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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7. 2021

-가제- 그날 07

혼자가는 길은 외로웠다.

-6편에 이어-


"저희도 같이 갈게요."


수연과 그 친구들이 나섰다. 나를 지키고 있던 수연과 박 상사에게 지원을 나갔던 남자아이, 이름은 효종이라고 했다, 그리고 쉭과 샤비도 출발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마스크와 노출되는 뒷 목을 가릴 수 있게 천을 하나 덧 댄 챙이 넓은 검은색 부니햇 그리고 장갑을 끼고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플라스틱 투명 방패를 한 손에 들었다. 머리 양쪽에는 서치라이트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슈어파이어를 하나씩 달고 있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나이 든 나보다 상황에 훨씬 적응을 빨리 한 것을 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캠핑을 많이 다녔거든요. 그때 밤길에 사용하라고 이 손전등을 선물해 주셨는데 이게 생각보다 그놈들에게 효과적이더라고요. 그놈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빛에 약해요."


생각해 보니 그랬다. 오전과 대낮에는 드론을 타고 다녔고 드론의 내부는 온통 검게 되어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그놈들이 활개 치고 다녔던 건 해가 질 무렵과 실내에서였으니까. 뱀파이어 뭐 그런 것이랑 같은 이치인가?


"알겠습니다. 벌써 새벽 5시가 다 되어 갑니다. 곧 동이 틀 거예요. 아직 밖은 그놈들의 놀이터지만 동이 튼다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어요. 1킬로미터 저도 남아있으니 빨리 아내분을 구출하여 집결지인 회사로 옮깁시다."


박 상사는 이렇게 말하고 문을 살짝 열어 밖의 상황을 확인하고 말했다.



"그놈들의 움직임은 아직 확인 안 됩니다. 나가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조심하세요. 이놈들 생각보다 소리에 민감합니다. 수연 씨는 쉭과 샤비에게 명령을 잘 부탁드립니다. 효종 씨는 이분 옆에서 백업을 부탁드립니다."



"아 제 소개가 너무 늦었네요. 제 이름은 남수입니다. 이남수."


"그럴만한 상황이 아녔으니까요. 알겠습니다. 효종 씨는 남수 씨 옆에서 저희 전체를 백업해주시면 됩니다. 수연 씨는 쉭과 샤비와 함께 제 뒤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둘을 공격하게 해 주세요."

"네, 알았어요."

"아, 아까 손전등이 이놈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했죠? 어떤 효과가 있는 것입니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움직임이 멈춰요.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도망가거나 공격하기에 충분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박 상사는 다시 한번 문을 열어 밖의 상황을 살피고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뛰쳐나갔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집까지는 직선거리로 1킬로미터, 동이 트기 전 짙은 새벽이었고 수성과 달 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도,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곳이 폐쇄된다고 하니 이곳을 벗어날 수 있도록 아내를 구출하여 집결지로 가야만 했다.



그 시각, 청와대 벙커 안, 정부 긴급 이사회.



"국방부 장관님, 현재 상황은 어떻게 해결 방안은 어떻습니까? 국민들을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물었다.


"네, 대통령님. 현재 시각 0500분 서울의 대부분 지역은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드론으로 인해 초토화된 상황입니다. 서울과 연결된 모든 도로는 폐쇄된 상황이지만 아시다시피 주요 도로만 막는다고 해서 확산을 방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수방사와 예하 부대 기갑사단 등을 주요 도로에 배치해 놓았고 950만여 명의 시민들 중 사망 추정인원 700만여 명, 90만여 명은 대피 완료, 나머지 160만여 명은 대피 중이거나 거주지 혹은 특정 건물 등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특전사들과 각 군의 특수부대원들이 긴급 투입되어 주요 대피 거점으로 시민들을 구하는 작전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만 이도 언제 완료될지, 작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흐음, 너무 많은 분들이 희생되셨네요. 이들의 정체는 밝혀졌나요? 목적이 무엇이고 이들을 섬멸할 수 있는 방법은 파악된 게 있습니까?"


대략적이나마 파악된 희생 인원의 수를 보고 받자 이사회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몇몇은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확한 것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국정원에서도 조사 중에 있습니다만 외계 생명체인 것 같다는 판단만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요 공격 방법은 물폭탄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쏘고 사람들은 액체로 변하게 됩니다. 이후엔 몇 개의 드론이 사람이 변해버린 액체를 수거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방어태세는요? 걸어 다니는 것들은 지상에서 막을 수 있다고 해도 날아다니는 것들은 자칫 잘못하면 방어선을 금방 넘어갈 텐데요."


"네 그래서 방공포병부대와 휴대용 유도탄 그리고 미사일 등을 배치해 놓았고 서울 전 지역을 레이더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서울 시민들이 서울을 탈출했다는 판단 후에는 레이더에 포착된 드론들을 향해 유도탄을 이용 제거할 예정이고 1차 폭격이 완료된 후에는 지상군을 투입하여 걸어 다니는 놈들을 없앨 예정입니다."


"아직 서울을 빠져나오지 못한 분들이 있으면 어떻게 하죠? 모두 빠져나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군사 위성을 이용해 서울을 감시하고 적외선 촬영을 세밀하게 할 예정입니다. 사람의 체온을 감지하면 주변부는 노란색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붉게 변합니다. 하지만 그놈들은 전체가 붉은색입니다. 이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은요? 적외선 촬영은 아무리 그 성능이 좋아졌어도 건물 내부 특히, 지하층이 깊게 만들어진 건물들은 파악할 수 없을 텐데요?"


또 다른 장관이 가재 눈을 하며 되 물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건물 외부에서 움직이는 분들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부 긴급 문자 메시지로 대피장소와 시간, 대피소에서 출발되는 날짜와 시간을 발송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시민들을 파악할 수는 역부족합니다. 주요 인사들은 이미 대피를 하고 있고 자신의 집이나 건물 등에 숨어있는 국민들은 찾아내 집결지로 대피시킬 예정입니다."

"서울에 있는 모든 건물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수도 없고! 이놈들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도 파악이 안 되었어요! 그리고 시민들이 숨어있는 곳을 어떻게 다 찾아내어 대피시킨다는 것이에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했어요!"


대통령은 침통한 듯 손을 모아 턱에 괴고 국방부 장관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아직은 서울에 국한되어 있다지만 언제 전국으로 퍼져나갈지 모를 일이었다. 더 이상의 피해는 막아야 했고 서울에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대피시키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적들과 섞여있는 국민들만을 선별하여 구해낼 수도 없었고 적들만을 골라 공격하기에도 어려웠다.


의미 없는 회의 시간만 늘어갔다.



0530분 주인공 일행,


박 상사는 앞장서서 어둠 속을 헤쳐가고 있었다. 그의 총열 덮개 왼쪽에는 슈어파이어 사의 전술 손전등이 달려있었고 뒤를 따르는 수연도 쉭과 샤비와 함께 주변을 살피며 조용조용 걸어오고 있었다. 남수와 효종은 그 뒤에서 뒤쪽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놈들을 대비하고 있었고 간혹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비명소리, 작은 불빛들은 보였지만 이들에게 나타나는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남수의 아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500미터 정도 남긴 시점 어디선가 119 앰뷸런스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삐용삐용! 위이잉! 삐잉! 삐잉!"


앰뷸런스만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고 그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파트 바로 앞 마지막 건물 외벽에 몸을 숨기고 박 상사는 거울이 달린 막대기로 마지막 도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앰뷸런스의 반짝거리는 경광등이 보였고 소리가 점점 커지는 동시에 불빛도 커졌다. 위태롭게 비틀거리며 달려오던 앰뷸런스는 우리와 20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크게 한번 휘청이더니 자세를 잡으려고 반대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끼이이익!"

"콰앙!"



앰뷸런스는 결국 남수의 아파트 입구 문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박 상사와 우리는 앰뷸런스로 뛰어갔다.


"꾸룩꾸룩!"

"퓻퓻퓻!"

"으아아!!"

"타탕! 탕탕!!"


조금은 작은, 초등학생 정도의 몸집을 하고 있는 그놈이 운전석 밖에 매달려 앰뷸런스 안쪽으로 물폭탄을 쏘아대고 있었고 내부에서도 이놈에게 반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박 상사는 그놈에게 총을 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고 있었고 쉭과 샤비는 출동시키지 않았다.


"꾸루룽, 쿵!"


결국 그놈은 박 상사가 쏜 총에 맞아 쓰러졌고 얼른 앰뷸런스 내부를 보았지만 안에서 저항하던 사람은 이미 액체로 변해있었다.



"이런 젠장!"


박 상사는 차 문을 힘껏 치며 그 사람을 구할 수 없었음에 화를 냈고 수연은 작은 병을 하나 꺼내 운전석에 고여있던 액체를 조금 담아 뚜껑을 닫았다.



"어떻게 사람이 액체로 변하게 되는지, 무슨 성분에 의해 그렇게 되는지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앰뷸런스 문을 열었다. 차량 파손이 심하지 않았기에 복귀할 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문을 열자 약간 점성을 띠는 액체는 주르륵 흘러 바닥이 떨어졌고 이내 빗물 배수구로 흘러들었다.


"우르릉!"


앰뷸런스의 시동이 걸리고 현관 가까운 쪽으로 차를 옮긴 후 우리는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이제 10층에 있는 우리 집으로만 가면 된다.



-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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