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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7. 2021

-가제- 그날 08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우리의 인생만큼


시작하기 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역, 명칭은 가상이며 상상에 의해 쓰인 픽션입니다. 지리적 위치인 "서울"의 명칭만 채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6편에 이어-


"치익 지직! 탁! 탁!"


앰뷸런스와의 충돌로 부서진 입구를 지나 건물 내부로 들어 선 우리는 칠흑같이 어두운 내부로 들어갔다. 앞을 밝혀주는 전구는 모두 나가 있었고 끊어진 전선에서 약하게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아파트도 그놈들에게 공격을 받았던 것 같았다. 아내는 괜찮을지..




박 상사는 야간 투시경을 착용했고 우리에게 글로우 스틱을 꺾어 하나씩 나누어주며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현재 많이 어두워 앞을 볼 수가 없으니 많이 위험합니다. 그놈들이 빛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니까요.


가야 할 곳은 10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끊겼을 테니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야 합니다. 최대한 소리 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 이동을 하기엔 인원이 너무 많으니 저와 남수 씨만 움직이겠습니다. 수연 씨와 효종 씨는 1층 로비에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 주세요. 다만 먼저 로비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서로 통신은 어떻게 하죠? 아무래도 떨어져 있을 때 무슨 일이 나면 서로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요."

"아, 저 이거 있어요. 이게 여기서도 잘 될지 모르겠지만요."


효종 씨가 가방을 열고 생활 무전기 한쌍을 주섬주섬 꺼냈다.


"원래 수연이랑 사용하려고 옛날에 사두었던 건데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통신 거리는 꽤 된다고 했어요. 여기 이어 마이크도 있고요."


요즘 생활 무전기는 최대 4킬로까지 통신이 된다고 하지만 그건 방해물이 없는, 광활한 대지에서나 작동이 될터였다. 그래도 지금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그러죠."



박 상사는 자신이 끼우고 있던 군용 무전기 헤드셋을 벗고 효종이 건네어주는 생활무전기를 착용했다. 다른 하나는 효종이 착용했고 박 상사는 효종에게 신호탄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만약 무전으로 연락이 안 되는데 로비에서 상황이 생기면 이 신호탄을 터트리세요. 20미터까지는 올라가서 발광을 하게 될 거고 5분에서 10분 정도는 유지될 것입니다. 그럼 저희도 빨리 이동해 내려오겠습니다. 그동안 최대한 버텨주세요."


"네 그럴게요. 조심하세요."




아무래도 인원이 많으면 그놈들과 싸움에서는 이로울 수 있겠지만 덩치 큰 쉭과 샤비까지 있으니 노출이 더 많이 될 것이다. 이동 속도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니 박 상사와 나만 10층으로 올라갈 예정, 현관을 지나 1층 로비로 천천히 진입했다.



아내가 있는 아파트는 20층의 고층 아파트였다. 1층에는 로비 역할을 하는 커다란 입구가 있고 쇼핑몰에 온 듯 중앙에는 분수대와 작은 정원을 마련해 놓았다.


중앙에 각 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4기가 있었고 엘리베이터 중앙에 비상 탈출용 계단이 있었다. 아파트는 로비를 중심으로 사각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고 로비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하늘이 보이니 신호탄을 사용해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수연과 효종은 엘리베이터를 등 뒤에 놓고 정면으로 아치형의 분수대를 엄폐물로 삼아 자리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문이 뒤쪽에 버티고 있어 뒤편은 방어막이 형성되었고 5미터 정도 떨어진 부근에 아치형 분수대가 전면부를 방어해 줄 수 있었다. 양쪽 측면에는 쉭과 샤비가 각각 웅크리고 있었고 수연과 효종은 가운데서 전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끼이익, 탁!"

"타박, 타박, 탁"


글로우 스틱의 빛에 의존하며 박 상사와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좁아진 시야에 불편했는지 야간투시경을 벗은 박 상사는 글로우 스틱 한 개를 밝혀 가슴팍에 걸었다.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마치 이곳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가 진하지도 않게 건물 전체에서 맡을 수 있었다.



"너무 조용한데요, 박 상사님."

"그렇네요. 아무리 주거지였고 많은 사람들이 대피했다고 하지만 너무 조용한 게 이상합니다."

"그런데 집결지로는 몇 시까지 가야 하나요? 우리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겠죠?"

"내일 정오까지는 가야 합니다. 벌써 일곱 시이니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아요."

"네, 빨리 이동해야겠어요."



아내에게 빨리 이동해야 했다. 이미 시간이 오래되었고 혼자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빨리 구하러 오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졌고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헉헉. 그래도 이곳까지 놈들이 오진 않았을까요? 이제 7층이네요."

"후, 일단 괜찮은 것 같아 보이긴 하는데 너무 조용한 게 이상합니다."


"후우웅! 콰아앙!"


갑자기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가 났고 건물이 살짝 흔들렸다. 난 소스라치게 놀라 난간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으윽, 갑자기 이게 뭘까요. 건물도 흔들렸던 거 같은데요!"

"전투기들이 발진한 것 같네요. 건물이 흔들릴 정도면 꽤나 저고도 비행을 하는 것 같은데 빨리 가야겠습니다."


박 상사와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전투기들이 서울 상공을 날았다는 것은 이제 군이 실행할 작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의미였다.


"텅! 철컥! 철컥!"


10층에 다 다른 우리는 복도로 들어가는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힘껏 돌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복도 쪽에서 잠겨있는 것 같았다.


"잠시 이쪽 벽에 붙어 몸을 피하세요."



박 상사는 전술 조끼 안에서 작은 폭탄 하나를 꺼내어 들었고 뇌관을 연결해 문 가운데에 붙였다. 나는 계단 옆에 있던 방수호수 문을 열고 내부에 있던 도끼를 꺼내어 들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연결된 폭탄의 스위치를 딸깍,



"팡!"


폭탄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소리가 났고 먼지와 연기가 살짝 일어나며 문은 우그러져 복도 쪽으로 튕겨 나갔다. 박 상사는 다시 허리춤에서 거울 달린 막대를 문 밖으로 내어 복도 쪽 상황을 살폈다.



"쉿."



박 상사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복도 중앙에 희미하게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집이 몇 호인가요?"

"아 네, 10호입니다."

"중간까지는 가야겠군요. 몸을 최대한 낮추고 따라오세요."



조용히, 은밀하게 우리는 내부로 들어왔고 복도 가운데 쪽 난간에 등을 기대었다.


야간 투시경을 장착한 박 상사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고개를 돌려 보았고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에게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천천히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고 1001호를 지나 1005호에 다 다를 때쯤!



"부우웅! 삐이! 삐이익!"

"쿵쾅! 쿵쾅! 꾸르륵!"



갑자기 우리를 어디서 보았는지 놈들이 타고 다니는 비행물체가 하늘에서 내려왔고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복도 맞은편 끝에서 그놈 하나가 복도를 쿵쾅거리며 우리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퓻퓻!! 퓻퓻퓻!!"

"제길, 무언가 검은 물체가 있더라니! 엎드려요!"

"탕! 타탕!"

"아앗 박 상사님 저기!"



박 상사는 앞에서 달려오는 놈을 향해 총 몇 발을 쏘았고 물 폭탄을 피하며 나에게 엎드리라 소리쳤다. 하지만 한 마리가 아니었다. 덩치는 조금 작았지만 우리를 향해 달려오던 그놈 뒤로 두 마리가 더 달려오고 있었다.


"빨리 뛰어요!"



박 상사와 나는 우리 집 앞까지 뛰어가기 시작했고 거의 다 다를 때쯤 박 상사는 총열 부분에 달려있던 손전등의 스위치를 켰다.


"딸깍!"


슈어파이어는 서치라이트 정도의 밝기를 보여주었고 우리에게 달려오던 그놈들은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못했다.



"빨리 문을 열어요!"


박 상사의 뒤에서 나는 급히 달려와 우리 집 현관의 비밀번호를 눌렀지만 너무 다급한 나머지 열리지 않았다.


"띠띠, 비밀번호가 틀립니다."

"젠장! 다시 다시. 1409.."

"띠띠, 비밀번호가 틀립니다."

"아 왜!"

"아직 멀었어요? 이놈들 다시 움직이려고 해요!"

"꾸르륵. 꾹꾹!"

"퓻!"


"띠리리! 출입문 열립니다."

"덜컹!"

"빨리 안으로!"

"쾅!"


가까스로 문을 열고 박 상사와 나는 집 안으로 몸을 던졌고 그놈이 쏜 물 폭탄은 열린 출입문이 방패 작용을 했다. 문은 쾅 소리를 내며 닫혔고 우리는 한숨을 돌렸다.


"쾅! 쾅! 쾅!"

"헉헉."

"간발의 차였네요."

 

그놈들은 부숴버릴 기세로 문을 두드렸다. 방화문이었고 문은 자동으로 잠기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안에서 밖으로 열리는 문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다.


"찰칵"


드디어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직 쿵쾅 거리는 문 밖을 그대로 둔 채 안방으로 향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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