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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6. 2021

-가제- 그날 06

두려움을 아는 인간이 가장 약한 존재다.

- 5편에 이어-


"그르르르"



그놈들을 유인해서 나와 멀어져 가는 박 상사를 바라보며 죽자 사자 뛰어와 문을 열려는 순간 평소의 그놈들과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 시간 굶주림에 지친, 먹이를 바라보는 늑대의 소리와 같은, 온몸의 털이 바짝 서고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 순간이었다.


반쯤 열린 문 속 어둠의 공간에서는 빨갛게 빛나고 있는 형체의 눈만 빛이 나고 있었고 금세라도 나에게 달려들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지만 나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붕붕! 위이잉!!"

"꾸꾸룩! 꾹꾹!"


그놈들이었다. 박 상사는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날아다니는 놈과 함께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쉭! 샤비! 공격!"

"으어아!"

"컹!"



어두움 속에서 밖을 향해 짧은 외침이 들렸고 늑대와 같았던 빨간 두 눈이 4개로 변했고 놀라 뒤로 자빠지는 나를 지나 큰 소리를 내며 어두움 밖으로 뛰쳐나왔다.


"쉬익! 텁! 팍! 콰앙!"

"꾸룩! 엑! 퓻퓻! 쿠웅!"



늑대개 두 마리였다. 명령을 받은 두 마리의 늑대개는 주인의 명령에 빠르게 뛰쳐나왔고 한 마리는 공중에 떠 있던 그놈을, 다른 한 마리는 덩치 큰 놈을 향해 날아올라 순식간에 그들을 처치했다.


"쉬이이이. 쾅!"

"꾹꾹컥."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너무 놀라 황당하여있는 나에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큰 늑대 개는 처음 보았다. 덩치는 크지만 온순한 생김새의 알래스카 말라뮤트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무언가 더욱 용맹스럽게 생겼고 큰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움직임은 너무나도 민첩했다.


어둠 속에서 앳된 여자 아이가 나오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등학생쯤 되었을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많이 놀라셨죠. 죄송해요. 얘들은 저를 보호해주고 있는 아이들이에요. 쉭과 샤비에요."


늑대 개들은 금세 귀여운 모습을 하고 여자아이의 양쪽에 다가와 앉았다.


"아 예, 예.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일단 들어가죠. 밖은 위험하니까요."

"아, 박 상사님! 박 상사님은?"

"아까 여기 같이 있으셨던 분 맞으시죠? 이미 그쪽으로 제 친구들이 구하러 갔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곧 돌아올 거예요."


소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안쪽으로 이끌었고 나는 박 상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쉭과 샤비는 원래 자신들의 자리인 듯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앉아있었다.


"이곳에 잠시 앉아 있으세요. 따뜻한 차를 내어 올게요."



소녀는 나를 부드럽게 인도했고 나는 오늘 일어난 많은 일들이 너무 영화 같아 너무 혼돈스러웠다. 괴물이라고 불러야 하는 생명체들은 털 복숭이에 너무 귀여운 외형을 하고 있었고 날아다니던 놈들 조차도 완구점에 파는 프라모델처럼,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덩치가 나보다 큰 늑대 개라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재스민 차예요. 빵 몇 개도 가져왔으니 드시며 한숨 돌려보세요."



그랬다.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했다. 따뜻한 차의 향기와 빵 냄새를 내 코를 자극했고 갑자기 극심한 허기에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빵을 먹어치웠다.



"많이 배고프셨나 봐요.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은 안전합니다."

"아 네, 네, 감사합니다. 근데 이름이라도.."

"수연이라고 해요. 아저씨. 아,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죠?"

"네. 괜찮습니다.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박 상사님과 갈 곳이 있어서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나는 눈 앞이 아득해지며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제 시간은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음, 아. 여보! 안돼! 가지 마!"

"아아악! 헉헉!"



얼마나 지났을까, 땀에 범벅이 되어 눈을 뜬 나는 샤비와 눈을 마주쳤고 샤비는 나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어, 어 고마워. 나를 지키고 있었구나."



낑낑거리며 내 품으로 고개를 넣는 녀석을 쓰다듬으며 잠시 숨을 고를 때쯤 수연이 들어왔다. 이윽고 박 상사가 들어왔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오늘 일에 많은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심하셨던 것 같네요. 몸을 더 추슬러야 합니다."

"악몽을 꾸셨나 봐요. 식사를 하시고 갑자기 쓰러지셔서 박 상사님과 이쪽으로 옮겨드렸어요."


"박 상사님! 살아계셨군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너무 놀랬습니다! 혹시나 잘못되셨을까 봐 해서요!"

"억, 네. 괜찮습니다. 여기 친구들 덕분입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나는 박 상사님을 얼싸안았고 너무 놀란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 상사는 뻣뻣하게 나를 받아주고 있었다.


"조금 더 몸을 추스르셔야 해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었어요. 그런데 악몽을 꾸시는 것 같던데 아내분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가지 말라고 소리치시던데 어디 멀리 있으신가요?"


따뜻한 손수건을 내게 내밀며 수연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네. 그리 먼 곳은 아니에요. 바로 옆 블록 저희 집에 아내가 있습니다. 박 상사님과 저는 아내를 구하러 가고 있었어요. 그러다 그놈들을 만났고 수연 씨가 저를 구해줬죠."

"아직 시간이 있을 거예요. 조금만 더 몸을 추스르고 새벽에라도 바로 떠납시다."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보니 작은 방에 침대 하나만이 놓여있었고 방 문은 없이 커튼으로 앞을 가리고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이 몇 시죠? 빨리 출발해야겠어요. 이미 밖은 난리가 났고 아까 저희 회사에는 내부로도 그놈들이 들어왔어요. 아파트라고 안전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박 상사님 힘드시겠지만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잖아요."


"그러시죠. 밖에서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시간, 나는 방에서 옷을 추슬러 입고 밖으로 나와 박 상사에게 갔다.


우리는 다시 한번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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