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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Dec 27. 2022

행복해질 것이다.

심리상담을 마치며

오늘부로 총 7회의 심리상담을 마쳤다.

보통은 10회 정도는 기본으로 하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 남편 회사에서 지원되는 회차가 총 8회인데 1회분을 검사비용으로 대체해서 상담 비용 지원은 7회까지 되었고, 담당 상담사 선생님이 멀리 이사 가시며 이 센터에서는 더 이상 대면상담이 불가하여 이래저래 7회로 상담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상담을 7회 받았다고 해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내가 되었다거나 (당연히 그런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우울증에 다시는 빠지지 않을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내 우울 원인의 상당 부분을 더 잘 인지하게 되었고, 좀 더 좋은, 긍정적인 방식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웠다고 느낀다.


터널은 분명히 또 올 것이다. 인생이란 그것이 끝날 때까지 고통이 계속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살아가며 인생에서 여러 번의 터널을 맞겠지만 터널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지금 막 터널을 겨우 빠져나왔다고 해서 기뻐할 수만은 없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힘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것이고, 힘듦을 느끼는 순간순간에도 내가 살아있어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들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반짝이는 순간들을 잘 캐치해서 내 안의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행복으로 삼을 줄 알아야 이 삶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유명하고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삶에 우환이 1도 없을 수는 없고, 슬프고 힘든 순간들이 온다. 그건 누구에게나 평등한 삶의 법칙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그 법칙을 잘 이해하고, 힘든 순간을 슬기롭게 넘기고, 일상의 작은 기쁨과 행복도 크게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잘 만드는 사람이,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만이 삶을 진정으로 아름답게 여기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깨달은 것은 내 우울의 많은 부분이 나의 '죄책감'과 '조급함'에서 온다는 것이다.

나는 결혼 후 거의 남편에게 혼자 가장의 부담을 지우며, 내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과 피해의식을 느껴왔고, 누가 보아도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해오며 열심히 살아온 사람인데, 나 스스로에 대한 잣대를 너무 엄격하게 대고, 나를 '쓸모없는 사람, 무능력한 사람'이라 평가하며 스스로를 함부로 대했다. 그런 것들이 쌓여 뭔가 하나만 어긋나도 부정적인 생각이 고속도로를 타고 내지르며 불안과 우울함에 빠져들곤 했다.

또한 원하는 결혼생활이나 부부관계, 이상적인 삶에 대한 기준이 보통 사람보다 굉장히 높아서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동안 내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껴온 것 같다. 어떻게 이제 고작 30대 후반인 사람이, 작가가 된 지 3년 차인 사람이,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한 작가로 이름도 날리고, 엄마로서, 아내로서 즉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있겠는가. 그중에 한두 가지를 갖지 못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내가 이미 가진 것들도 많은데, 내가 이미 노력해서 이룬 것도 많은데, 항상 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나 주변만 둘러보고, 내가 하지 못하는 것만 생각하고, 스스로를 작게 평가한 탓도 있다고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린 시절의 여러 결핍이나 불안 또한 내가 이런 죄책감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하셨다.


내가 남편의 권유에 상담을 받아보고자 결심한 것은 물론 1차적으로는 나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2차적으로는 나의 이런 불안과 낮은 자존감이 딸아이를 키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해서였다. 자존감 높고, 많이 웃고, 단단하고 멋진 엄마와 함께 자라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나도 돌아보면 내가 어려서부터 봐온 엄마의 모습을 내가 많이 닮아 있기도 해서, 나의 내가 싫어하는 부분들을 내 아이가 닮지 않기를 바랐다.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할 수 있는,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진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니까. 그러려면 엄마인 나부터 달라져야 했으니까.


상담은 마쳤지만 많은 과제를 남겼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 저질체력을 개선하는 것이 내 우울성향에 큰 도움일 줄 것이 확실하므로 꾸준히 운동할 것이고, 의지력이 부족한 편이므로 글 쓰는 일이든, 돈을 버는 일이든 그게 무엇이든 루틴으로 만들어 하루에 몇 시간씩 확보해서 시스템화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기 싫은데도 '해야만 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몸이 익혀서 습관적으로 당연히 하는 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일상에서 사소하게 행복한 순간들, 감사한 순간들을 더 자주 가족에게 표현하고, 글로 써서 남길 것이다. 계속 겉으로 직접 표현해서 말하고, 글로 적는 것은 뇌에 저절로 각인되고 그런 방식으로 나를 반걸음씩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더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노력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너무 자주 울고, 여리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사람이지만 조금씩 한 발을 내디뎌 볼 것이다. 나는 아직 너무 젊고 해야 할 일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으니까.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와 더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으니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나누며 같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힘듦이든 기쁨이든 그 모든 순간을 함께 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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