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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23. 2021

그날, EP02-09화

새로운 시작

- EP02-08화에서 이음-


김 소장이 이끄는 이글 5팀은 각기 명령이 하달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밤에도 대낮같이 밝았던 대한민국의 땅은 어두워진 지 오래였고 이들 모두 어딘가에 살아있을 친구가, 가족이, 그 누군가를 구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이윽고 김 소장이 팀원들에게 무전을 했다.


"아직 우리도 이 폭탄의 위력을 알 수는 없다. 다만 계산된 근거를 바탕으로 움직일 뿐이지. 그 이상의 위력일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는 군인이다. 이 폭탄의 위력에 누군가의 친구가, 누군가의 부모님이 희생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기본 초석을 우리가 닦는 거라 생각하자."

"네."


모두들 김 소장의 말에 동의했다. 이윽고 김 소장은 작전명령을 하달했다.


"먼저 예비 투하를 할 것이다. 본 폭탄인 베가톤을 투하하기 전 한차례 서울에 쏟아부어야 해. 예비 투하는 서울에 집중 투하를 할 것이고 끝나면 각자 맡은 지역으로 가 베가톤을 투하한다. 이후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복귀할 것. 모두 살아서 만나자."




"쿠쿵. 쿠쿠쿵!"



서울에 진입하자마자 이들은 투하 버튼을 눌렀다. 수만 발의 예비 폭탄들이 서울 곳곳에 떨어져 휩쓸고 있었다. 이윽고 김 소장은 서울의 중심을 향해 한발 실려있는 베가톤 폭탄을 떨어트렸다.




서울 폭격이 예고되었던 카운트 다운 24시간이 완료되었다.






"움.우우움. 안돼! 가지 마! 으허헉!"



나는 땀범벅이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 식당으로 나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의자에 앉았다.


"딸깍"


수연의 방에서 불이 켜지는 소리가 났고 부스스한 얼굴로 수연이 나왔다. 옆에 샤비도 함께.


"아저씨, 일어났어요? 아저씨 막 소리 질렀어요. 악몽을 꾸었나 봐요."

"음. 수연아. 나 때문에 잠이 깼나 보구나. 미안하다. 얼른 더 가서 자."

"조금만 있다가요."


수연은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샤비에게 물을 주며 수연이 물었다.


"우리 여기서 계속 지내야 하는 거죠? 밖으로 잠시 나가봐도 안돼요?"

"글쎄, 아직 어렵지 않을까? 밖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나가면 위험하니까. 박 상사님과 상의 한번 해 보자."


물 한 모금을 마신 수연은 다시 샤비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꺼지는 모습을 보고 난 차디찬 스테인리스로 된 식탁에 얼굴을 파묻고 엎드렸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상황들,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나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정부는 우리를 버렸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영화 같은 상황이 해피앤딩으로 끝나려면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를 보호하며 개척해 나가야 하는 걸까? 그렇게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남수 씨, 일어나세요."


박 상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 네 제가 여기서 잤나 봐요."

"네, 침실이 불편하셨습니까?"

"아녜요. 간밤에 악몽을 꾸었나 봐요. 잠이 깨서 물 한 모금 마셨는데 수연이도 따라 나왔다 다시 들어가 자고 있는 것 같네요. 박 상사님은 잘 주무셨어요?"

"네. 저는 괜찮았습니다. 저, 잠시 밖에 나갔다 오려고 합니다."

"밖에를 요? 혼자 나가셔도 괜찮아요? 저도 같이 갈게요!"



박 상사는 급히 준비하려는 나의 팔을 잡았다.


"아닙니다. 제가 혼자 갔다 오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합니다. 일단 나가서 현 상황이 어떤지, 피해는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무전기 하나를 구해와야겠어요. 계속 군과 연결을 해 봐야 앞으로의 상황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괜찮으시겠어요? 그래도 저랑 같이 가시는 게.."

"수연 양 혼자 남아있으면 더 위험할지 모릅니다."

"네. 알겠어요. 그럼 우리 통신은 어떻게 주고받죠? 전에 효종이가 준 무전기로 하면 될까요?"

"그건 아마 이 지하 깊은 곳까지 연결이 안 될 것입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금방 돌아옵니다."

"네. 그럼. 조심하세요."



박 상사는 가지고 있던 방독면을 착용하고 물자 보관함에 있던 낙진 방진복을 착용했다. 그리곤 소총을 어깨에 들쳐 메고 권총을 쥐고서 밖으로 나갔다.


'후욱, 후후.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


대피소 문을 열고 나간 박 상사는 무너진 지상 입구 계단을 바라보았다. 쥐고 있던 권총을 권총집에 넣고서 돌무더기를 오르기 시작했다.


"와르르르!"

"으윽!"


튼튼하게 지어졌을 대피소 입구인데도 계단 반 이상은 무너져 있었다. 박 상사는 기어 올라가듯 한참을 올라 입구에 다다렀다.



"쿵! 쿵!"


박 상사는 대피소 문을 열어보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모든 건물들이 무너지며 입구 쪽을 막은 것 같았다. 대피소는 지상에 지어진 건물과는 다른 모듈형으로 지어져 건물 무너짐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되어있었지만 건물 잔해에 파묻혀 열리지 않았다.


"곤란하게 되었네."



박 상사는 나지막이 말하고는 문 폭파용 폭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점성을 가지고 있는 폭탄으로 찰흙처럼 되어있어 자유자재로 잘라 사용할 수 있고 간단한 뇌관만 설치하면 된다.


문 뒤쪽에 얼마나 많은 콘크리트 잔해가 있을지 몰라 박 상사는 문을 둘러 둥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곤 뇌관을 심고 3미터 정도 뒤로 벗어나 방아쇠를 당겼다.


"끼릭"

"쾅!"


문은 순식간에 터져 나갔고 그 힘으로 지상 입구가 드러났다. 어둠 속에 있던 박 상사의 앞에 빛이 드리웠다.

밖으로 나간 박 상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진을 보았다. 눈 같이 아름답게 떨어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맞게 된다면 인체에 치명적이었다.


"모두 무너졌나 보군. 일단 상부와 연결될만한 것을 찾아야 해."


박 상사는 찌그러진 문으로 입구를 조금 가린 채 상부와 연락할 만한 수단을 찾기 시작했다. 잿빛 하늘로 변해버린 하늘, 발걸음을 내 딧을때마다 박 상사의 낡은 신발이 바닥에 쌓여있는 낙진에 휘감켰다.




- EP02-10화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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