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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Aug 04. 2024

9화. 이게 된다고? 자동차 경매로 100만원 벌거야!

-절대 쉽다고는 안 했다....

제3의 점유자를 낙찰받은 내 소유의 집에서 내보내는 것, 명도 이야기를 하려니 숨을 크게 골라야 할 것 같다. 내 이름 석자, 정수연 명의로 서울에 두 번째 집이 생겼다. 로또청약에 당첨되어 겨우겨우 입주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남편 민준과 공동명의이지만 이 빌라는 온전한 내 소유였고, 대출도 내 명의로 받았다.


만약에 민준과 이혼하면 혼인기간이 10년이니까 30%쯤 떼주면 되려나...? 거의 다 외벌이였으니까 더 줘야 하나? 빌라니까 재개발이라도 되면 그게 나중에 아파트가 될 수도 있는 건데, 1억 9천여만에 낙찰받은 것이 정말 10억, 15억이 될 수도 있다는 걸까? 요즘 건축비가 너무 올라서 재개발되어도 분담금이 거대하다던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매시간, 매분, 매초, 유전자에 각인된 채 태어난 피곤한 유형의 MBTI, 인프제INFJ인 나는 머릿속으로는 이미 민준과 이혼하고 빌라 매도 수익금을 나누고 있었다. 삼천포로 더 나가기 전에 민준의 자동차 경매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그는 이전 소설에서도 말한 바 있듯 유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결혼과 출산을 거쳐 처자식을 데리고 헬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런 그의 커리어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동차’였다.

빌라 낙찰 후 새로운 한 바퀴 태풍을 떠나보낸 뒤, 잠시 평온하던 어느 날이었다. 몰두해 있는 그의 얼굴 너머로 핸드폰 화면을 보자니 그는 또 이미 새로운 영역, 자동차 경매에 도전하고 있는 듯했다.


"이게... 뭐야? 차 경매하려고?"


"어.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집도 하나 더 경매로 샀는데, 지금은 어차피 투자금 없어서 한 채 더는 못 사니까, 자동차를 해볼까 하고. 내 전문 분야인데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지??"

     

"아....."  


지난 연말부터 경매 강의 들으라고 시달리고, 물건 찾으라고 시달리고, 입찰하러 가라고 시달리고, 육아휴직하며 여러 번 물고 뜯고 싸우고, 그의 세상을 잠식한 빌라며 상가며 입찰 이야기에 학을 떼는 사람이 되어버린 나는 그의 새로운 도전이 탐탁지 않았다.      


‘아... 진짜.... 이씨..... 빌라 대출내서 잔금치고 이제 겨우 한숨 돌렸구만... 뭘 또 한다는 거야.... 이 시키는 진짜 지치지도 않나...? 자동차 그거 끽해야 몇천만 원짜리 사서 되팔아 봤자 얼마나 남기겠다고...’     


말했다시피 나는 부정적 사고회로의 대마왕이다. 그러고는 그냥 더 이상 생각하기를  멈춰버렸다. 나는 여전히 지쳐있었다. 그의 텐션과 열정과 광기는 따라잡으래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맨날 그런 갖가지 돈 버는 거에 빠져 있느라, 급발진 ‘육아’ 휴직을 때리긴 했지만 집안일과 ‘육아’는 뒷전이셨고, 내가 뭐라고 온갖 부정적 피드백을 지껄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위인이었다. 생각한 것은 무조건 실행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자동차 경매는 중고차 딜러나 업자들도 경매에 참여하기 때문에 낙찰조차 쉽지 않고, 직접 전국 각지에 주차되어 있는, 혹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차의 운행가능 여부나 상태도 가늠이 쉽지 않기 때문에 행여 낙찰받아 수익을 남기더라도 시간과 노력 대비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다는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민준도 결국은 저러다 말겠지 싶기도 했고, 어차피 집에서 노느니 그거라도 해서 500만 원은 못 벌어도 50만 원이라도 벌어오면 나는 땡큐라고 생각했다.


한편 우리는 경매 공부를 시작하며 공매란 것도 알게 되었다. 

공매는 한마디로 경매법정에 직접 가서 입찰하지 않고 온비드라는 온라인 사이트로 간편하게 입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연차까지 내어 각 지방의 법정까지 자주 다니기 힘든 직장인들이 용돈벌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많이 도전하곤 했다. 예를 들어 회사 임원의 숙소로 사용하던 사택이 공매에 나오면, 초대형 평수에 광안리 오션뷰가 펼쳐지는 리조트 같은 멋진 아파트,  깨끗하고 이미 점유자도 없는 공실인 아파트를 좋은 가격에 낙찰받기만 한다면 대박이니 경쟁률이 높았다. 하지만 주택 공매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점유자를 내보내는 명도 협상이 어려워지면 낙찰자를 위한 다른 구제 방법이 전혀 없고, 오로지 명도소송만이 해결책이라는 점이었다. 이때 낙찰자는 장기간 대출이자를 부담하동시에 소송을 진행하며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공매 입찰 시에는 언제나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자동차 공매는 전국의 지자체나 정부기관, 회사 등에서 쓰던 관용차나 세금 압류차를 경매 방식으로 민간인에게 되파는 절차였다. 자동차 공매 낙찰도 쉽지는 않았다. 중고차 업자와 그 차를 낙찰받아 직접 타려는 실수요자와의 경쟁이었다. 낙찰 후 되팔아 수익을 10만 원이라도 건지려는 민준이 낙찰받기 위해서는 가장 높은 1등 가격을 가늠해 적어내야 하는 도전이었다.


그는 계속 도전했다. 몇 번의 패찰에도 굴하지 않고 빌라와 아파트 입찰할 때처럼 온비드 사이트와 블로그 및 온라인에 있는 자동차 경매 후기, SK엔, K카 등 중고차 사이트를 이 잡듯 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민준 환한 빛을 띠며 들뜬 얼굴로 내게 말했다.


"수연아! 나 내일 경북 고령 간다! 와씌!! 낙찰받았어!!!!!!!!!! 담당 공무원이랑 전화통화 완료했고, 점프선 가져갈 필요도 없겠어. 입찰 전에도 전화로 확인하긴 했는데, 시동 잘 걸린대. 기차 타고 내려갔다가 명의이전하고 나서 주변에 공업사 가서 기본검사만 하고 서울 돌아올 때 그거 타고 올라올게! 크하하!!"


그는 역시나, 저러다 말기를 은근히 바랐던 나의 예상을 가뿐히 뒤집었다. 그는 차를 직접 보지도 않고 경북 고령군에서 사용되다가 기준에 따라 매각절차를 밟게 된 관용차에 입찰했고, 마침내 자동차로도 첫 낙찰에 성공한 것이다.

내 남편이지만 저 시키랑 적으로 엮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뭐 하나 심기를 건드리거나 잘못했다간 죽을 때까지 뒤쫓아와 괴롭힐 놈이다.... 어떤 면에선 조온나 대단했다. 그는 내가 잘 못하는 것들을 겉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해내었다. 그의 속은 문드러지고 있을지언정 겉으로 내색하거나 생색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노력과 파고드는 습성은 그에게는 그저 일상이 디폴트값이기 때문이다. 그의 기준에 항상 못 미칠 수밖에 없는 나와 아이만 맨날천날 다잡아 쥐어짜 내는 꼰대 중의 개꼰대 스타일이었다.

나는 살짝 놀란 가슴을 붙잡고 표정을 애써 감춘 채 답했다.

      

"헐................ 그러냐.... 추.. 축하한다.. 근데... 무슨 찬데?"

    

"모닝!"    


그는 국민경차인 모닝을 갖게 되었다. 이미 18만 킬로 달린 2011년식 가솔린 오토, 은색의 촌스러운 모닝에 180만 원을 적어내어 1등으로 낙찰받았다. 중고차 사이트에서 비슷한 사양의  시세는 250~300만 원이라고 했다. 경차를 첫 낙찰차로 정한 이유는 경차는 차를 명의이전할 때마다 내야 하는 취등록비가 면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싼 차는 되팔 때 수익이 더 크긴 하지만, 일단 그만한 투자금이 없기도 하고, 취등록세 때문에 수익률도 낮아진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이걸 가져와서 중고차 업자가 아닌 최종소비자에서 직거래로 280만 원에 팔아 100만 원의 수익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클릭질 몇 번과 온라인 시장조사, 경북까지 한번 다녀오는 시간과 노력 대비 100만 원을 남긴다면 이건 남는 장사인가? 과연 그럴까? 집에서 놀고먹느니 백번 남는 장사이긴 했다. 그의 바람대로 280만 원에 팔 수만 있다면 말이다.............       




(다음 화에 계속)     

  




모바일 온비드- 물건상세내역



낙찰내역






   

    



*표지 사진 출처: 부산일보 기사

https://mobile.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407140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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