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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09. 2021

-가제- 그날 12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 11편에 이어-


"으윽."

"이제 저와 교대해요. 힘을 너무 쓰셨어요."



이를 악물고 박 상사는 장갑차를 운전했다. 그는 부러진 갈비뼈를 한 팔로 붙잡고 극심한 고통을 참아왔으리라.



"끼이익, 쉬익"


잠시 장갑차를 멈춰 세우고 우리는 한숨을 돌렸다. 그 일이 벌어지고 3일째가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우리는 많이 지쳤고 잠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언제 그놈들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잠시 쉬며 뭐좀 먹고 가요."

"마실 물을 좀 떠올게요."

"효종씨 같이 갔다오세요."

"네."



수연은 효종과 함께 물을 뜨기위해 장갑차에 있던 탄 박스 하나를 가지고 물가로 갔다. 효종이 강물에 탄박스를 씻어내고 물을 가득 떠오자 수연은 가방에서 정제약 하나를 꺼내어 물 속에 떨어트렸다.


"쏴아아. 부글부글"

"완벽하진 않아도 마실수는 있을거야."



효종은 수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장갑차로 복귀했다. 그동안 나는 가방을 뒤적여 육포 하나를 뜯었고 쉭과 샤비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응급 처치 키트에서 압박붕대를 꺼내어 박 상사에게로 갔다.



"잠시 봐요."

"으윽."

"의사가 아니라서 미안해요. 그래도 이렇게 해 놓으면 도움이 될겁니다."



나는 박 상사의 상의를 벗겼다. 그의 갈비뼈 부분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고 상당히 부은듯 했지만 다행히 피부를 뚫고 나오지는 않았다.


"조금 아플거에요. 꽉 묶어야 해서요."

"윽, 괜찮습니다."


미련한 사람, 아무리 군인이라지만 이렇게 부상이 심한데 표현도 안하고 이지경이 된 몸으로 우리를 구하다니. 박 상사에게 더우  미안해졌다.


"다 되었어요. 진통제라도 드릴까요? 몰핀같은 주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해서요."

"네, 그래야겠어요."


나는 박 상사에게 진통제를 건네며 말했다.


"얼마나 가야 할까요? 이제 길거리에 차량들이 좀 많아지던데 걸어갈 수도 없고 말이예요."


서울의 주요 모든 도로는 피난가던 사람들의 차량으로 꽉 차 있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차량 사이를 뚫고 나가기엔 장갑차는 너무 덩치가 컸다.


"조금 작은 차로 옮겨탑시다. 그러면 사이사이로 나갈 수 있을거에요."

"물을 좀 떠왔어요. 정제약도 넣었으니 마실 수 있을거에요."


효종과 수연이 돌아왔다. 나는 박 상사에게 물을 좀 떠줬고 효종은 쉭과 샤비에게 물을 먹였다. 수연은 우리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얘네 덕분에 우리가 살아 있을 수 있던것 같아."



나는 쉭과 샤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들의 조상은 늑대에요. 울프독이라는 종인데 늑대와 쉐퍼드사이에서 나온 종이라네요. 체력도 좋고 용맹하기도 해요."

"응."


나는 아무 말 없이 쉭과 샤비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윽고 저녁이 준비되었다.


"뭐, 먹을수 있는것도 캔으로된 음식 밖에 없고 조리할수도 없어서 그냥 콩이랑 햄 몇조각만 떴어요."

"그래 고맙다. 이거라도 먹어야지."

"박 상사님 이리 오세요."

"으음. 네."


진통제를 한움큼 먹었던지라 박 상사의 통증은 많이 가라앉은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다.


식사를 마친 박 상사는 메고왔던 무전기 수화기의 송신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본부, 본부, 당소 폭스4 응답바람."

"치칙"

"본부, 본부, 당소 폭스4, 몇명의 시민을 구출하여 서울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응답바람."

"치치칙"


"여전히 본부과는 교신이 안됩니다. 아까는 잠시 말 소리가 들렸던것 같은데."

"그때는 응답할 수 있는 경황이 없었잖아요. 서울 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하셨으니 일단 그리로 가 봅시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가는 길이 험할수도 있어요. 생존 신호를 보내지 못하면 우리의 생명은 장담하지 못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깐 그런 말씀 없었잖아요!"

"군 작전이었기에 기밀이었습니다. 그러니 빨리 가야 한다고 말씀 드리는거에요."

"뭐 그런 말도안되는 소리를!"


장갑차 안에서 뛰쳐나왔다. 주머니에 있던 다 찌그러진 담배 하나를 꺼내어 물고 불을 붙였다. 이윽고 박 상사가 따라 나왔다.


"군에서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시민들을 최대한 구출 한 후 확인되면 진행 할 예정이었구요. 또 폭격을 실제로 한다는 보장은 아무도 못해요."

"지금 본부와는 아무런 연락을 할수가 없잖아요! 우리의 존재를 알고나 있을까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잖아요!"

"진정하세요. 일단 이쪽 부근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갑시다. 서울의 높은 빌딩 몇개 옥상에는 군사 기지기가 있어요. 그곳에서는 유선으로 연락을 할 수 있을거니 본부와 연락이 닿을수도 있어요."

"그곳이 어디인데요!"


"여의도요."



박 상사는 서울 폭격 시간이 이틀 남았다고 했다. 구출 임무를 받은 부대원이 복귀한 인원을 제외하고 구출 요원과 연락이 끊긴 후 2일이 지나면 전사한것으로 간주한다 했다. 이후 서울에 대대적인 폭격은 시작된다. 그렇게 우리는 장갑차에서 필요한 짐을 챙겨 앞에 있던 일반 차에 몸을 실었다. 장갑차에 실려있던 여분의 경유를 사용해야 했기에 SUV를 골라타고 우리는 천천히 여의도에서 제일 높다는 빌딩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에게 생존 시간의 타이머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울 폭격 24시간 00분 00초.



- 그날, 그들이 움직인다 편 마무리 합니다. 재 정비하여 그날, 우리에게 남은 생존시간 편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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