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움직임의 시작
-EP02-11화에서 이어집니다-
"투투투투"
"사고기를 발견했다. 현재 조종사 두 명 발견하여 구조중."
"파지지직"
"덜컹!"
"요구조자 2명 확인. 움직임은 없고 특별한 외상은 없어 보인다. 칵핏에서 구조 후 복귀하겠다."
김 소장의 폭격기가 내 보낸 신호를 받고 미군 해난 구조대가 급파되었다. 다행히 미 공군 기지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고 관제탑에서 위치를 탐지한 후라 신속하게 구조가 가능했다.
"요구조자 2명 구조 완료. 바이탈 체크 이상 없음. 저체온증이 시작된 것 같으나 그 외 별 이상은 없어 보임. 부대로 복귀할 예정."
"타타타타타타!"
김 소장과 박 대령을 구조한 헬기가 괌에 있는 미군 공군기지로 옮겼다. 나머지 대원들은 추락한 폭격기의 블랙박스를 수거하여 보트에 옮겼고 이내 부대로 복귀를 완료했다.
괌은 아직 놈들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괌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항공모함도 정박해 만약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미군이 파악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대한민국에서 시작된 괴 생명체의 공격으로 남한이 모두 점령당했고 일본까지도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기지도 모두 놈들에게 점령되었고 현재 괌은 아직 공격을 받지 않았다. 놈들은 북한을 넘어 대륙으로 진출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유럽 대륙까지 80%가 놈들에게 당한 상태이며 독일과 영국 스위스 등이 현재 놈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놈들은 미국 본토까지 진출한 상태이고 미 서부지역을 시작으로 놈들은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캐나다군은 국경의 수비를 강화했고 남미 지역 역시 일부 지역은 점령당했으나 브라질만이 놈들과 교전 중에 있다.
대한민국이 아직 제주도를 사수하고 있던 시점에서 미군은 대한민국 공군과 함께 베가톤 폭탄을 지원하였고 놈들의 시발점인 서울과 인근 도시를 폭격하였으나 효과는 심한 낙진으로 위성으로는 파악이 어렵고 또한 진입이 어려워 베가톤의 효과 여부는 파악이 어렵다. 이후 생존자들을 파악하고 살아있을 놈들을 사살하는 작전 계획을 수립 중이나 실제 진입이 가능한 시기는 앞으로 수개월 후에 가능할 전망이다.
"헤이 킴. 이제 정신이 드나요?"
김 소령이 서서히 눈을 떴다. 그들이 구조된 지 10시간 이후였다. 정신이 들고 있는 김 소령에게 미 군의관 제임스 소령이 말을 걸었다.
"으윽, 여, 여긴.."
"오우,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여긴 미군 병원입니다. 당신과 미스터 팍은 운이 좋았습니다. 별다른 외상은 없으니 안정만 취하면 괜찮을 것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놈들은? 이곳은 괜찮습니까?"
"아직 여기는 괜찮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당했습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고요. 일부 국가에서 교전을 하고 있지만 미군과 나토군이 지원하고 있어요. 당신이 수행했던 명령은 폭탄 투하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이후 상황은 아직 파악 중입니다. 낙진이 생각보다 심했고 그 충격으로 서울의 대부분과 주변 도시는 모두 무너진 것 같아요. 현재 군사 위성과 호크아이를 띄워 계속 확인 중에 있습니다. 이후 브리핑이 있을 테니 먼저 몸을 추스르세요."
김 소령은 제임스 소령에게 간단하기 이야기를 들은 후 다시 잠에 빠졌다. 살아남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혹시 모르니 산소를 많이 아껴야 합니다."
"후욱. 네 박 상사님만 좇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박 상사의 뒤에서 낮은 포복으로 따라가고 있었다. 몇 년 만에 해 보는 낮은 포복인지 모르겠다. 무릎은 아려왔고 팔꿈치는 까지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던 부대 막사가 어느덧 가까워졌다.
박 상사와 나는 몸을 일으켜 일부가 무너진 외벽에 몸을 기대었다. 포복을 하느라 뒤집어썼던 낙진이 우수수 떨어졌다. 내부 상황은 낙진으로 눈으로 확인이 안 돼 가만히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모든 생명체가 없어졌는지 흔했던 벌레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박 상사는 눈짓으로 나에게 들어가자는 신호를 했고 우리는 기대고 있던 벽에서 서서히 몸을 돌렸다.
"꾸르륵!!"
"퓨퓨퓻!"
"어! 피해요!"
"쾅!"
갑자기 놈이 나타났다.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전의 놈들보다는 움직임이 빨랐다.
"펑! 펑!"
"투투투!"
"퓨퓻!"
"콰앙!"
"으앗!"
박 상사와 나는 놈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놈은 몸을 잽싸게 피하며 우리에게 반격을 했다.
"양쪽으로 나뉩시다! 놈을 향해 계속 총을 쏴 주세요! 제가 돌아가서 뒤를 치겠습니다!"
"네!"
"펑! 철컥 펑!"
"꾸르륵!!"
"퓻퓻!"
"철컥 팡!"
나는 돌아서 달리고 있는 박 상사를 확인하고는 샷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나는 놈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조준했다. 놈은 조준하고 있는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나는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틱!"
"젠장!"
다섯 발 밖에 장탄하지 못하는 삿건이었다. 나는 급히 권총을 꺼내어 들었고 놈은 나를 향해 뛰어올랐다.
"타타탕!"
"꾸룩! 켁"
"꾸웅!"
놈은 날아올라 나를 덮쳤지만 박 상사가 정확히 쏜 총을 머리에 맞고 나를 덮친 채로 쓰러졌다.
"허억, 허억"
"큰일 날 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놈들이 살아있는 거죠?"
"이 건물 안에 있었던 놈 같습니다. 이 막사도 일부 무너졌지만 다행히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안에서 폭격을 피했던 것 같네요."
"으휴! 징글징글한 놈들!"
나는 놈을 밀쳐내고 박 상사의 손을 잡고 일어났며 말했다.
"그렇다는 건 막사 내부는 꽤 괜찮다는 것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들어가 보죠."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박 상사는 소총에 달려있는 라이트를 켜고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권총을 들고 박 상사를 뒤 좇았다.
막사는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식 건물이었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뀐 이후 군은 막사를 새롭게 짓기 시작했다. 진도 9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고 웬만한 포격이나 폭탄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되었지만 베가톤의 위력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그래도 꽤나 튼튼하게 지어져서인지 모두 무너지지는 않았네요."
"그렇네요. 작전 상황실로 가 봅시다."
막사 3개 동 중 한 개 동은 무너졌지만 두 개동은 벽면 일부만 무너졌다. 언덕 위에 있어서 큰 영향을 받았지만 대비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
"철컥, 끼이익"
박 상사는 상황실 입구의 문을 살짝 열고 나에게 눈짓했다. 나는 문 한쪽을 잡고 내부에 있을지 모를 놈들에 대비했고 박 상사는 벽에 기대어 진입을 준비했다.
"끼이익! 탁!"
"사사삭!"
내가 문을 열자마자 박 상사는 라이트를 켜며 오른쪽으로 들어갔고 나는 이후 왼쪽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네요."
"다행입니다. 빨리 무전기를 찾아야겠습니다. 산소가 그리 넉넉지는 않아요."
"딸깍."
"팟!"
나는 버릇처럼 벽면에 있는 전등의 스위치를 올렸고 어두웠던 상황실 내부가 갑자기 밝아졌다.
"어? 전기가 들어오는데요?"
"그동안 태양열로 축적되어 있던 전기인가 봅니다.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거예요. 하늘이 온통 낙진으로 덮여있어 발전을 못했을 테니까요."
"아 그렇군요."
"무전기, 찾았습니다."
박 상사는 상황실에 있던 무전기의 전원을 돌렸다. 아직 배터리가 살아있었다.
"지직. 지지직"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인지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박 상사는 이내 군용 비상 주파수에 맞췄다.
"폭스 4, 폭스 4, 생존 보고. 현재 민간인 2명을 구출했다. 수신되는 인원 회신 바람 이상."
"지지직."
무전기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수신부에서는 계속 지지직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모두, 당한 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럴리는 없잖아요."
"모르겠습니다. 일단 무전기를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외부 안테나와 배터리를 챙겨가죠."
"네. 여기 더 필요한 게 있을까요?"
"찾아보죠."
박 상사는 무전기를 챙겼고 나는 백팩에 배터리를 챙겨 넣었다. 아직 대피소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충전을 하면 무전기를 조금 더 운용할 수 있다.
"끼이익"
상황실에서 나온 우리는 내무실로 향했다. 하늘이 검붉게 변해있었다. 오후 5시 30분, 해가 지는 모양이다. 이제 잿빛으로 변해버린 하늘도 조금은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 2편 마지막화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