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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Apr 13. 2021

그날, EP02-01화

우리에게 남은 시간 2400분.

여의도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힘차게 달리고 있는 엔진 소리만 들려왔고 쉭과 샤비 역시 제일 뒷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시 동안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상황이었고 많은 상황들이 영화 속 이야기들 뿐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너무나도 행복했던 주말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만에 아내는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았고 평소 같으면 아주 낯선 사람들과 생사를 함께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쿠쿵!"

"끼약!"

"끼이이이! 덜컹! 부아가 앙!"




갑자기 큰 힘이 남수 일행의 자동차 뒷부분을 강하게 때렸다. 박 상사가 룸미러로 뒤편의 상황을 보니 다들 놀란 눈빛이었다. 피해를 입은 건 없어 보였다.



"쿠쿠쿵!"

"쿠쿠쿵!"



그놈들이었다. 어째 조용하더라니,



"부우웅! 꾸욱 꾸꾸 룩!"


그동안 남수 일행을 공격하던 그놈들과는 덩치면에서도 더 컸고 이제는 물리적인 충격까지도 가했다.


물 폭탄이 뒤에서 터질 때마다 그 힘으로 남수 일행의 자동차는 앞부분이 들릴 정도였고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콰앙!"

"윽!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어요!"

"아직 도착하려면 좀 더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 볼게요!"



그 순간,


"콰앙! 펑!"

"아앗! 젠장!"

"끼 기기 기기익!"



버려진 차들로 복잡한 도로를 내달리던 자동차는 뒷 트렁크 쪽에 강한 힘을 받으며 뒷바퀴가 앞쪽으로 흘렀다. 차가 회전하며 반 바퀴를 빙글 돌았고 버려져있던 차에 뒷바퀴를 세게 부딧치며 멈췄다.


"쿵!"

"윽! 다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빨리 차에서 내려요!"

"타타탕! 타탕!"


박 상사는 일행이 괜찮은지를 물으며 운전석 문을 열어 그놈들에게 총을 쏘았다.


"콰앙!"

"헉!"



일행이 차에서 모두 내리는 순간 물 폭탄은 남수 일행이 타고 있었던 SUV를 정확히 맞추었고 그 충격으로 차는 심하게 찌그러졌다. 마치 거대한 코끼리가 밟은 것처럼 천정이 내리 눌렸다.


"으악!"

"쿵!"

"쉬이익! 쾅!"


우리는 순식간에 몸이 허공에 떠오름을 느끼고 이후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 내팽개쳐졌다. 나는 길가에 있던 가로수를 지나 풀 숲까지 날아갔고 아이들은 옆에 있던 차에 부딧쳤다.


"쿵! 쾅!"

"으윽, 모두 괜찮아?"

"윽, 괜찮아요!"


효종이 말했다. 이윽고,



"아악! 쉭!"


그 놈들이 쏜 물 폭탄이 날아오는 것을 알고 쉭은 우리를 막아섰고 이후 엄청난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우린 몸이 날아갈 정도의 힘을 받았으나 쉭이 모든 힘을 흡수했기에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쉭을 떠나보냈다.



"야 이놈들아!!! 우리에게 뭘 원하는 거야!!"

"타탓 타타 탓!"



수연은 이성을 잃고 메고 있던 총을 그놈들에게 쏴 대기 시작했다. 수연이 쏜 총에 드론 하나가 맞아 공중에서 폭파되었다.



"쉬이이~ 펑!"



그제야 수연은 총을 내려놓고 흐느끼며 쉭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쉭은 갓 태어났을 때부터 수연 옆에 있었다. 아기였던 수연 옆에서 수연과 같이 놀아주고 수연을 태워 다니며 친구 이상으로 지냈다. 그날 이후 쉭은 수연을 늘 지켜주는 존재였다. 샤비가 그놈들의 모든 공격을 방어하고 그놈들을 공격했다면 쉭은 늘 수연 곁에서 지켜주던 보디가드 같은 존재였다.



"쉭! 쉭! 그렇게 가면 안돼!"



이미 쉭은 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몸은 점점 차가워져 갔다. 수연은 쉭을 품에 안고 절규하며 울고 있었고 박 상사는 그런 수연 옆에서 그놈들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풀 숲에 떨어진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수연과 박 상사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놈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더 큰 놈이 와요!!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야 해요!"

"쿵! 쿵!"



이놈들은 덩치만 자라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커지는 덩치만큼 공격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고 더욱 난폭해져 갔다.


"크아앙!"

"덥석! 쉬이익! 꽝!"


3미터가량 되어 보이는 그 큰 놈은 물폭탄은 쏘지 않는 대신 힘이 어마어마했다. 길가에 버려져있는 자동차를 한 손으로 집어 우리 쪽으로 던지며 우리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도대체 저 놈들은 정체가 뭐야!"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요!"

"빨리 다른 차로 옮겨 타요!"



나는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길가에 버려져있던 차 하나에 올라탔지만 열쇠가 없었다.


"이런 젠장!"


요즘은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차가 많기에 열쇠가 걸려있을 리 만무했다. 나는 그중 가장 오래되어 보이는 차를 발견하고 냅다 뛰었다.


"쉬이익! 쾅!"

"퓻퓻!"

"콰콰쾅!"


덩치 큰 놈을 필두로 물 폭탄을 쏘는 놈들이 다가왔다. 그 위로는 드론들이 날아들었다. 잘못하면 우린 모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탁! 키릭! 부우웅!"



낡은 다마스 차량이었다. 나는 힘껏 후진 기어를 넣고 액셀을 세게 밟았다.


"부우웅!"

"빨리! 준비해요!"


나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쪽으로 보며 운전했고 박 상사에게 소리쳤다.


"쉬이익 쾅!"

"힉!"


갑자기 내 앞에서 물 폭탄이 강한 힘을 내뿜으며 폭발했고 작은 체구의 다마스는 심하게 비틀거렸다.



"으윽!"


나는 한 손으로 잡고 있던 핸들을 양손으로 잡아 자세를 바로 잡으려 노력했고 더욱 액셀을 깊게 밟아 속도를 올렸다.



"끼익! 붕붕붕"


마침내 그들에게 도착한 나는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그놈들이 거의 다 왔어요! 빨리!"

"수연아! 샤비와 빨리 와! 효종 씨!!"

"제가 최대한 막아볼게요! 어서 수연이를!"



박 상사는 수연이를 잡아끌었다. 샤비는 효종을 바라보다 수연과 박 상사의 뒤를 따랐고 이내 차에 올랐다.



"오빠!!"



차에 오른 수연이는 효종을 부르짖으며 다시 내리려 했다. 나는 수연이를 안고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박 상사님! 효종이를!"




효종은 모두가 차를 향해 뛰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놈들을 향해 뒤 돌아 뛰기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그놈들을 향해 효종은 입고 있던 전술 조끼에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들고 그놈들을 향해 힘껏 던졌다.


"니들이 원하는 게 나였지!"

"쾅!"


효종이 던진 수류탄은 큰 놈의 다리 부근에서 터졌고 큰 놈은 다리 한쪽을 잃고 쓰러졌지만 다시 커다란 물 폭탄을 날렸다.


"쉬이 이익 팡! 쾅!"


큰 놈이 던진 물 폭탄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효종의 머리 위에서 터졌고 그 충격으로 효종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크으흐흑, 흐흐 너네 고작 이 정도였냐!"

"오빠아!!!"

"퉁! 퉁!"



나는 오열하는 수연을 붙잡았고 박 상사는 효종을 보호하기 위해 유탄을 발사하며 효종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듯했다.



"콰앙!!"


박 상사가 쏜 유탄이 그놈들에게 떨어지며 몇몇을 해치웠지만 워낙 그 수가 많았다. 효종은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수연이랑 샤비를 잘 부탁해요! 꼭 살아남아야 해요!"

"효종아!!"


"퓻퓻퓻!!"


효종에게 다 다른 그놈들은 물 폭탄을 쏘아대기 시작했고 많은 양의 물 폭탄을 맞은 효종은 점차 액체로 변해가고 있었다. 큰 놈이 효종을 지나 남수 일행에게 달려가는 순간 효종은 수연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며 말했다.


"수연아. 잘 살아야 해."


들고 있던 소이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 효종은 하늘 높이 던졌다. 이윽고,


 

"꾸우욱 쾅!"



일순간 공기가 한 곳에 응축되는 느낌이 들더니 엄청나게 큰 소리의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효종이 있던 곳은 큰 화염에 휩싸였고 남수 일행에게 달려들던 큰 놈을 포함한 놈들은 모두 화염 속에 휩싸였다.



"오빠아!!"

"효종 씨!!!"



효종에게 달려가던 박 상사는 소이 수류탄의 엄청난 위력에 뒤쪽으로 날아갔다.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박 상사도 화염에 휩싸였을 정도였다.



"콰아앙!"


효종이 메고 있던 배낭 속의 수류탄 하나가 소이 수류탄의 열을 이기지 못하고 한번 더 터졌다.



"오.. 오빠.."


효종에게 달려가려던 수연은 온몸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수연에게 효종은 동네 아는 오빠 이상이었다. 어렸을 적 소꿉친구였던 효종은 항상 같이 다녔고 수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나 도와주는 친오빠 이상의, 굳게 닫았던 마음을 처음으로 연 사람이었다.


수연은 어렸을 적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다. 아장아장 걸을 때 효종의 집으로 입양 온 수연을 효종은 친동생 이상으로 아꼈다. 언제나 그녀를 위했고 여동생이 생겼다는 것에 항상 기뻐했다.


효종의 부모도 수연을 아낌없이 대했지만 고등학생이 된 수연은 자신이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참을 방황했다. 조금은 다른 성향과 모습에 의아할 때도 있었지만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효종과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고 그렇게 집을 나와 연락을 끊었다.


이때 수연을 찾아온 것도 효종이었다.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가려는 수연을 다시 잡은 효종은 아무 말 없이 안아줬고 수연은 한참을 효종의 품 안에서 울었다. 그렇게 효종은 수연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가 보다. 그날, 그놈들이 들이닥쳤고 효종의 부모는 효종과 수연을 작은 방에 넣고 쉭과 샤비에게 이 둘을 지키게 했다. 효종의 아버지는 그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그놈들이 쏜 물 폭탄을 맞았고 효종의 엄마도 물 폭탄에 액체로 변해갔다.


작은 방 앞을 지키고 있던 쉭과 샤비는 효종의 부모의 비명소리에 달려가 그놈들을 해치웠다. 물 폭탄을 맞았지만 이상하게도 쉭과 샤비는 액체로 변하지 않았다. 늑대 개만의 두꺼운 털 덕분인지 그들의 폭탄은 소용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둘만 남은 세상에서 쉭과 샤비에게 의지하며 버텨왔던 아이들이었다. 수연은 자신에게 큰 산과도 같았던 효종을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다.


한참을 울던 수연은 너무나도 큰 충격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렇게 효종은 우리의 곁을 그리고 수연의 곁을 떠났다.



- EP02, 2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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