰어요!"


입구에 도착한 나는 민수가 미리 나에게 주었던 보안카드를 대고 보안을 해지했다. 그리고 열쇠를 꽂으려 했지만 잘 꽂히지 않았다.


"아 왜 맨날 문들이 이러는 거야!"

"아저씨 침착해요. 괜찮을 거예요!"


"쿠쿠쿠쿠쿵!"


"남수 씨! 빨리 들어가야 해요! 지금 이 폭격은 예비 폭격이에요! 이후 폭격이 시작되면 지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파괴될 거예요!"


"철컥!"


문을 열고 수연과 샤비를 들여보내고 박 상사와 내가 몸을 던지는 순간 가까운 곳에 폭격이 이루어졌다.


"꾸과과광!"

"콰아앙!"

"으아앗!"



박 상사와 나는 대피실 입구 안쪽으로 엄청난 힘에 날아갔고 벽에 부딪쳤다. 수연과 샤비는 열린 문을 힘겹게 닫으려 하고 있었고 입구까지 모래 폭풍이 들이닥쳤다.


"으읏! 아저씨! 못 버티겠어요!"

"잠깐만! 얼른 갈게!"


나는 아파할 겨를도 없이 수연에게 달려가 있는 힘껏 문을 닫았다. 내부는 금세 조용해졌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폭격 소리에 다시 몸을 일으켜 뛰었다.


"본 폭격이 있으면 이곳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가장 깊은 층으로 가야 해요!"



박 상사는 소리치며 우리를 이끌었고 우리는 어떻게 내려가는지도 모르게 지하 6층까지 뛰어내려 갔다.



지하 6층에 들어온 우리는 은행에서나 볼법한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정말 적의 핵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제작된 게 맞는 것 같았다. 박 상사와 나 그리고 수연까지 합세해 온 힘을 다 해야 문이 겨우 움직였다.


"끄아아아!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조금만 더 힘내요!"

"쿠우웅!"



간신히 닫은 문에 주르르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온몸이 부서 없어지는 것 같았다. 박 상사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잠그고 내 옆에 앉았다. 이윽고,



"구우우웅! 쿠아아아아앙!"


천지가 떨어져 나가는 엄청난 소리가 나고 대피실 천정에서는 흙먼지가 후드득 떨어졌다. 이윽고 엄청난 굉음과 파동에 지진이 난 듯 대피실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엎드려있지 말아요! 그럼 파동으로 내장이 터질지도 몰라요!"

"으아아아아 아!"

"꺄아아아악!"



그렇게 본 폭격이 시작되었다.



- EP02-08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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